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名) - 천상병(千祥炳)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저녁놀이 져가는 것이었다.

그 시간과 밤을 보면서
나는 그때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봄도 가고
어제도 오늘도 이 순간도
빨가니 타서 아, 스러지는 놀빛.

저기 저 하늘을 깍아서
하루 빨리 내가
나의 무명을 적어야 할 까닭을,

나는 알려고 한다.
나는 알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