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되면 코텐·인천SK 인수 씁쓸한 농담  조회수 : 102 작성일 : 2003-02-05      


로또 당첨되면 코텐·인천SK 인수 씁쓸한 농담

2일 피 말리는 승부를 목전에 두고 한 구단관계자는 경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농을 던지며 잔뜩 호기를 부렸다.

“이번에 1등에 당첨되면 말이지. 여수 코리아텐더랑 인천 SK는 내가 인수할 거라니까! 그 돈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어?”

그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그렇게 되면 주무한테 감독을 시켜준다고 했더니 글쎄 이 친구가 ‘인심 쓰는 김에 단장을 시켜주시죠?’라고 하더라고.”

이 대목에서 그는 머리까지 뒤로 젖히며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연봉이 몇 천만원에 불과한 그가 번듯한 기업들도 조심스러워하는 농구단 인수를 거리낌 없이 들먹인 것은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로또대박’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다.

특히 그는 설날연휴에 실시된 추첨에서 또다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복권당첨금이 500억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듣고 “농구단을 사는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다”며 목에 핏줄을 세우면서 말했다.

그의 이런 허풍은 실제로 당첨만 되면 가능할 수 있는 일이다. 당장 선수들 월급 주는 것이 걱정인 코리아텐더나 구단세일에 나선 인천 SK 모두 40억∼50억원선이면 인수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500억원 돈벼락을 맞으면 2개 농구구단을 사들이는 것은 물론 프로스포츠 최고 인기종목인 야구단 주인까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하지만 이런 주변의 입방아에 속으로 멍드는 쪽은 한시라도 매각이 다급한 코리아텐더와 인천 SK.

그렇지 않아도 몇 십억 로또당첨자가 나왔다는 뉴스 때문에 허탈해진 판에 구단의 생사가 걸린 농구단 매각이 ‘복권 한탕주의’와 맞물려 농구계 호사가들 입에서 쉽게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20여명 선수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거사가 몇몇 농구인들의 농담거리로 전락한 것이 이들로서는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닐 터.

코리아텐더의 한 관계자는 “신문보도를 통해 우리팀을 인수할 계획을 가진 기업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아직 그쪽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지 못했다. 나도 빨리 그들을 만나봤으면 좋겠다”며 복권 이상열풍에 편승한 몇몇 농구인들의 객기와는 대조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스포츠투데이 2003-02-03 11:4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