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처세술] 신야, 장판교의 전투  

자기 자식보다 부하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가  

건안 13년(208년) 봄, 형주에서는 당주인 유표의 병이 위중하여, 차남인 유종이 후사를 이었다. 이 사람은 아직 젊고, 더구나 무능하여 실권은 식객인 유비가 장악하게 되었다.  

한편, 오환을 정벌하기 위한 원정에도 성공하여, 화북을 완전히 제압한 조조는, 드디어 시선을 남쪽으로 돌렸다. 그의 입장으로서 보면, 형주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유비가 몹시 마음에 거슬렸던 것이다.  

'건방진 멍석 장수 녀석, 이번 만큼은 용서하지 않으리라...'  

이렇게 마음을 먹은 조조는, 7월 원정군을 편성하여 단숨에 남쪽으로 진격해 들어갔다.  

유비는 신야라는 작은 성에서 조조의 대군을 도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습격하였다. 위나라 군대의 선봉은 조조의 조카인 조인이 이끄는 3만의 정예병이었다. 조인의 군대는 기마대를 선두로 하여 일제히 신야성으로 돌격하였다.  

처음으로 작전 지도를 맡은 참모 공명의 지시에 따라, 유비의 군대는 신야의 성을 버리고, 주변의 언덕에 매복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조인의 부대가 성 안으로 들어간 순간, 여기저기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좁은 성안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아차, 속았구나."  

조인은 퇴각 명령을 내렸으나, 이미 때는 늦어서 주변의 언덕으로 부터 유비의 군대가 공격해 왔다. 전방에는 불, 후방으로부터는 화살로 협공을 당해, 조인의 부대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되었다. 간신히 본부대로 도망쳐온 병사의 보고를 받고, 조조는 노발대발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유비라는 놈이, 건방진 짓을. 이렇게 된 이상에는 내가 숨통을 끊어 놓고 말리라. 기다리라!"  

조조가 본부대를 거느리고 싸움터에 도착했을 때에, 유비군은 신야를 뒤로 하고 철퇴하는 중이었다. 군대뿐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신야성 안에서 살던 주민 수백 명을 이끌고 가는 터라, 지지 부잔하여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금새 조조의 기마대가 뒤를 쫓아왔다.  

"적군은 거치적거리는 비전투원을 거느리고 있다. 단숨에 몽땅 없애버려라."  

라고 조조가 지시하자, 일제 공격이 시작되었다.  

참모 공명은 조운과 장비를 맨 뒤편에 남기고, 본진을 우선적으로 도망하도록 하였다. 그러는 동안에 밤이 되어, 적군과 아군의 구별도 못할 지경의 혼전이 벌어졌다. 맨 뒤편에 남아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던 조운, 자는 자룡은, 거의 한잠도 못 자고 전투에 임하였다. 창끝은 너덜너덜 이가 빠지고, 도대체 적을 몇명이나 죽였는지 자신도 모르는 지경이었다.  

아침 안개 속에서 또다시 조조군의 한 부대와 마주쳤는데, 문득 보니 중견 장교 중의 하나인 미축이 사로잡혀서 적군의 말에 묶여 있지 않는가. 깜짝 놀란 조운은 단숨에 적을 베고, 미축을 구출해 내었다.  

"아이고 조자룡 장군, 덕분에 살아 났습니다."  

"적에 사로잡힌 사람이 또 있는가?"  

"저쪽에 주군의 부인께서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고 앉아 계십니다."  

"뭐? 부인께서..."  

"예, 미씨 부인과 어리신 아두(阿斗)님이십니다."  

조운이 급히 달려가 보니, 낡은 우물가에서 유비의 부인인 미씨가 주군의 외아들인 아두를 안고 쓰러져 울고 있었다.  

"부인, 어서 이 말을 타십시오."  

"아, 조장군, 잘 오셨어요. 어서 이 아두님을 주군님 계신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적이 따라오고 있습니다. 어서 이 말에..."  

"아니오, 나는 이 몸으로는 도저히... 그것보다는 그대는 말이 없이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니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어서 이 아이를..."  

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갓난아기를 조운에게 내어 맡기고, 자신은 갑자기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어서, 그 대단한 조운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판자조각으로 우물을 덮어 위장한 후에, 갑옷의 가슴받이를 벗어던지고 아두를 품에 안고서 말 위에 뛰어올라 쏜살같이 도망쳤다.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모조리 베어 죽였다.  

마침, 그때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던 조조는 번개같이 달려가는 적의 기마병을 보았다.  

"어떤 놈이냐! 저 놈을 잡아라."  

하고 조조가 소리를 쳤을 때는, 조운은 장판교의 목전에까지 와있었다. 다리 옆에 서있는 장비를 향하여,  

"장장군, 뒷일을 부탁하오."  

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는 얼른 다리를 건너서 강 건너편에 있는 유비의 본진으로 뛰어들었다.  

숨을 헐떡이며, 유비 앞에 엎드려 조운이 외쳤다.  

"주군님, 유감스럽게도 부인은 구출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급히 갑옷을 헤치고 보니, 놀라웁게도 아두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지 아니한가. 조운의 손에서 갓난아이를 건네받은 유비는 급히 위엄과 예의를 갖추고,  

"이 바보 녀석, 너 때문에 나는 하마터면 둘도 없는 용감한 장수 하나를 잃을 뻔 했구나!"  

하며, 짐짓 과시하는 듯한 태도로 어린아이를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경극에 나오는 이 광경은 관람자들의 갈채를 받으며, 관중이 감격하여 울게 만드는 긴요한 부분으로, 유비라는 어진 군주가 얼마나 부하를 소중히 여겼던가를 잘 말해주는 장면이다.  
  

죽을 고비를 벗어나려면 필사적으로 대처하라
  
한편 조운에게서 인계를 받은 장비는, 일장팔척의 창을 들고 혼자서 장판교 다리 위에 버티고 서있었다.  

"뭐야, 저놈은."  

하고 조조의 장수 두 명이 장비에게로 돌진했으나, 그 긴 창의 일격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아아..."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위나라 군대의 병사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그곳까지 쫓아온 조인, 이전, 하후돈 등 여러 장수들도 장비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놀라 말을 멈추었다. 거기에 달려온 조조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자네들, 왜 여기에 멈추어 서있는 것인가."  

그러자 다리 위에서 장비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연(燕) 땅의 장비다. 내로라 하는 녀석이 있으면 나와보라!"  

위나라 군병들은 이 목소리에 기가 질려 주춤거리게 되었다. 장비는 적군이 술렁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창을 바싹 당기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녀석들아! 덤빌 텐가, 도망칠 텐가, 분명히 하라."  

"뭣이라고? 겨우 한 녀석밖에 없는 주제에."  

하며, 장수들이 달려들려고 하니 조조가 그것을 저지하였다.  

"참아라."  

조조는 전에 안량과 함께 문추를 정벌하였을 때에 관우를 칭찬하니, 관우가,  

"정승님, 강하기로 말하면 이 사람의 의동생인 장비 쪽이 훨씬 위입니다. 장비는 싸움터에 나서기만 하면, 적의 목베기를 호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아주 간단히 해치우는 사나이입니다."  

라고 말했던 것을 상기하였다. 과연 강해 보이는 녀석이었다. '방금 전에 사람이 없는 들판을 달려가듯 활약을 했던 그 적장이 관우라든가, 장비라든가, 유비란 녀석은 좋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군.'라고 조조는 감탄하였다.  

"됐다. 지금은 일단 물러가도록 하자."  

조조가 철퇴한 것은 눈 앞에 장승처럼 버티고 서있는 장비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용사를 죽이는 것을 아깝게 생각한 것과, 강 건너에 복병이 있을런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운과 장비의 분투에 의해서 유비의 본진은 위나라 군대에게 붙잡히지 않고 도망쳐, 피할 수가 있었다. 조운과 장비 두 사람은, 자신의 몸을 내던져 주군 일가를 구했으며 자신들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전법이라는 것은, 결국 사지를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 셈이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처세술을 삼국지의 조조, 손권, 유비를 통해 알아본다. 여기에 잇는 자료는 "삼국지를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松本一男 지음, 이주영 옮김, 이목출판, 1995년 12월 10일 초판발행, 6,000원)" 에 나오는 자료로서 독자 여러분들은 이 책을 한권 구입하여 자기의 가까운 곳에 놓아 두고 자주 읽어 봄으로써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처세술을 익히기 바랍니다.>


소설 三國演義
第001 - 019回 桃園結義, 除董卓, 三讓徐州, 斬呂布
第020 - 038回 煮酒論英雄, 千里走單騎, 滅袁紹, 三顧茅廬
第039 - 059回 長板坡, 赤壁之戰, 三氣周瑜, 戰馬超
第060 - 080回 入西川, 逍遙津, 取漢中, 失荊州, 魏蜀稱帝
第081 - 105回 彝陵之戰, 七擒孟獲, 六出祁山,
第106 - 120回 九伐中原, 破西蜀, 三分歸一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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