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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10/25(목) 
그래도 다저스가 좋은 이유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LA 다저스 잔류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최근 LA타임스 로스 뉴한 대기자는 다저스가 올해 3000만달러 정도 손실을 봤다며 박찬호와 테리 애덤스의 재계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박찬호에 비해 훨씬 몸값이 싼 애덤스마저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는 보도는 매우 뜻밖이다. 

콜로라도 쿠어스필드를 모든 야구인은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공기밀도가 떨어져 홈런이 양산돼 투수들이 어지간해서는 이곳에서 배기지 못한다. 투수들의 몸값도 다른 팀보다 상대적으로 비싸다. FA투수들이 콜로라도엔 가지 않으려고 해서다. 

반면 다저스타디움은 ‘투수들의 천국’으로 통한다. 다저스가 전통적으로 투수왕국의 명맥을 이어온 데는 다저스타디움의 이점이 한몫했다. 

일단 다저스타디움은 파울지역이 넓다. 오클랜드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션 구장 다음으로 넓다. 파울지역이 넓으면 투수에게는 매우 유리하다. 

게다가 9월 야간경기 때는 다저스타디움에서 홈런을 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날씨 탓이다. 밤 경기를 펼치면 다저스타디움엔 안개가 낀 듯한 무거운 찬공기가 조성된다. 타구가 뻗어나가질 못한다. 평소 같으면 홈런이 될 타구가 9월 들어서는 번번이 플라이로 잡힌다. 

박찬호가 지난해까지 역대 9월 기록이 14승7패 방어율 3.12로 월별 성적 가운데 가장 좋았던 점도 다저스타디움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올해 15승 가운데 홈에서 10승(4패)을 거뒀다. 방어율도 2.36을 기록해 원정 5승7패 방어율4.83과 큰 대조를 보인다. 

역대 성적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로 통산 42승24패 방어율 2.98을 기록했다. 원정은 38승30패 방어율 4.74다. 다저스타디움 승률이 0.636으로 박찬호의 영원한 우상 샌디 쿠팩스(57승15패 승률 0.792)에 이어 이 부문 역대 5위에 올라 있다.‘아이 러브 다저스타디움’을 노래해도 좋을 정도다. 

투수라면 이런 이점을 무시할 수 없다. 돈 때문에 팀을 옮겼다가 보통 투수가된 대표적인 예는 마이크 햄튼과 대릴 카일이다. 팀이 모두 콜로라도 로키스였다. 

커브의 귀재 카일은 97년 휴스턴에서 FA로 풀린 뒤 거금을 받고 콜로라도로 이적했다가 망신만 하고 지난해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돼 정상 기량을 회복했다. 카일은 97년 휴스턴에서 19승7패 방어율 2.57을 기록한 뒤 이듬해 콜로라도에서 13승17패 방어율 5.20으로 무너졌다. 

지난해 콜로라도와 7년간 1억2100만달러에 계약해 투수 부문 최고 연봉자가된 햄튼은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를 무시했다. 초반에는 그의 의도대로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게임을 거듭하면서 에이스에서 보통투수로 전락했다. 올해 14승13패 방어율 5.41을 기록했다. 홈에서는 8승6패 방어율 5.77, 원정서는6승7패 방어율 5.10으로 20승 투수의 자존심이 완전히 구겨졌다. 

다저스가 좋은 이유는 또 있다. 모든 게 낯설지 않다. 구장, 프런트 직원, 코칭스태프, 팬, 로스앤젤레스가 박찬호에게 아주 익숙하다. 박찬호가 공주 외에 가장 오래 머무른 곳이 바로 로스앤젤레스다. LA와 인근에 거주하면서 등판 때마다 꼬박꼬박 다저스타디움을 찾는 70만 한인동포도 박찬호에게는 보이지않는 힘이며 후원자다. 음식 문제도 중요하다. 

박찬호는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게다가 낯을 가린다. 게임에 집착하고 징크스를 무척 따진다. 수염을 길렀다가 자르고 하는 배경도 거의 게임의 승패와 관련이 있다. 

다저스를 떠났을 때를 가정하면 끔찍하다. 내셔널리그 팀으로 이적하면 다저스타디움을 무조건 방문하게 된다. 팬들은 플래카드에 비난문구를 쓰고 구장에 나타날 게 뻔하다. 예민한 박찬호가 이를 무시하고 게임에 전념할 수 있을까. 케빈 브라운이 99년 샌디에이고 퀄컴스타디움에 등판했을 때 팬들은 비틀즈의 ‘돈으로 나의 사랑을 살 수 없다(Can’t buy me love)’를 틀어놓고 돈을 위해 팀을 옮긴 그를 비난했다. 

다저스 잔류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결정은 박찬호 본인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