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타임스의 '찬호 죽이기'
미국에는 홈과 원정 전 경기를 따라다니는 기자를 팀 출입기자라고 부른다.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도 마찬가지다. 지역마다 신문이 무수히 많지만 규모가 작은 신문사는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원정경기를 모두 따라 다닐수 없다. LA 다저스의 홈·원정 전 경기를 밀착 취재하는 신문은 서부지역 최고의 부수를 자랑하는 LA타임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 데일리뉴스, 리버사이드 프레스 엔터프라이즈 등 4개지다. 이 가운데 LA타임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다저스 기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단과 매우 친밀하다. 다저스와 관련한 LA타임스의 기사는 오보가 거의 없다. 다른 신문사 기자들이 똑같이 원정을 다니면서 취재해도 LA타임스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자의 능력과는 별개다. 다저스측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구단은 LA타임스의 위력을 익히 알고 있다. 올해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가 있다.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LA타임스는
7월 24일 다저스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제임스 볼드윈을 영입한다고 보도했다.
구단은 다음날 마이너리그 선수 3명을 주고 투수 볼드윈을 데려온다고 발표했다.
다른 신문사 기자들도 함께 취재했지만 골탕을 먹었다.
LA타임스는 스포츠국 산하에만 취재·사진기자 15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어지간한 신문사 전체 인원보다 많다. 스포츠면은 미국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이렇게 영향력이 큰 LA타임스가 올해 ‘박찬호 죽이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칼럼니스트들은 기회만 닿으면 박찬호를 비비 꼬았고 몸값 깎는 데 앞장섰다. 물론 스포츠토크쇼 진행자들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들은 조간신문 LA타임스를 읽고 방송 주제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LA타임스의 지침에 충실했다고 봐야한다. LA타임스의 글을 읽고 박찬호에 대한 반감을 가진 팬도 적잖이 생겨났다. 올해 박찬호가 LA타임스로부터 이토록 뭇매를 맞은 이유는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LA타임스의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박찬호에게 돌아갔다고 분석할 수 있다. 보라스는 다저스 소속 선수 7명을 관리하고 있다. 대런 드라이포트는 5년 계약으로 돈만 챙긴 뒤 부상으로 이탈했고, 개리 셰필드도 분란를 일으킨 장본인 중 한 명이다. 스콧 보라스의 올 시즌 가장 큰 실수는 박찬호의 몸값 2000만달러 요구설 이었다. LA타임스가 2000만달러 요구설을 가장 먼저 보도했는데 이 때부터 박찬호는 지역언론으로부터 ‘왕따’당하기 시작했다. 연봉의 ‘연’자도 꺼내지 않은 박찬호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최근 방송에서 LA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빌 플라스키가 “박찬호가 2000만달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보라스는“그 말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2000만달러라는 핵폭탄은 터졌고 수습할 길이 없다. 박찬호의 양부를 자처하는 토미 라소다 전 다저스 감독도 ESPN라디오 방송에 나와 “2000만달러를 요구한 것은 보라스의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사사건건 2000만달러를 물고 늘어졌다. 선발등판을 앞두고,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승리 여부보다 박찬호가 무슨 2000만달러 자격이 있느냐는 쪽으로 여론을 몰았다. 현지시간 토요일자에 게재되는 독자투고란에도 8월 이후 박찬호를 비난하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LA타임스는 요즘도 지난 94년 다저스에 입단해 통산 80승을 거둔 투수가
너무 많은 연봉을 요구한다며 가차없이 버리라고 구단에 압력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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