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刺繡)- 허영자(許英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靑紅)실
따라서 가면
가슴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내올 듯

머언
극락정토(極樂淨土) 가는 길도
보일 성싶다

<가슴엔 듯 눈엔 듯, 1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