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이적

박찬호(37)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5일(한국시간) 박찬호의 새 진로는 피츠버그로 결정됐다. 당초 웨이버 공시에 대해 클레임을 건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트레이드 기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트레이드인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도 <순(純)스포츠>와의 전화 통화에서 구단으로부터 통보를 받았으며 내일 팀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명 양도 공시가 되면 7일 간의 트레이드 기간과 3일 간의 웨이버 공시 기간을 거친 후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 마이너행을 받아들이거나 FA가 될 수 있다. 이에 트레이드나 웨이버 공시 기간에 클레임을 걸어 데려가게 되면 기존 계약을 떠 안아야 한다. 박찬호가 양키스와 맺은 계약은 1년간 120만달러다.

이는 피츠버그가 그 만큼 박찬호에 대한 필요성을 높게 여겼음을 의미한다. 피츠버그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앞서 마무리 옥타비오 도텔과 좌완 셋업맨 하비에르 로페스를 각각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로 보냈으며, 다른 투수 2명에 대한 권리도 최근 일본 프로 구단에 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닐 헌팅턴 단장은 불펜에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투수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찬호는 열흘 간의 트레이드-웨이버 공시 기간을 거쳐 FA가 될 경우 적지 않은 팀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세인트루이스와 탬파베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피츠버그의 유니폼을 입게 됨으로써 박찬호는 우승반지에 대한 도전은 미루게 된 반면 1승 남은 아시아 최다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또한 시즌 후 재도전을 위한 착실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피츠버그라는 면에서 기회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순(純)스포츠 2010-08-05)

▼ '만년꼴찌' 피츠버그는 왜 박찬호를 택했나?
이데일리 | 이석무 | 입력 2010.08.05 09:50 | 수정 2010.08.05 10:34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뉴욕 양키스에서 웨이버 공시된 박찬호(37)를 영입하기로 나선 것은 다소 뜻밖이다.

피츠버그는 5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37승70패 승률 3할4푼6리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심지어 양대리그 전체 30개 팀을 통틀어서도 볼티모어 오리올스(.311)에 이어 두 번째로 승률이 낮다.

피츠버그는 올시즌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만년 하위이다. 1992년 이후 포스트시즌은 커녕 5할 이상 승률도 거두지 못했을 정도다. 197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는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다 오래된 얘기일 뿐이다. 5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모두 1980년대 이전에 이룬 결과였다.

올시즌에도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핵심 구원투수인 마무리 옥타비오 도텔과 좌완 하비에르 로페스, 우완 D.J. 카라스코를 다른 팀으로 보내며 일찌감치 리빌딩에 돌입했다. 그런 상황에서 잔여 연봉을 떠안으면서까지 37살의 노장 박찬호를 데려온 것은 의외다.

피츠버그가 전격적으로 박찬호를 영입하게 된 것은 5일 신시내티전 4-9 패배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경기에서 피츠버그는 1-3으로 뒤지던 7회초 구원투수들이 무려 6점이나 내주면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피츠버그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3명의 주축 구원투수들을 내보낸 뒤 안그래도 허약한 불펜진이 더욱 흔들리는 모습이다. 트레이드 이후 피츠버그 불펜진의 성적인 16⅓이닝 동안 27피안타에 19실점을 허용했다.

그런만큼 경험이 풍부한 박찬호가 현재 최악의 불펜 상황을 개선시켜줬으면 마음이 간절하다. 박찬호가 아메리칸리그보다 내셔널리그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점도 피츠버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17년동안 활약하면서 통산 122승을 거둔 박찬호가 젊은 투수 유망주의 성장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엿볼 수 있다.

박찬호에게도 피츠버그행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원하는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는 무산됐지만 치열한 순위싸움에서 벗어나 불안했던 투구내용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 동시에 양키스에서 부진했던 모습을 만회하고 실추된 주가를 다시 끌어올릴 찬스가 될 전망이다.

박찬호가 피츠버그 불펜진에 합류하게 되면 곧바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조엘 한라한(49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3.40), 션 갈라거(24경기 1승무패 평균자책점 4.98)정도가 핵심 불펜투수들이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만큼 새로운 팀 피츠버그에서 박찬호에게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 박찬호, 왜 피츠버그로 갈 수 밖에 없었나?

박찬호의 피츠버그행은 선수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이적이 전 소속팀 뉴욕 양키스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1일 지명 양도 공시된 박찬호는 10일 이후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지명 양도 공시 된 선수를 열흘 이내에 영입하려면 최초 계약조건을 그대로 승계해야 하고. 전 소속팀에 선수나 현금을 줘야 한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팀들은 지명 양도 선수에게 웬만해서는 지명을 하지 않는다.

당초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등이 박찬호 영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 팀은 박찬호가 FA(자유계약선수)로 나오면 계약을 맺을 계획이었다. 박찬호 입장에서는 FA 자격을 얻은 뒤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팀으로 이적을 원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하위팀 피츠버그가 박찬호를 낚아챘다. 박찬호는 피츠버그행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

전 소속팀 뉴욕 양키스 입장에서는 원했던 결과를 얻은 셈이다. 박찬호를 조건 없이 풀어주는 것보다는 지명 양도 공시 후 열흘 안에 어느 팀에라도 트레이드 시키는 편이 여러모로 이득이 남는다. 박찬호의 잔여 연봉도 절약하고. 선수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왕이면 타 리그의 약팀으로 이적 시키는 것이 유리했다. 만약 박찬호가 FA 자격을 얻어 필라델피아 등 강팀으로 옮겨갔다면 향후 월드시리즈에서 박찬호를 만날 수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었다. 양키스로서는 혹시 모를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10일 이전에 적극적으로 트레이드 협상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양키스에게 피츠버그는 모든 조건에서 가장 적합한 팀이었던 셈이다. (뉴시스 2010-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