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豆滿江) - 김규동(金奎東)

얼음이 하도 단단하여
아이들은
스케이트를 못 타고
썰매를 탔다.
얼음장 위에 모닥불을 피워도
논지 않는 겨울 강.
밤이면 어둔 하늘에
몇 발의 총성이 울리고
강 건너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 멀리 들려 왔다.
우리 독립군은
이런 밤에
국경을 넘는다 했다.
때로 가슴을 가르는
섬뜩한 파괴음은
긴장을 못 이긴 강심 갈라지는 소리.
이런 밤에
나운규는 '아리랑'을 썼고
털모자 눌러 쓴 독립군은
수많은 일본군과 싸웠다.
지금 두만강엔
옛 아이들 노는 소리 남아 있을까?
강 건너 개 짖는 소리 아직 남아 있을까?
통일이 오면
할 일도 많지만
두만강을 찾아 한번 목놓아 울고 나서
흰 머리 날리며
씽씽 썰매를 타련다.
어린 시절에 타던
신나는 썰매를 한번 타 보련다.

<현대 문학,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