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1959-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 보렴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 지성사. 2009)

시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하여 시인의 생각 전부를 들춰낼 필요는 없다. 그건 평론가나 학자들의 몫. 발표된 한 편의 시는 이미 시인의 것이 아니라 읽는 독자의 것이다. 우리는 송찬호라는 시인을 이해하기 위해 시를 읽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읽는 것이다.

송찬호의 이 시는 차가운 겨울의 은빛 금속 같다. 홀수 연은 화자가, 짝수 연은 고양이의 독백으로 짜인 것으로 읽으면 은빛 금속 위에 그린 한 그림이 보인다.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돌아온 비린내 투성이의 고양이. 화자는 혹은 고양이는 빈 접시를 내밀며 그것이 희고 둥근 달이라고 말한다. 맑게 씻은 접시를 달처럼 핥으며 화자는 마음의 비린내를 씻자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이 그림을 윤리적으로 읽는 것이 옳을까?

이 시는 아름답지만 불편하다. 왜 그럴까...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내일 아침이면 또 누군가의 비린내를 찾아다니는 그 고양이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매일신문. 노태맹 시인 2015.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