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올해의 사자성어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昏庸無道)'

교수신문, 교수 886명 설문조사…"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

대학교수들은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전국의 대학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524명(59.2%)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를 선택했다고 20일 밝혔다.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논어(論語)'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유래했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과 용군을 합친 말이다. '무도'는 사람이 걸어야 할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된 야만의 상태를 의미한다. 

즉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 전체의 예법과 도의가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상태를 말한다. 

역사가들은 '혼용무도'의 표본으로 중국 진(秦)나라의 두번째 황제 호해(胡亥)를 들곤 한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지방에 순행을 나갔다가 갑자기 병사하자 환관 조고(趙高)는 유서를 조작해 적장자가 아닌 호해를 후계자로 옹립하고 뒤에서 국정을 농단했다. 호해는 환관 조고의 농간에 귀가 멀어 실정과 폭정을 거듭하다가 즉위 4년 만에 반란군의 겁박에 의해 자결을 하고 진은 멸망하고 말았다. 

혼용무도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과)는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또 "중반에는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고 꼬집었다. 

혼용무도의 뒤를 잇는 올해의 사자성어들은 모두 위태롭고 혼란스러운 2015년 한국사회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성어들이다. 

혼용무도 다음으로는 많은 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사시이비(似是而非)'로, 모두 127명(14.3%)이 선택했다. 

사시이비는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이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나 사실은 틀린 경우에 쓰는 말이다. 공정, 객관 등으로 묘사되는 정부의 각종 정책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현실을 비판했다. 

사시이비를 추천한 석길암 금강대 교수(불교학)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최근 정부정책을 보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거나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근거를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조차 날조해 정당성을 홍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갈택이어(竭澤而漁)'는 121명(13.6%)의 지지를 받아 3위에 올랐다.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고기를 잡는다는 말로, 목전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는 세태를 꼬집는 의미다.

이를 추천한 남기탁 강원대 교수(국어학)는 "사회 현상에 대한 대립은 불가피하지만 최근 대립을 넘어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없애버리려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당장은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더라도 장기적인 발전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을 빗댔다"고 말했다. 

이밖에 58명(6.5%)이 선택해 4위에 오른 '위여누란(危如累卵)'은 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로운 형태라는 뜻이다.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의미인 '각주구검(刻舟求劍)'은 56명(6.4%)이 선택해 5위를 기록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교수들의 전공과 세대, 지역을 안배한 추천위원단이 사자성어 22개를 추천한 뒤 교수신문 필진들이 5개로 추리고, 이 5개를 대상으로 전국의 교수들에게 설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한 해를 사자성어로 풀어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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