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 김소월(金素月)

나는 꿈 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가나니, 볼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의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 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느른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山耕)을 김매이는.

<진달래꽃,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