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일기

199X년 X월 X일 X요일

내일부터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 너무 기대된다.
그녀는 참으로 이쁘고,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무척 성숙하다.
매너도 있고, 예의또한 바르다.
그녀와 함께 살게 되어서 난 너무 행복하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199X년 X월 X일 X요일

와~ 드디어 그녀와 행복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동거"라는 것 때문에 주위의 눈초리가 두렵긴 했지만,
그녀와 함께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난 너무나 행복하다.
오늘은 기념으로 외식을 해야지~
그녀는 분홍색 원피스. 난 검은색 정장. 역시 그녀는 너무 이쁘다.

199X년 X월 X일 X요일

그녀가 오늘 밥을 먹다가 난데 없이 트림을 "끄윽" 했다.
어머 이쁘고 예의바른 그녀가 그런 실수를 하다뉘!!
살다보면 그런 실수를 할수도 있지~ 그런모습도 너무 이쁘고 귀엽다..
오홋~

199X년 X월 X일 X요일

요즘 일자리를 찾으러 나간 그녀는 번번히 헛탕치고 그냥 들어온다.
나도 일을 하니까 생활엔 문제가 없지만 매일 집에서 뒹굴 거리는 그녀가 조금은 얄밉다.
오늘은 밥상머리에서 방구도 꼈다. 에이~ 빌어먹을-_- 폭탄 떨어지는 줄 알았다.--+

199X년 X월 X일 X요일

오늘은 약국에 가서 마스크를 샀다.
요즘 계속 되는 그 년의 방귀폭격 때문에 난 살 수가 없다.
첨엔 소리만 크더니 요즘엔 냄새도 졸라 지독하다.-_-
그리고 제발 잘 때 방귀 좀 안 꼈으면 좋겠다.
저녁때 옆집처녀가 한 말이 문득 생각난다.
" 언니~ 요즘 이동네 밤마다 똥푸나바~ "

199X년 X월 X일 X요일

그 년이 자꾸 원피스를 사달라고 조른다.
돈도 못버는게 되게 뻔뻔하다.-_-
있는거 그냥 입으라니까 빵꾸가 나서 못입는다고 한다.
살펴보니 엉덩이에 구멍이 나 있었다.
그년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무서운 년-_-;
조심해야겠다.

199X년 X월 X일 X요일

내가 아끼던 검은색 정장이 없어졌다.
저 년이 의심스럽다.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이상한 냄새가 난다.

199X년 X월 X일 X요일

그 이상한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다.
바로 저 년의 양말에서 나는 냄새였다.
이젠 방구냄새는 차라리 향기롭다.
저 년의 발냄새는 누구도 흉내낼수 없다.
아!! 경이롭도다!!-_-
난 이제 미쳐가나보다.

199X년 X월 X일 X요일

오래간만에 청소를 하려고 걸레를 찾았더니 그 년이 화장실에 박혀있는 걸레를 가져다 주었다.
거무죽죽한 것이 눈에 익었다. 자세히 보니 내가 아끼던 검은 정장이였다.-_-
이미 그 정장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_-;
내가 막 화를 냈더니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그래도 안쓰러운 마음에 위로해주려 다가가서 보니 흐느끼는게 아니라 코를 후비고 있었다-_-;;;;
저 년을 어떻게 주기지?^-_-^

199X년 X월 X일 X요일

오늘 그 우라질 그년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여자가 눈을 게슴치레 뜨고 한마디 했다.
" 밥줘~ "
그년는 인간도 아니다.-_-;;;
난 오늘 탈출계획을 세울꺼다.

199X년 X월 X일 X요일

그년이 잠든걸 확인하고 새벽에 몰래 나왔다.
그리고 나의 가족이 있는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그..그런데... 나의 보금자리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_-;;
먼저 살던 사람들은 일주일전에 이사를 갔단다.
오마이가드 !! T_T

199X년 X월 X일 X요일

밤새 헤매다가 아침에 다시 그 년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방구를 뿡뿡 끼며 자고 있었다.-_-;;;
방안엔 자욱해진 까스냄새. 우우욱~~~
그녀는 악마다.-_-
언제 이 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