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사조약 고종 ‘반대’ 를 ‘동의’ 로 수정…日 왜곡문서 처음 찾아냈다  

1905년 을사조약 때 고종이 반대했던 사실을 왜곡한 뒤 마치 고종이 협상 타결을 명령한 것처럼 고쳐 놓은 이토 히로부미 당시 일본 특파대사의 출장보고서인 복명서(復命書) 초안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본보가 14일 일본 조센대 강성은 교수로부터 단독입수한 '이토 히로부미 복명서 초안'의 제 24행에는 '한국 황제는 대체로 이번의 제안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고'란 문구의 '하는 것이 아니고' 위에 줄이 그어져 있고 바로 옆에 '동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으로 고쳐져 있다. 애초에는 고종이 일본측의 을사조약 제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기록했다가 나중에 반대한 사실을 흐리는 방식으로 문장을 고쳐쓴 것이라고 강 교수는 밝혔다.

문서는 이어 '(한국 황제가) 이에 동의하는 편이 오히려 한국 장래의 국시에 따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바와 같이… 당국에 명령해 일본 정부의 제안에 기초해 타협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추가 기입해 고종이 협상을 마치 지시한 것처럼 했다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강 교수는 "복명서 초안 원본의 경우 문제의 부분에 붉은 색 줄이 그어져 있었다"며 "가필한 흔적이 뚜렷이 드러난 만큼 고종의 지시로 을사조약 협상이 이뤄졌다는 일부 일본 학자들의 주장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명서는 을사조약 체결 강요를 위해 우리나라에 건너온 이토가 1905년 11월18일 을사조약을 맺은 뒤 일본에 돌아가 일왕에게 올린 출장보고서로 같은 해(메이지 38년) 12월8일 작성된 것으로 돼 있다. 실제 일왕에게 제출된 최종본은 1958년에 간행된 '일본 외교문서'에 수록돼 있으나 초안은 미발견 상태였다.

강 교수는 2001년 일본 국회도서관 헌정자료실에 소장된 '쓰즈키 게이로쿠 관계문서'에서 복명서 초안을 찾아냈으며 이 초안이 당시 일본 추밀원 서기관장으로 이토의 방한을 수행했던 쓰즈키가 작성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강 교수가 찾아낸 초안은 조약이 고종의 동의없이 강제로 체결됐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문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일본 사학계에서는 이토 복명서 최종본과 '오대신상소문'(을사오적이 조약체결 뒤 고종에게 바친 상소문) 등에 근거한 '을사조약 합법론'이 우세했다"며 "그러나 조작된 초안이 발견됨으로써 한국 황제가 협상을 지시했다는 일본의 다른 공식 기록들도 짜맞춘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적요는 요약한 문서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부속서 1호에서 8호까지의 초안도 발굴해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을사조약이란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조약이다. 강제로 맺어졌다는 의미로 을사늑약, 혹은 제2차 한일협약,을사5조약이라고도 한다. 5개 조항으로 돼 있는데 ‘한국이 외국에 대하는 관계 및 사무를 일본이 감리·지휘한다’(1조) ‘일본 정부의 중재없이 한국이 다른 나라와 어떠한 조약도 체결하지 않는다’(2조) ‘일본은 한국 황제의 궐내에 1명의 통감을 둬 외교에 관한 사항을 전적으로 관리한다’(3조) 등이 주 내용이다. 조약 체결에 따라 외국에 있던 한국 외교기관은 모두 폐지됐고,영국과 미국,청나라,독일,벨기에 등은 공사관을 철수시켰다.

일본 정부는 을사조약에 대해 당시에는 유효했지만 1951년 일본이 한국의 독립을 승인한 결과 지금은 무효가 됐다는 주장을 펴 합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조약 자체가 강압에 의한 불법이므로 정당한 효력의 발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고종이 서구 여러 나라에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작성한 친서와 을사조약 무효를 선언한 문서,이토 히로부미 등이 헌병의 경호를 받으며 한국 정부 인사와 협상장에 들어섰다는 내용이 담긴 당시 주한 미국공사의 보고서 등이 발견돼 강제 체결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 이토 히로부미 복명서 어떻게 왜곡됐나  

이토 히로부미 복명서 초안은 일부 일본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을사조약 유효설'을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복명서 어떻게 고쳐졌나=공식 사료로 사용되고 있는 이토 히로부미 복명서(최종본)는 보고 개요를 적은 '봉사기사적요'(적요)와 주요활동을 건별로 설명한 8개의 부속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일본 조센대 강성은 교수에 의해 수정 사실이 밝혀진 문서는 '적요'로 한국 황제가 당국자에게 타협을 이루도록 명령을 내리겠다고 이토 히로부미에게 약속을 했다는 내용이다.

초안에는 이토가 1905년 11월1일 일왕의 명을 받고 경성(서울)에 건너온 뒤 고종을 단독 알현하려고 요청했으나 고종의 환우 때문에 알현이 연기되는 등 을사조약 추진 경과가 요약돼 있다. 이어 본격적인 조약 체결 과정을 기술하면서 '(한국 황제에 있어서도 대체로 이번 제안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고'(同意セラルルニアラザレバ)로 썼다가 '동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 및 이에 동의하는 편이 오히려 한국 장래의 국시에 따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바와 같이'(同意セラルルノ止ムヲ得ザル所以?ニ之ニ同意セラルル方却テ韓?將來ノ?是ニ副フモノアルヘキヲ覺ラレタルカ如ク)로 수정하고 있다. 이어 '본 대사에게 약속한 바 당국에 명하여 일본 정부의 제안에 의거하여 타협을 수행할 것을 노력해야 되는 취지를 갖고,그에 덧붙여 본 대사에게 부탁하니'로 가필하고 있다. 고종이 반대했다는 사실보다는 동의했다는 쪽에 초점을 맞춘 뒤 고종이 을사조약 체결을 추진하도록 명령했다고 쓰고 있는 셈이다.

초안에서는 또 36행 '회합담판'과 44행 '협의'라는 단어 역시 모두 '협상'으로 고쳐져 있는데,이는 정식 교섭이란 의미가 강한 단어를 집어 넣어 조약 체결의 적법성을 내세우려는 의도라는 게 강 교수의 지적이다.

◇고종의 역할과 관련한 논쟁=하라다 다마키 일본 히로시마여대 교수는 2001년부터 복명서와 오대신상소문,고종황제실록,승정원일기,일성록 등 기록에 같은 내용이 있음을 근거로 '고종 협상 지시설'을 제기했다. 일본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비준을 요하지 않는 국제약속이었으므로 을사조약은 유효하다'는 '유효설'을 강화하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일본 학자들의 '고종의 협상 지시설'의 근거로 쓰인 복명서가 초안과의 비교없이 사료로 쓰였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껴 초안 발굴에 나선 끝에 고종이 을사조약에 반대한 사실을 왜곡한 문서를 확인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협상 지시설'의 다른 근거인 오대신상소문과 일본측 자료인 '일한신협약조인시말'(日韓新協約調印始末·복명서 부속서 제4호)의 관련 내용이 가필된 복명서를 '모범답안'으로 을사조약에 동조한 자들이 짜맞춘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고종의 공식 일기인 일성록 역시 당시 일제에 공식 기록 편찬권을 뺏긴 상황이어서 올바른 기술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짜맞추기의 원출처인 복명서에 가필된 내용과 정반대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이 발견돼 '협상 지시설'을 강력하게 반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어떻게 발견됐나=강 교수는 하라다 교수의 주장을 검토하면서 일본측 자료이면서 동시에 작성 시기가 가장 빠른 문서,즉 복명서를 주목했다. 강 교수는 당시 이토 주변의 사람들이 뭔가 흔적을 남겼으리라 생각하고 그들과 관련된 문서를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다.

2001년 일본 국회도서관 헌정자료실에서 강 교수는 이토의 수행비서였던 쓰즈키 게이로쿠의 관계문서를 열람하던 중 '적요' 초안을 찾아냈다. 고문서의 경우 손상이 우려돼 복사가 불가능하므로 도서관측의 촬영을 통한 특수인쇄를 거쳐 문서로 넘겨받았다. 강 교수는 같은 해 11월 미국 하버드대에서 개최된 을사조약 관련 국제학술회의에서 복명서 초안의 조작 사실을 보고했으나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국민일보 200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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