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춘기 부부 #3조회수 : 870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5    

사춘기 부부 #3 
1999.03.19 조회: 4844, 줄수: 188, 분류: Etc. 미자 02-12 19:14 | HIT : 191 | VOTE : 0 

" 한 수 물러줘 ! "
" 안됩니다. "

민철은 바둑판을 사이에다 두고 무뚝뚝히 팔장을 끼고 딱잘라 거절했
다. 적어도 사랑놀음을 방해한 미자 오빠에게 조금이나마 복수하고픈 심
정에서 였다. 미자 오빠의 표정은 울상이 되어갔다.

" 매제... "

아무리 통사정을 해도 민철은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미자오빠
의 표정이 울그락 불그락 하더니 크게 소리 질렀다.

" 그래. 졌다! ...
한판 더둬 ! "

이렇게 해서 연속 열두판을 두었지만 미자오빠는 한번도 이기질 못했다.

" 또 만방이야 ? "

그제서야 미자 오빠가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머리가 아픈것은 너무 장기간 신경을 곤두세운 탓이
였다. 민철은 고소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곧이어 깨닳은것은 간신히 구슬려 놓은 미자의 심정이 뒤틀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민철은 허겁지겁 달려 나갔다.
마당으로 나서자 이미 밖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 몇시쯤이나 된거야 ? "

민철은 혼자서 중얼 거리며 미자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
으로 들어서자 역시나 미자가 민철을 매섭게 쏘아보고 있었다.

" 미안해..
화났어 ? "
" 지금 몇시야 ! "
" 형님이 워낙 악착같이 붙들어서.. "
" 세상에 사람마음 들뜨게 해놓고 한시서부터 일곱씨까지 바둑만 두는 사람
이 어딨어. "
" 일곱씨야 ? "
" 어이구 ~ 신선 노름에 도끼자루 썩는줄도 모른다더니...
그냥 져주고 오면 되었잖아. "

민철은 발이 손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다. 사실 아쉬운것은 미자보다도
민철이 더했었기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갖은 아부를 떨며 추근댔다.

" 왜 이래.
까불지마 ! "
" 가만 있어봐. 손만 만지고 있을께. "
"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이야. 저리 비켜. "
" 뽀뽀만 하자 응? "
" 금방 부르려 온다니까 그러네."
" 밥 안먹으면 되지뭐. "
" 저리가 명채가 부르러 온다니까 ?
저리 비...켜...
... ... ... "

민철은 적극적으로 미자를 안으려고 대들었다. 한편으로는 미자의 큰 주
먹이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옥신각신... 방안의 잔잔한 사랑의 경음악 ...♥..♪-♬♬--♬♬♬♬...

" 매형 ! ~
엄마가 밥먹으래 ~ "

뜨끔. 우당탕.. 으휴 으휴... 으...으.. 휴..우...

" 거봐 내 뭐랬어. "

미자도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민철을 바라보다가 먼저 일어나 방문을 열
고 나갔다. 민철은 덩그라니 혼자 방안에 앉아 눈이 벌게져서 담배를 빡빡
피워 대다가 재떨이에 담배불을 비벼끄고 투덜투덜 방을 나섰다.
마당으로 나서자 마루끝에 희미하게 누군가가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는데 어둠 속에서도 허옇게 세어버린 머리만은 뚜렷히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으로 보아 민철은 그가 엇저녁 잠을 같이잔 이상한 노인네 라는것
을 알 수 있었다. 그 노인네는 하늘을 한참동안이나 올려다보면서 마루끝
에 앉아 있었다. 민철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에는 검회색빛만 보
였고 아무것도 보이는것이 없었다. 노인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 지기 시
작했다. 뭔가 처량해 보이면서도 또 어딘가 모르게 세상을 달관한 그러한
사람인듯 보였다. 민철은 못에 박힌듯 아니면 홀린듯 그자리에 서서 노인
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은 시종 하늘을 올려다 보는것 이외에는 다른 행
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민철은 그 노인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져
옴을 느꼈다.

노인은 하늘을 보고 민철은 노인을 보고 그런자세로 한참이나 그렇게 서
있었다. 민철의 얼굴에는 어느덧 잔잔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민철은 노인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어떤 잔잔한 감동을 받고 있었다.
' 이런 기분은 무엇인가 ? 무엇인가 마음속의 응어리를 도듬어 주는 느
낌... '

" 어 매형 밥먹으러 안들어가 ? "

처남인 명체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멍하니 서있는 민철에게 다가오며
말을 건냈다. 민철은 바로 옆에서서 올려다보는 명채의 쬐그맣고 동그란 얼
굴을 보자 또 다시 기분이 바뀌어 버렸다. 친동생 같으면 꿀밤이라도 한방
먹였을텐데.. 처남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고 ...
전에는 명채녀석이 그렇게도 귀엽게 보였는데 오늘은 요 조그만 녀석이
괜히 얄미워 보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매형 !'하고 부르니 그럴만도 했다.
민철은 중학생인 처남한테 적개심을 품고있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의 옹졸
함을 씹어 밷는 웃음을 지었다.

" 들어가지.. 처남. "
" 어 - ?
처남 ?
히 --
거 이상하다.. "

명채는 어른이 된듯한 기분인지 어깨를펴고 뒤로 팔장을 끼고는 팔자 걸
음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 귀엽긴 귀여워 보였다.

" 자네 무슨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는 겐가 ? "

식사를 하다가 장모가 그 큰눈을 거렁거렁 굴리며 민철이 멍청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철은 이상한 노인을 생각하고 있었던 중
이었다.

" 네. 아닙니다. "

장모의 마음은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지만 민철에게는 그 커
다란 눈이 무섭기만 했다. 민철은 수저를 들고 밥을 마구 입으로 집어 넣
었다. 그리곤 김치를 손으로 집어 우적우적 씹어 댔다. 이런 행동은 일종의
반항이었다. 친정집 식구들이 밉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결혼은 억울
한 결혼 인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생각했다.
뭔지모를 허무함이 민철의 가슴을 조여오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억울한 결혼이야.. 우적..우적..
난 인생의 함정에 빠지고 만거야... 우적.. 우적..
내 젊음을 어디가서 찾지 ? .... 우적.. 우적..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고 있는 느낌.. 우적.. 우적..
앞이 보이질 않아.. 우적 .. 우적..
덩치큰 미자 오빠... 우적.. 우적..
눈이 커다란 장모님.. 우적.. 우적..
귀여운 명채.. 우적.. 우적..
짧은 몽둥이를 휘두른 고모부.. 우적.. 우적..
이상한 노인.. 우적 우적..
미자의 주먹 ? ! .. 우적.. 우적.. 우적.. 우적..
난 모든것을 잃었어. 우적.. 우적..
이 혼 ? ............... 꿀 - 꺽 !

가족들 모두가 정신없이 먹어대고 있는 민철을 일제히 시선을 주고 있다
가 목구멍으로 넘길때쯤에 갑자기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 어휴 - 숨넘어가는 줄 알았네.. "

명채가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가족들 모두 그때서야 다시
수저를 들기 시작했다. 장모만이 가만히 않아 사랑스러워 보이는 사위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 이봐 사위 보기 좋으네 그려 ~ "

남의 속도 모르고 다정하게 웃는 장모의 얼굴을 보고 민철은 더욱더 가
슴이 답답해 옴을 느꼈다.
그러한 표정을 미자는 놓치지 않고 살피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수심
의 그늘이 드리워 지고 있었다.

" 저 다먹었어요 엄마.
제 방으로 건너갈께요. "

미자는 조용히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미자가 나가고 나자 갑자기 방안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민철이
만의 느끼는 기분이었을까 ?

" 에이구.. 저녀석이 저렇게 강해 보여도 내일이면 이 애미 품을 벗어난다
는것에 마음이 약해 졌을 꺼야..
누구나 시집가면 다 격어야할 홍역인데.. "

어느새 장모는 눈물을 찍어 내고 있었다.

" 누나가 멀리 가는거야 ?
아주 떠나는거야 ?
다시는 못봐 ? "

명채가 장모의 눈처럼 커다랗게 뜨고 물었다.
이럴때에 사위된 도리로써 장모님을 다독거리고 안심을 시켜 드려야 도리
일 진데 민철의 입에서는 한마디도 나오질 않았다.

민철과 미자는 한이불속에 누워서 서로 아무말이 없었다. 각자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후 -

한숨은 신랑 신부의 입에서 동시에 흘러 나왔다.

" 불 꺼 . "

그날밤은 미자의 주먹과는 상관없이 조용히 밤을 보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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