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유도(笑中有刀) ◑

▶ 笑(웃을 소) 中(가운데 중) 有(있을 유) 刀(칼 도)
  
▶ 웃음 속에 칼이 있다는 뜻. 겉으로는 웃음을 띠고 온화하나 내심은 음험하고 악랄함을 말함.
  
▶ 당(唐)나라 태종(太宗) 때 이의부(李義府)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문장에 능하고 사무에 정통했다. 한번은 승화잠(承華箴)을 써서 태종으로부터 40필의 비단을 상으로 받았다.

고종(高宗)이 즉위한 뒤에 이의부는 더욱 승진했다. 고종이 즉위하고 6년 뒤에 무측천(武則天)을 황후로 세우려고 했을 때, 이의부는 극력 찬동하여 황제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의부는 겉으로는 온화 공겸하며, 얼굴에는 항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으나 대신들은 모두 그 마음속이 음험함을 알고 있었으므로 "소중유도(笑中有刀:웃음 속에 칼을 품었다는 뜻)"라고 서로 수군거렸다.

이의부는 자기에게 거스르는 자는 어김없이 문책했다. 한번은 감옥살이하는 사형수 중에 미녀가 있어 감옥 관리인에게 명해 죄를 용서하고 출옥시켜 애인으로 만들어 버린 일도 있었다. 대리시[감옥서]의 책임자가 이것을 알고 고종에게 상주했고 그로 인해 감옥 관리인은 벌을 두려워해 자살했으나 이의부에게는 죄가 미치지 않았다.

어사 왕의방(王義方)은 이것을 편파적이라며 이의부를 탄핵했으나 고종은 이의부의 죄를 불문에 부치고 도리어 왕의방을 벌하여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이의부는 또 자기에게 편드는 자들을 모아 그들에게 돈벌이를 장려했다. 그리하여 벼슬을 바라고 이익을 구해 그를 찾는 자가 차츰 늘어갔다.

고종도 역시 그들의 짓거리를 보다못해 주의를 주었다.
"짐은 지금까지 공을 감싸왔지만, 이제는 더 감쌀 수가 없을 것이오."

그러자 이의부가 화를 내며 물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보복할 생각이로군'하고 생각한 고종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오." 라고 대답하고는 말았다.

그러나 이의부는 황제의 질책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어느날, 그는 우연히 새 인사 명부를 보게 되자 또 좋은 돈줄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집에 돌아온 그는 아들에게 명해 승진 내정자를 부르게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승진을 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 며칠 후에 새 인사가 발표되어 그 사람들은 승진을 했다. 그런데 어떤 대신이 이의부가 인사를 악용해 돈벌이를 한 것을 알고 고종에게 상주했다.

"인사 비밀을 누설했을 뿐만 아니라 폐하의 은총을 돈으로 팔았습니다. 그 죄는 만사무석(萬死無惜: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음)입니다."

고종도 이번만은 어쩔 도리가 없어 이의부 부자를 먼 곳으로 귀양을 보냈다. 이의부의 수많은 악행은 관아만이 아니라 백성들에게도 노여움의 표적이었기 때문에 그들 부자의 유배 처분을 기뻐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666년에 고종은 천하에 대사면령(大赦免令)을 내렸다. 이의부는 권토중래(捲土重來:한번 패했다가 세력을 회복하여 다시 쳐들어 옴) 좋은 기회가 왔다고 기뻐했으나 유배중인 자는 도성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실의에 빠져 병사하고 말았다. 도성의 관원들은 그것을 알고 진심으로 안심했다.

100여년이 지난 뒤 시인 백거이(白居易:백낙천)는 이렇게 읊었다.
"군은 보지 않았는고 ..... 소중유도(笑中有刀) ....."
  
[출전] 구당서(舊唐書)-이의부전(李義府傳).
  
▶ [유사어] 구밀복검(口密腹劍, 입에는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말. 겉으로는 절친한 척 하지만 내심 음해할 생각을 하거나 뒤돌아서서 상대를 헐뜯는 것을 비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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