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진비래(興盡悲來) ◑

▶ 興 흥겨울 흥, 盡 다할 진, 悲 슬플 비, 來 올 래

▶ 즐거운 일이 다하면 슬픈 일이 오고 고생이 다하면 즐거음이 온다. 흥망성쇠 (興亡盛衰)가 번갈아 온다.  

▶ 왕발(王勃)(649-676)의 자는 자안(子安), 6세 때부터 문장을 쓴 천재였다. 당 고종 때 뛰어난 재주를 인정받아 박사(博士)가 되었으나, 여러 왕족들의 우열을 닭싸움에 비유하여 , 투계격문(鬪鷄檄文)을 썼다가 고종의 노여움을 사, 자신은 유배되는 신세가 되었고, 그의 아버지는 벼슬이 깎이어 교지로 쫓겨나게 되었다. 교지자사(交址刺史)로 먼저 간 부친을 만나기 위해 가는 길에 남해(南海)에 빠진 것이 원인이 되어 죽었다.

 '초당사걸(初唐四傑)'로 꼽히는데 글을 지을 때는 먼저 먹을 많이 갈아놓고 술을 마신 뒤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숨 잔 뒤 일어나 붓을 휘둘러 글을 짓는데 한 자도 고칠 자가 없어 사람들이 복고(腹藁;배 속에 원고가 있음)라고 했다.
  
  등왕각서(滕王閣序)는 왕발이 교지로 먼저 부임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하여 가던 길에 홍주에 들렀을 때, 마침 염백서(閻伯嶼)가 등왕각을 중수한 기념 잔치를 베풀고 있던 자리에 참석하여 지은 글로, 고종이 이 글을 읽고 왕발을 다시 부르려 했으나 이미 왕발이 죽고 없어 안타까워했다는 고사가 전할 만큼 걸작으로 꼽히는 글이다.

豫章故郡(예장고군)
옛 예장군이었던 이곳은

洪都新府(홍도신부)
홍주(洪州)의 새로운 치소가 되었다

星分翼軫(성분익진)
별자리로는 익(翼)과 진(軫)에 해당하는 땅으로,

地接衡廬(지접형려)
형산(衡山)과 여산(廬山)에 접해 있다.

襟三江而帶五湖(금삼강이대오호)
삼강(三江)을 옷깃처럼, 오호(五湖)를 허리띠처럼 두르고

控蠻荊而引甌越(공만형이인구월)
형만(荊蠻)을 누르고 구월(甌越)7)을 끌어당긴다.

物華天寶(물화천보)
이곳 물산의 정화는 하늘이 내린 보배이니

龍光射牛斗之墟(용광사우두지허)
용천검8)의 광체가 견우성과 북두성 사이를 쏘았고

人傑地靈(인걸지영)
인물은 걸출하고, 땅은 영기가 있어

徐孺下陳蕃之榻(서유하진번지탑)
서유자(徐儒子)는 태수 진번(陳蕃)이 내주는 평상에 앉았다.

雄州霧列(웅주무열)
경치 좋은 주군(州郡)이 안개처럼 즐비하고

俊彩星馳(준채성치)
광채가 나는 준걸들이 밤하늘의 뭇 별처럼 찬란하게 활약하고

臺隍枕夷夏之交(대황침이하지교)
형만과 중화의 사이에 새워진 누대(樓臺)와 해자에

賓主盡東南之美(빈주진동남지미)
동남의 훌륭한 인물들이 주인과 빈객으로 모두 모였다.

都督閻公之雅望(도독염공지아망)
도독 염공(閻公)의 고상한 인망을 갖추어

棨戟遙臨(계극요임)
게극을 앞세우고 멀리서 부임해왔다

宇文新州之懿範(우문신주지의범)
신주(新州)의 태수로 부임하러 가는
우문(宇文)의 아름다운 행렬은

襜帷暫駐(첨유잠주)
수레를 멈추고 휘장을 걷었다.

十旬休暇(십순휴가)
마침 공휴일이라서

勝友如雲(승우여운)
훌륭한 벗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千里逢迎(천리봉영)
천리 먼 곳의 사람들도 맞아들이니

高朋滿座(고붕만좌)
고명한 친구들이 자리에 가득했다.

騰蛟起鳳(등교기봉)
솟아오르는 교룡 같고 춤을 추는 봉황새 같은

孟學士之詞宗(은맹학사지사종)
문장의 사종(詞宗)은 맹학사이고

紫電淸霜(자전청상)
자전(紫電)과 청상(靑霜)과 같은 보검의 기개를 갖춘 인물들은

王將軍之武庫(왕장군지무고)
왕장군의 무기고의 쌓인 무기처럼 즐비하다.

家君作宰(가군작재)
우리 아버님이 현령이 되시니

路出名區(로출명구)
가시는 길에 유명한 이곳을 지나셨다.

童子何知(동자하지)
어린 제가 무엇을 알아서

躬逢勝餞(궁봉승전)
이 훌륭한 잔치를 만났겠는가?

時維九月(시유구월)
때는 구월

序屬三秋(서속삼추)
계절은 가을이다.

潦水盡而寒潭淸(료수진이한담청)
홍수물은 다 마르고 차가운 연못의 물은 맑다.

煙光凝而暮山紫(연광응이모산자)
안개는 엉기고 저녁노을에 저민 산은 붉다.

儼驂騑於上路(엄참비어상로)
말 네 필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여행길에 올라

訪風景於崇阿(방풍경어숭아)
높은 산으로 풍광을 찾아간다.

臨帝子之長洲(임제자지장주)
제자(帝子)의 땅 장주에 임하니

得仙人之舊館(득선인지구관)
선인의 옛 관저가 있었다.

層巒聳翠(층만용취)
중첩한 산봉우리들은 비취빛을 띠고 솟아올라

上出重霄(상출중소)
높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飛閣流丹(비각류단)
나는 듯한 누각에 단청빛 흐르고

下臨無地(하임무지)
아래를 보니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鶴汀鳧渚(학정부저)
학과 오리가 노니는 물가는

窮嶋嶼之縈廻(궁도서지영회)
섬을 둘러 끝없이 이어져 있고

桂殿蘭宮(계전란궁)
계수나무 궁전과 목란 궁궐이

列岡巒之體勢(열강만지체세)
언덕과 산봉우리가 열지어 있다.

披綉綉闥(피수수달)
채색한 작은 문을 열고

俯雕甍(부조맹)
조각한 용마루 얹은 누각을 굽어보니

山原曠其盈視(산원광기영시)
광할한 산과 들이 시야에 가득차고

川澤盱其駭矚(천택우기해촉)
시내와 못은 하도 커서 보는 이의 눈을 놀라게 한다.

閭閻撲地(여염박지)
마을의 민가들은 촘촘하여 빈틈이 없이 늘어서 있는데

鍾鳴鼎食之家(종명정식지가)
그 중에는 때 마다 종을 울려 모으고
솟을 걸어놓고 식사하는 큰 집도 있다.21)

舸艦迷津(가함미진)
큰 배와 전함들이 정박지를 찾아 헤매는데

靑雀黃龍之舳(청작황룡지축)
뱃고물에 그린 청작과 황룡이 보인다.

虹銷雨霽(홍소우제)
무지개 사라지고 비도 개니

彩徹雲衢(채철운구)
햇살이 구름 사이에서 드러난다.

落霞與孤騖齊飛(낙하여고무제비)
스러져 가는 저녁놀은 외로운 들오리와 함께 날고

秋水共長天一色(추수공장천일색)
가을 물빛은 푸른 하늘과 길게 이어져 한 빛을 이루었다.

魚舟唱晩(어주창만)
저녁 풍경을 노래하는 어부의 노래소리는

響窮彭蠡之濱(향궁팽려지빈)
팽려의 물가에 울려퍼지고

鴈陣驚寒(안진경한)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의

聲斷衡陽之浦(성단형양지포)
우는 소리는 형양의 포구에서 멈춘다.

遙吟俯暢(요음부창)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며 읊조리다
고개를 떨구어 생각에 잠기니

逸興遄飛(일흥천비)
은사가 되고픈 생각으로 재빨리 하늘을 나른다.

爽籟發而淸風生(상뢰발이청풍생)
상쾌한 피리소리 울리니 시원한 바람 일고

纖歌凝而白雲遏(섬가응이백운알)
고운 노랫소리가 함께 엉기어 흰 구름이 머물다 간다.

睢園綠竹(수원록죽)
수원의 푸른 대나무,

氣凌彭澤之樽(기릉팽택지준)
도연명의 술단지 속의 국화주 향기를 능가하고

鄴水朱華(업수주화)
등왕각의 연꽃은 업수 강변 동작대의 것보다 붉으며

光照臨川之筆(광조임천지필)
등왕각의 광채는 임천내사 사령운(謝靈運)25)의
아름다운 문장처럼 빛난다.

四美具(사미구)
오늘 이 자리가 네 가지 아름다움을 다 갖추고26)

二難幷(이난병)
갖추기 어려운 현주(賢主)와 가빈(嘉賓)
두 가지 것도 함께 있으니

窮睇眄於中天(궁제면어중천)
하늘 중천까지 눈길 다 주고

極娛遊於暇日(극오유어가일)
한가한 날에 마음껏 즐겨 논다

天高地逈(천고지형)
하늘은 높고 땅은 아득하니

覺宇宙之無窮(각우주지무궁)
우주가 무궁광대함을 깨달았다.

興盡悲來(흥진비래)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오니

識盈虛之有數(식영허지유수)
차고 비는 것에는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것 알았도다

望長安於日下(망장안어일하)
멀리 태양아래 있는 장안을 바라보며

指吳會於雲間(지오회어운간)
구름 사이에 있는 오군과 회계군을 가리켜본다

地勢極而南溟深(지세극이남명심)
지세가 다하니 남쪽 바다가 깊고

天柱高而北辰遠(천주고이북신원)
하늘기둥은 높고 북극성은 멀기도 하다.

關山難越(관산난월)
관애산천(關隘山川)은 넘기가 어려우니

誰悲失路之人(수비실로지인)
누가 길 잃은 사람을 슬퍼해 주리오!

萍水相逢(평수상봉)
부평초와 물이 만났으니

盡是他鄕之客(진시타향지객)
이들 모두가 타향의 길손이로다!

懷帝閽而不見(회제혼이불견)
제왕의 궁문을 그리워해도 보이지 않으니

奉宣室以何年(봉선실이하년)
어느 해라야 선실에서 봉명할까?

嗚呼(오호)
아아!

時運不齊(시운불제)
시운이 고르지 못하고

命途多舛(명도다천)
운명은 어긋나는 일이 많구나!

馮唐易老(풍당이노)
풍당은 늙기 쉬웠고

李廣難封(이광난봉)
이광은 공적이 있어도 봉해지기 어려웠다

屈賈誼於長沙(굴가의어장사)
가의가 장사에 좌천되어 굴욕을 받아야 했던 것은

非無聖主(비무성주)
성군을 만나지 못해서가 아니었고

竄梁鴻於海曲(찬양홍어해곡)
양홍이 달아나 바닷가에서 숨어산 것은

豈乏明時(기핍명시)
어찌 밝은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겠는가?

所賴君子安貧(소뢰군자안빈)
내가 믿는 바, 군자는 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達人知命(달인지명)
달인은 자신의 천명을 안다

老當益壯(로당익장)
늙어질수록 더욱 강해진다면

寧知白首之心(영지백수지심)
어찌 노인과 같은 나약한 마음을 갖겠으며

窮且益堅(궁차익견)
가난할수록 더욱 굳세어진다면

不墮靑雲之志(불타청운지지)
어찌 청운의 뜻을 접겠는가?

酌貪泉而覺爽(작탐천이각상)
탐천의 물을 마셔도 상쾌함을 느끼고

處涸轍以猶懽(처학철이유환)
곤궁함에 처해도 오히려 기쁠 것이다.

北海雖賖(북해수사)
북해가 비록 아득하여도

扶搖可接(부요가접)
회오리바람을 타면 아직 가볼 수 있고

東隅已逝(동우이서)
젊은 시절은 이미 지나갔지만

桑楡非晩(상유비만)
노년기는 아직 아니도다!

孟嘗高潔(맹상고결)
맹상은 성품이 고결하나

空懷報國之心(공회보국지심)
공연히 나라에 보답할 마음만 가졌고

阮籍猖狂(원적창광)
완적은 미친 듯이 행동하였으니

豈效窮途之哭 (기효궁도지곡)
어찌 막다른길에서의 통곡을 본받겠는가?

勃(발)
나 왕발은

三尺微命(삼척미명)
삼척의 예대를 둘렀던 미관말직 출신에

一介書生(일개서생)
일개 서생에 지나지 않는지라,

無路請纓(무로청영)
배대끈을 청해 보국할 길을 찾을 수 없으니

等終軍之弱冠(등종군지약관)
약관의 종군이 했던 일을 기다렸다가

有懷投筆(유회투필)
붓을 던져버리고 군대에 들어갈 생각도 해 보았으나

慕宗慤之長風(모종각지장풍)
종각의 장풍을 부러워도 했다

舍簪笏於百齡(사잠홀어백령)
백 살이 될 때까지 벼슬할 생각 버리고

奉晨昏於萬里(봉신혼어만리)
만리 먼 곳에 계신 부모님 안부를 받들리라

非謝家之寶樹(비사가지보수)
나는 사씨 집안의 훌륭한 자제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接孟氏之芳隣(접맹씨지방린)
맹자처럼 좋은 이웃은 두겠습니다.

他日趨庭(타일추정)
훗날 집에 돌아가 뜰을 종종걸음으로 지날 때

叨陪鯉對(도배리대)
공자의 아들 리(鯉)가 배운 것처럼
나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今晨捧袂(금신봉몌)
오늘 소매를 받쳐 들고

喜托龍門(희탁용문)
용문(龍門)에 기탁하니 기쁘도다

楊意不逢(양의불봉)
양득의(楊得意)를 만나지 못하여

撫凌雲而自惜(무릉운이자석)
능운부를 읊조리며 스스로 애석해 한다.

鍾期旣遇(종기기우)
종자기는 이미 만났으니

奏流水以何慙(주류수이하참)
흐르는 강물을 연주하는 것이 어찌 부끄럽겠는가?

嗚呼(오호)
아아 !

勝地不常(승지불상)
이와 같은 명승지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고

盛筵難再(성연난재)
이 처럼 성대한 잔치는 다시 맞기 어려우니

蘭亭已矣(난정이의)
난정은 이이 버려졌고

梓澤丘墟(재택구허)
재택은 페허가 되었다!

臨別贈言(임별증언)
이별에 임하여 이 글을 지어 올림은

幸承恩於偉餞(행승은어위전)
큰 잔치에 초대받은 은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登高作賦(등고작부)
9월 9일 중양절인 등고의 가절에 부를 지음은

是所望於群公(시소망어군공)
여러 공들에게 바라는 바이니

敢竭鄙誠(감갈비성)
감히 저의 보잘 것 없는 정성을 다하여

恭疎短引(공소단인)
공손히 짧게 지으니

一言均賦(일언균부)
한 마디 부를 고루어

四韻俱成(사운구성)
사운으로 서문과 함께 완성했습니다.

滕王高閣臨江渚(등왕고각임강저)
등왕각 높은 누각 강가에 있는데

佩玉鳴鑾罷歌舞(패옥명란파가무)
패옥 소리, 방울 소리 노래와 춤도 끝났구나

畵棟朝飛南浦雲(화동조비남포운)
화려한 누각 기둥에 아침에 날아오른 것은 남포의 구름

朱簾暮捲西山雨(주렴모권서산우)
붉은 발 저녁에 걷히니 서산에 내리는 비

閑雲潭影日悠悠(한운담영일유유)
한가한 구름 못에 비치고 해 아득하다.

物換星移度幾秋(물환성이도기추)
해 바뀌고 별 지니 몇 해가 지났는가

閣中帝子今何在(각중제자금하재)
누각 안 왕자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檻外長江空自流(함외장강공자류)
난간 밖 긴 강물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출전]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

[유사어] 고진감래(苦盡甘來), 낙극애생(樂極哀生)

[반의어] 락극생비(乐极生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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