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못말리는 Kiss

입맞춤은 한때 금지된 장면이었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엔딩신을 기억하는가.
주세페 토나토레 감독은 시네마 키드였던 자신의 추억을 담은 아름다운 영화의 대미를 '신부님의 가위질에 의해 잘려 나간' 멋진 키스신들로 장식했다.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한국의 근대영화사에 있다. 아무리 연기라고 하지만 차마 이성과 입술을 맞출 수 없었던 여배우들은 셀로판지를 입술에 붙이고 키스신 촬영에 임했다.

물론 이제 어떤 배우도 키스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검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키스신의 양과 질(?)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변함없는 사실은 멋진 남녀 배우들의 키스신은 예나 지금이나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장면이라는 점이다. 조만간 극장가에게 만나게 될 한국영화의 5편의 다양한 키스를 미리 음미해보자.
 

<하늘정원> - 안재욱·이은주의 '슬픈 키스'

'죽을 때까지만 키스해줄래요?' 안재욱과 이은주가 멜로영화 <하늘정원>에서 보여준 키스는 슬프고 애절하다.

키스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성적인 의미는 전혀 없다. 불치병 스키루스에 걸려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병원의 환자 이은주와 그녀를 돌보는 의사 안재욱.

안재욱은 병상에 누워 잠든 이은주의 얼굴을 쓰다듬다 그만 잠을 깨우고 만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뜨거운 키스. 촬영 당시 안재욱은 콘티에도 없는 눈물을 흘려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오!해피데이> - 박정철 ·장나라의 '극적인 키스'

박정철과 장나라는 영영 키스하지 못할 운명이었다. 설정 자체가 애틋한 연인관계가 아닌 킹카 남자와 질긴 스토커 사이이기 때문.

장나라는 찍은 남자 박정철을 차지하기 위해 못 말리는 구애작전을 벌이고, 진드기를 떼내기 위한 박정철의 노력도 그에 못지않다.

둘의 키스는 한강 다리에 매달려 사랑을 고백하려던 장나라가 실수로 한강에 빠지면서 가능해졌다.

어쩔 수 없이 장나라를 구할 수밖에 없었던 박정철. 그런데 일이 되려고 했는지 박정철은 인공호흡을 하려다가 갑자기 장나라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만다. 경찰 협조를 받아 2개 차선을 막고 촬영했다.
 

<와일드 카드> - 양동근·한채영의 '돌발적인 키스'

'선배님을 내 아내로 만들 겁니다.' 강력계의 열혈 형사 양동근에게는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여온 여인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하필 같은 경찰 신분을 가진 상사 한채영.

그러나 양동근의 변함없는 열정은 경찰서 내부의 스토킹(?)도 마다하지 않게 만든다. 변함없는 논리로 한채영을 설득하며 복도를 걷던 중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다.

순간 한채영에게 기습적인 키스를 시도한 양동근. 놀랍게도 한채영은 선배다운 노련함으로 양동근에게 키스가 뭔지 다시 가르쳐줬다.
 

<역전에 산다> - 김승우·고호경의 '귀여운 키스'

미녀의 키스를 받는 김승우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런데 키스의 장소가 화장실이라는 점이 좀 묘하다.

팬터지 코미디 <역전에 산다>에서 김승우는 어리바리한 증권사 영업사원에서 스포츠스타로 인생이 역전되는 상황을 맞는다. 화장실까지 따라들어와 기습 키스를 던진 주인공 고호경은 역전된 삶에서는 불륜의 연인이지만 과거에는 친한 친구의 애인.

파티장 화장실에서의 키스신은 여느 때보다 많은 NG가 났고, 스태프들은 그 책임을 모두 김승우에게 돌렸다는 후문이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 김성수·김서형의 '과격한 키스'

과격한 섹스영화로 알려진 영화답게 키스신도 거칠기 짝이 없다.

아침식사 후 설거지를 하던 김서형의 아름다운 모습에 김성수는 그만 참지 못하고 달려가 키스를 퍼부었다.

그런데 봉만대 감독이 배우들에게 요구한 키스에는 '맛있는 소리'가 포함돼 있었다. 입만 갖다대는 흉내가 아닌, '쪽쪽' 소리가 크게 울리는 사실적인 키스를 원했던 것이다.

감독의 지시에 기꺼이 따른 두 배우는 더욱 격렬한 몸짓을 선보였고, 결국 받침대 역할을 하던 싱크대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후 스태프들은 프레임 밖에서 두 배우의 몸무게가 실린 싱크대를 힘껏 잡고 있어야 했다.

2003/03/29 13: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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