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몸이 크고 담력이 남보다 뛰어났다. 소지왕이 돌아가고 아들이 없으므로 왕위를 잇게 되었는데 그 때 나이 64세였다. 

3년(서기 502년) 3월에 왕이 명하여 순장(殉葬)을 금하였다. 전에는 왕이 돌아가면 남녀 각 다섯 사람을 함께 무덤에 묻었는데 이 때부터 그런 일을 금하게 되었다. 

4년(서기 503년) 10월에 신하들이 말하기를, 

"시조가 나라를 여신 뒤부터 나라 이름이 일정하지 아니하여 혹은 '사라'라고도 하고 혹은 '사로'라고도 하고 때로는 '신라'라고도 하였습니다. 저희 신하들이 생각하기로는 '신(新)'은 덕이 날로 새로와진다는 뜻이며 '라(羅)'는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이 있으니, 그것으로 나라 이름을 삼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또한 예로부터 국가를 가진 분을 '제(帝)' 또는 '왕(王)'이라 불렀는데, 우리 시조가 나라를 세운 지 벌써 22대에 이르되 아직도 바른 이름을 정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저희 신하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삼가 신라 국왕이라는 이름을 올리옵니다." 

하였다. 왕은 그 말을 옳다 하여 그대로 쫓았다. 
 
5년(서기 504년) 9월 파리성(波里城)등 12성을 축조하였다. 
 
13년(서기 512년) 6월에 우산국(于山國)이 항복하고, 해마다 토산물을 바치기로 하였다. 우산국은 명주군(강릉)의 동쪽 바다 가운데 있는 섬으로 울릉도라고도 한다. 사방이 1백리 인데, 땅이 험한 것을 믿고 신라에 복종하지 아니 하였다.

그래서 이찬 벼슬에 있던 이사부(異斯夫)가 아슬라주(何瑟羅州 강릉)의 군주가 되자 꾀를 내었다. 우산국(于山國) 사람들은 어리석고도 사나워서 힘으로 복종하게 하기는 어렵지만, 꾀를 써서 항복받기는 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사부는 나무로 많은 사자를 깍아 전선에 나누어 싣고 우산국 바닷가에 이르러서는, 

"만약 너희들이 항복하지 않는다면 이 맹수를 풀어서 모두 밟아 죽이겠다." 

하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두려워서 항복을 하였다. 

15년(서기 514년) 아시촌(阿尸村)에 소경(小京)을 만들었다. 7월 왕이 세상을 떠났다. 시호(죽은 왕의 덕을 기리어 붙여 주는 칭호)를 지중이라 하니, 이 때부터 신라에서는 대대로 시호를 사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