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입견(先入見) ◑

▶ 先(먼저 선) 入(들 입) 見(볼 견)

▶ 미리 들은 어떤 말로 생각을 고정시켜 새 의견을 받아 들이지 않는 것, 곧 먼저 들은 이야기가 마음속에 차지하고 있어 나중에 듣는 이야기를 거부하려는 것을 말한다.  

▶ 한(漢)나라 애제(哀帝)때 식부궁(息夫躬)이라는 변설지사(辯舌之士)가 있었다. 춘추전국시대 소진, 장의처럼 말로써 출세길을 달려온 세객(說客)이라는 것이 있어 왔는데 식부궁도 일종의 그런 부류의 인물이었다. 그는 애제의 장인 되는 공향후 부안(傅晏)과 동향 친구인 관계로 교제 범위가 대단히 넓었다.

어느 날 그는 애제를 만나 일장의 웅변을 토했다. 흉노가 침공해 올 것이므로 곧 대군을 변방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황제는 청산유수 같은 그의 변설에 혹하여 정말 그러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승상 왕가(王嘉)를 불러 상의하였다. 왕가는 그것이 근거 없는 말임을 역설한 다음에 이같이 덧붙였다.

"무릇 정치를 논의하는 사람은 아첨하는 말, 부정하고 음험한 말, 너무 아름다운 변설, 심히 각박한 주장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게 마련입니다.

아첨하는 말은 군왕의 덕을 깨고,
부정하고 음험한 말은 아랫사람들로 하여금 원한을 품게 하며,
아름다운 변설은 간간이 정도(正道)를 파괴하고,
심히 각박한 주장은 군왕의 은혜를 손상시킵니다.

옛날 진(秦)의 목공(穆公)은 현신은 백리해(百里奚), 건숙(蹇叔)의 주장을 물리치고 욕심에 눈이 어두어져 정(鄭)을 치려고 한 까닭에 도리어 효(肴)에서 진군에게 격파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뉘우친 목공은 남을 그르치기 쉬운 교언(巧言)의 무리를 멀리하고 경험 많은 노인의 말을 존중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좋은 군주가 될 수 있었습니다.

부디 폐하께서는 고래의 교훈의 주목하셔서 거듭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들으신 말만이 절대로 옳다고 생각을 고정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시옵소서."

그러나 애제는 왕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얼마 뒤에 식부궁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리하여 식부궁은 옥사(獄死)를 하게 되었다.

[출전] 한서(漢書) 식부궁전(息夫躬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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