전국시대 말기 초나라의 시인 굴원은 정치가로서도 뛰어나 회왕에게 중용되어 총애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중신들의 시샘을 사게 되어 자주 모함을 받고 있던 중 회왕의 명령으로 새 법령의 초안을 잡고 있었다． 한창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당시 실력자 중 한사람인 근상이 찾아와 새 법령의 내용을 알려 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법령의 중요성에 비추어 누구에게도 알려줄 수 없다면서 굴원은 근상의 요청을 거절했다. 여기에 앙심을 품은 근상은 굴원을 비방하고 다녔는데 왕도 마침내 굴원을 의심해 멀리하다가 관직을 박탈해 버렸다. 

조정에서 쫓겨난 굴원은 머리칼을 풀어 흐트러뜨린 채 양쯔강 주변을 방황했다. 실의의 나날을 보낸 이때 굴원은 자신의 참담한 심경을 토로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이소'와 '어부사'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굴원의 몸은 고목처럼 마르고 얼굴은 초췌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를 알아본 어부가 있었다． 

"아니, 삼려대부三閭大夫）님이 아니십니까．어쩌다가 이런 곳에까지…" 

굴원의 대답은 이랬다． 

"온 세상이 혼탁하지만 나만 맑고 깨끗하며, 모두가 술에 취해 있지만 나홀로 깨어있어 그들이 나를 쫓아 냈다네." 

그런 뒤 굴원은 유언을 대신한 시 '회사부'를 지은 다음 멱라수에 몸을 던졌다． 

衆 무리 중, 醉 술취할 취, 獨 홀로 독, 醒 술깰 성 

[원어] 중인개취아독성(衆人皆醉我獨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