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 심훈(沈熏)

  밤, 깊은 밤 바람이 뒤설레며
  문풍지가 운다.
  방, 텅 비인 방안에는
  등잔불의 기름 조는 소리뿐...

  쥐가 천정을 모조리 써는데
  어둠은 아직도 창 밖을 지키고
  내 마음은 무거운 근심에 짓눌려
  깊이 모를 연못 속에서 자맥질한다.

  아아, 기나긴 겨울 밤에
  가늘게 떨며 흐느끼는
  고달픈 영혼의 울음소리...
  별 없는 하늘 밑에 들어 줄 사람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