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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6일 19시30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vote_soccer)
서울 vs 광저우 에버그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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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에게 필요한 ACL 우승의 조건
26일 챔피언스리그 결승1차전에서 만나는 광저우의 리피 감독과 서울의 최용수 감독 (사진=연합뉴스)
[두서있는축구] 서호정 기자= FC서울에게 10월 26일은 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서울은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상대로 2013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을 치른다. 아직 아시아를 제패한 경험이 없는 서울에겐 새로운 역사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다. 최용수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서울 팬들은 이번 1차전과 2주 후 열릴 2차전이 끝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 못지 않은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서울은 이 정도 비중과 압박감의 경기를 치른 경험이 최근에 없다. 2002년 안양LG 시절 결승에 올라 수원에 패했던 것이 아시아 정상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이었지만 이미 10년도 더 된 일이다. 게다가 서울을 기다리는 마지막 상대는 광저우다. 아시아 축구의 수준을 저만치 넘어버린 자금 지원으로 대단한 구성의 팀을 만들었고 올 시즌 성과를 내며 결승까지 왔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부담감, 그리고 광저우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의 전력. 서울은 이 두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챔피언스리그와 광저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다섯 명의 전현 감독에게 자문을 구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최강희, 신태용, 김호곤 감독에게는 결승전을 이기는 법을 물었다. 광저우에서 감독과 수석코치로 생활을 한 이장수, 김용갑 감독에게는 광저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줄 것으로 부탁했다. 그들은 서울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달성해야 할 조건을 하나씩 알려줬다.
최강희, 신태용, 김호곤이 말하는 결승전을 이기는 법
최강희 전북 감독: 홈에서 열리는 1차전은 무조건 잡아야
최강희 감독은 2006년 전북을 이끌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 우승이 전북 감독 최강희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이후 팀은 점진적인 리빌딩을 통해 K리그의 강자로 올라섰고 감독은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최강희 감독은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결승전의 마지막 경험자기도 하다. AFC는 이후 중립지역에서의 단판 승부, 8강 조추첨 시 결승전 개최지 결정 등의 방식으로 결승전을 치러오다 올해 다시 홈앤어웨이 방식을 부활시켰다. 최근 4년 간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세한 K리그의 기세를 꺾기 위한 변화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최강희 감독은 “우리가 우승한 비결은 다 잊어먹었는데”라며 농담을 하면서도 “서울의 우승을 바란다. 나도 결승 1차전을 보러 갈 예정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홈앤어웨이 방식은 단판승부보다 어렵다. 90분 승부와 180분 승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나중에 홈 경기를 하는 쪽이 유리하다고들 한다. 홈앤어웨이에서 이기는 방식은 최용수 감독도 알 것이다. 교과서라고 봐야 한다. 홈에서 1차전을 하면 90분 경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 후회를 남겨선 안 된다. 2006년 우리도 홈에서 1차전을 가졌는데 당시 전주에서 2-0으로 이기고 시리아에 갔지만 그것도 불안했다. 서울에게 다행이라면 중동 팀이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차, 기후 같은 부분에서 광저우는 큰 차이가 없다.
심리적으로 월등하게 우위를 점한 상태로 광저우에 가야 한다. 홈에서 먼저 하는 게 불리한 대진만은 아닌 게 상대의 부담감을 역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차전 승리를 거두면 상대는 자기 홈에서 서두를 수 밖에 없고 그때 공략한 요소가 많아진다. 서울은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원정에 가서 관중이 많다고 흔들리지 않는 팀이다. 베이징, 테헤란도 원정팀의 무덤으로 유명한데 거기 가서 잘했다. 다만 1차전에서 이기지 못해 원정 가서 쫓기듯 경기해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게 최악이다.
결승까지 갔는데 왜 상대를 의식해야 하나. 경기력이 월등하게 밀리면 움츠릴 필요도 있지만 능력으로 보면 서울이 절대 밀리지 않는다. 서울은 전 포지션에 멤버가 고르다.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광저우가 레알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는 아니다. 토너먼트를 올라오면서 제대로 된 팀을 못 만났다. 서울 정도의 밸런스와 안정감 갖춘 팀은 광저우도 이번에 처음 만났다. 광저우의 자만심이 서울에겐 좋은 먹이가 될 것이다.”
신태용 전 성남 감독: 핵심 선수가 빠져도 흔들리면 안 된다
신태용 감독은 2010년, 불과 만 40세의 나이에 아시아를 정복했다. 프로 감독이 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챔피언스리그 첫 도전에 일군 대성과였다. 여러 면에서 최용수 감독과 닮았다. 올해 만 40세인 최용수 감독의 경우 감독대행이었던 2011년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잠시 경험했지만 풀 시즌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식 감독 2년 차에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선수단 운영에 강점을 보이는 것도 그렇다. 결승전을 앞둔 상황에서 갖고 있는 고민도 비슷하다. 최용수 감독은 결승 1차전에 몇몇 선수의 기용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 차두리가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하고, 부상에서 돌아온 아디의 몸 상태도 검토해야 한다. 3년 전 신태용 감독은 이란의 조바한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맞붙었을 때 라돈치치, 전광진, 홍철이 경고누적으로 결정한 상태로 나서야 했다. 최용수 감독과 의형제 사이인 신태용 감독은 “별 걸 다 따라 한다”며 껄걸 웃었다. 이어서는 “최 감독이 지금까지 잘 해 왔다. 이번 기회를 꼭 잡아서 한단계 더 올라서길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나도 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당시 우리 성남의 중심 선수였던 라돈치치, 전광진, 홍철이 모두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경고누적을 왜 관리 못했느냐고 하지만 감독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토너먼트기 때문에 매 경기가 결승전이고 최선을 다해 뛰다 보면 나오는 경고는 불가항력적인 변수다. 차두리는 시즌 초에 서울에 합류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훨씬 경기력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에스테그랄전에서도 굉장한 활약을 했다. 그런 선수가 빠지면 감독은 머리가 아프다. 최효진이라는 훌륭한 대체자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감독은 베스트를 가동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아디는 아마 뛰지 않을까 싶다. 지난 경기에 엔트리에 올라왔으면 뛸 수 있는 몸이라는 얘기다. 아마 이 경기를 대비해서 아낀 것 같다. 아디라면 광저우의 공격을 막는 데 필수적인 선수다. 아디만 정상적으로 투입된다면 1차전은 서울이 가져갈 것 같다. 2010년 결승전 당시 주위에선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는데 우리가 우승했다. 감독이 선수들의 긴장감을 없애줘야 한다. 당시 경기 전 선수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던 게 주효했다. 최용수 감독이 자신의 전략대로 준비를 잘하겠지만 선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축구는 3명이 하는 것이 아니라 11명이 싸우는 스포츠다. 광저우의 능력 있는 외국인 공격수들이 있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 없다. 나머지 7명의 중국 선수를 어떻게 공략할 지 생각하는 게 효과적이다.”
김호곤 울산 감독: 공격적으로 하라, 최대 공격이 최대 수비다
김호곤 감독은 가장 최근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K리그의 감독이다. 지난 시즌 울산은 결승에서 알 아흘리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무패의 기록으로 우승을 했다. 울산은 공수 양박자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줬고 김호곤 감독 개인도 올해의 AFC 감독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최용수 감독의 동래고-연세대 선배이자 대학 시절 스승인 김호곤 감독은 판세를 냉철하게 지켜보면서도 애제자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서울은 지금까지 경기를 잘 해왔다. 결승전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시즌처럼 단판 승부라면 처음부터 모험을 할 수도 있겠지만, 두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최용수 감독은 젊지만 경험도 많이 쌓았고 경기흐름을 읽는 눈도 뛰어나다. 준비를 잘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홈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기선제압을 위해 공격적으로 운영하길 바란다. 최대 공격이 최대 수비다. 데얀이 리그에서는 조금 부진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역시 강하기 때문에 한 건 해줄 것 같다. 광저우도 원정 다득점 원칙 때문에 역습으로 골을 노릴 것이다. 실점은 치명타다. 1-0으로 이기는 게 3-2로 이기는 것보다 낫다. 1차전을 무실점으로 마치면 상대는 홈 2차전에서 득점 차에 신경 쓰느라 자멸할 수 있다. 콘카와 무리키, 엘케손은 아시아 급을 넘어선 선수들이다. 활동 반경을 최소화시키고 공간을 좁혀야 한다. 콘카와 엘케손의 경우는 거칠게 압박을 해 상대를 흥분시키는 신경전을 걸 필요가 있다. 서울이 유일하게 걱정되는 것은 수비 장면에서의 늦은 커버 플레이다. 광저우의 역습은 빠르고 1대1 상황에선 상대 공격수에게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장수, 김용갑이 말하는 광저우를 잡는 법
이장수 전 광저우 감독: 공격적인 성향을 역이용하라
이장수 감독은 한국에서 광저우라는 팀을 가장 잘 아는 감독이다. 2010년 당시 헝다그룹의 요청으로 2부 리그에 있던 광저우를 맡은 그는 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1년 만에 승격을 이뤄냈다. 2011년에는 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안겨줬다. 2012년 시즌 도중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그를 대신해 온 감독이 마르첼로 리피다. 지금의 광저우가 만들어진 시간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리피보다는 이장수의 공이 크다. 현재도 중국 언론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이장수 감독에게 이번 결승전은 난감하기도 하다. 서울과 광저우 모두 그가 감독으로 재직했던 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경기를 예측해달라는 질문에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자칫 한쪽으로 기운 예측이 전 소속팀에 대한 결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광저우 모두 좋은 팀들이다. 예측을 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를 차근차근 풀어가는 스타일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누가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수비진이 상대의 공격진을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광저우는 전방에 선 세 명의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정말 뛰어나다. 서울이 이들을 적절히 막아낸다면 승산이 있다.
중국인 선수들도 모두 대표급이다. 그들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어 주의를 주고 싶다. 2부 리그에서 팀을 만들 때 구단의 요청으로 장기적 계획 속에 25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을 모았다. 당시 멤버들이 4년째 발을 맞춘 팀이 광저우다. 모두 국가대표급이고 나이, 경험, 기량 면에서 전성기에 있다. 호흡도 뛰어나다. 무리키의 경우도 4년째 뛰고 있어 완벽히 조화된 선수다. 골을 담당하는 외국인 공격수들의 기량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 뒤를 받쳐주는 중국선수들을 무시했다가는 당할 수 있다.
광저우는 굉장히 공격적인 경기를 펼친다. 먼저 실점하는 경기가 제법 있는데 그럴 때도 2골을 넣으면 된다는 식으로 치고 올라온다. 슈퍼리그에서도 다른 팀에 비해 득점력이 압도적으로 높다. 1차전이 원정이지만 이번에도 광저우는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그런 공격일변도에서 수비 전환 타이밍을 노리고 뒤를 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양팀 모두 공격수가 뛰어나고 기술도 있어서 재미난 경기가 될 것 같다.”
김용갑 강원 감독: 측면 배후 공간을 집중적으로 노려라
지난 8월 강원의 지휘봉을 잡은 김용갑 감독은 이장수 전 감독을 보좌하며 광저우의 수석코치로 생활을 했다. 선수들과의 친밀도, 그리고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이장수 감독 못지 않다.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무리키는 2010년 김용갑 당시 광저우 수석코치가 직접 브라질에 가서 영입해 왔던 선수다. 김용갑 감독은 전직 광저우 수석코치이자 현직 K리그 감독으로서 가장 세밀하고 현실적인 분석을 해줬다.
“일단 전체적으로 광저우가 위에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누가 이긴다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전방에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파괴력이 좋고 능력이 뛰어나다. 자국 선수들의 구성도 현 대표 선수들이다. 서울도 대표 선수들이 있지만 아직은 젊고 붙박이 주전은 아닌 상황인데 광저우는 대표팀에서도 주축이다.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한국에서 보는 것처럼 높지 않다. 자국 선수들도 좋기 때문에 전체적인 밸런스에서는 광저우가 서울 보다 좋다고 본다. 하지만 서울의 홈이고 기본적으로 경기 운영 능력이 좋은 게 서울 팀이다. 데얀과 몰리나도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무리키, 콘카, 엘케손에게 좋은 패스가 많이 이어진다면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이들에게 볼이 가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데 성공한다면 승산이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무리키다. 빠르고 기술이 좋다. 머리도 영리하기 때문에 팀플레이를 가장 잘 한다. 공을 잡기 전에 압박하고 거칠게 수비하면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탄력이 있기 때문에 한 순간 놓치면 바로 위기를 맞는다. 서울 수비가 상대적으로 발이 느리기 때문에 수비라인을 너무 올리지 않는 게 좋다. 콘카는 순발력이 좋고, 발바닥으로 공을 잘 다룬다. 그런데 성격이 다혈질이다. 제자리에서는 잘 뛰는데 치고 나가는 게 아주 빠르진 않다. 측면에서 계속 괴롭히면 스스로 경기를 그르칠 수 있는 선수다. 광저우의 좌우 풀백을 공략하길 바란다. 장린펑은 도전적이 선수지만 파울이 많다. 그 점을 이용해야 한다. 순시앙은 나이가 있는 편이라 체력이 약점이다. 측면 배후 공간을 집중적으로 노릴 것을 추천한다.”
출처 : 두서있는 축구 201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