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정보기술(IT)을 앞세운 디지털 영상이 세상을 호령하고 있지만, 때로는 한 줄의 글귀가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그 글의 의미를 하나의 단어로 압축한 ‘사자성어’는 주어진 현실과 결합할 경우 그 무엇보다도 강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

국내외 기업의 시샘어린 질투를 받을 정도로 잘 나가는 삼성그룹이 최근 임직원들을 향해 ‘교병필패(驕兵必敗.자신의 능력만 믿고 자만하는 병사는 반드시 패한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화제가 됐다.(문화일보 7월14일자 1면 참조) 속된 말로 ‘잘 나갈 때 조심하자’며 임직원들의 자만심을 경계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언제부터인지 경제계 안팎에서 사자성어를 활용한 메시지 전달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주로 기관장이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임직원들에게 경영 방침과 화두를 짧고 압축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자성어를 활용하는 것 같다.

지난 13일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어윤대 회장이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제시한 메시지는 뼛속까지 바꾼다는 의미인 ‘환골탈태(換骨奪胎)’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KB금융을 ‘비만증을 앓는 환자’에 비유하면서 “많은 인력, 고령, 고임금 구조로 허리가 휘어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환골탈태’ 해야 하는 결연한 변화의 출발점에 서있다”며 “드러난 환부들을 치유하며 근원적인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국지에 나오는 ‘배수진(背水陣)’이란 단어까지 인용하면서 결연한 각오를 내보이기도 했다.

주요 그룹 회장들도 자신의 결의를 사자성어에 담아 임직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들어 임직원들을 향해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결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파부침주란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한 말이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도약을 위한 그의 비장한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과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사자성어로 비유했다.“한국이 금융위기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났다고 평가를 받지만 ‘춘래불사춘’이라는 고사성어와 같이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아직도 대내외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말고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거안사위’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경제지표상으로는 훈풍이 불고 있지만, 경제현장에서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유럽발 금융위기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발 더블딥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도 국내에선 본격적인 임단협과 타임오프를 둘러싼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문득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병아리가 알 속에서 쪼고(줄), 밖에서 어미 닭이 그 부위를 함께 쪼아주는 일(탁)이 동시에 이뤄져야 비로소 알속의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가 ‘줄탁동시’할 때 이뤄지듯, 기업의 번성은 노(勞)와 사(使)가 ‘줄탁동시’할 때 가능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1일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기업 현장에선 임단협을 둘러싼 크고 작은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모쪼록 우리의 노사문화에도 ‘환골탈태’와 ‘줄탁동시’의 교훈이 오롯하게 투영되기를 기대해본다.
(문화일보 2010-07-20 김병직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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