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춘기 부부 #5조회수 : 598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5    

사춘기 부부 #5 
1999.03.20 조회: 3261, 줄수: 215, 분류: Etc. 미자 02-12 19:17 | HIT : 146 | VOTE : 0 


미자가 투덜투덜 밖으로 나가보니 낮설은 얼굴이 자신을 아래위로 훓고
있었다.

" 삼춘이야 ! "

민철이 얼른 소개를 했다. 미자는 머리를 숙여 깊숙히 절을 했다. 인사
를 하면서 어머니가 마련해 주신 한복을 아직 갈아 입지 않은데에 괜히 마
음에 걸렸다. 미자는 정말 한복이 싫었다. 불편하기 이를데 없는것이 한복
이고 미자의 큼직큼직한 발걸음을 한복은 감당해 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집안의 분위기는 사람이 한명 두명씩 들어차면서 미자
에게 한복입기를 강요하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미자는 한복으로 갈아
입고 와서 손님들을 접대 할 수 밖에 없었다.

" 우 와 -- 우리 제수씨께서 한복을 입으니 사람이 영 달라 보이는데 ?
"

같은 과인 대식이 녀석이 언제 왔는지 신부 미자를 흘기며 놀리고 있었
다. 평소 같으면 그 큰손으로 뒤통수를 갈겨 주었을 텐데 지금의 입장은
절대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는 정말 안되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놀려대
는 대식이 녀석에게 학교로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을 것을 다짐하면서 새댁
의 품위인 내숭을 떨고 다소곳히 앉아 있었다.

어느 자리에서나 그랬듯이 사람이 모이면 상이차려지고 술잔들이 오고가
고 있었다. 미자는 술을보자 마구 퍼 마시고 싶었다. 그러나 이걸 어찌하
랴.. 목이 마른 코끼리가 풀잎에 맺힌 이슬 핥듯이 소주잔을 어거지로 마
시듯하면서 마셔야 되는걸...
그런 모습을 보는 친구들과 민철은 대단한 미자의 내숭에 제각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순진스럽게 보이면서도 주는데로 받아 마시는 미자가 귀여운지 삼춘께서
는 계속해서 잔을 권하고 있었다.
어느덧 미자는 조금씩 받아 마시다가 마침내는 채운 잔을 연거푸 받아 마
시기 시작 했다. 저러다 또 실수 하지 싶었다. 민철은 삼춘 앞에서 실수
할까봐서 조심스럽게 미자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미자는 홀짝홀짝 소주잔을 기울였다.

' 아 -- 난 결혼을 한거야.. 정말이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녀석과 난 결혼
한거야.. 꿈에도 생각지 않은 신부가 되어 버린거야..
이제는 어색한 사람들과 살아가야겠지.. 그리고 내가 손수 밥도 지어 줘
야 겠구..
내 낭군과 둘만의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거야...
어린애 같은 내낭군...
바보같은 내낭군...
너는 모를꺼야 겉으론 너를 증오하고 있지만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는 내
가 달라 졌다는것을...
나도 여자란 말이야...
바보 바보야...
내 주먹이 그렇게 무섭니 ? ... '

낄꾹.

미자의 딸꾹질에 모든 사람이 일제히 미자에게 시선이 몰렸다. 미자는 이
미 민철이 걱정하고 있는 한도를 넘어 서고 있었다.

" 야 - 고민철 !
네가 뭔데 내 앞에서 으 -시 대는 그이야 ~
너 자꾸 까 - 아 - 불면 쭈-욱어 !"

드디어는 우려했던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아 - 이건 정말이지 민철에게는 걱정하고 걱정한 일이었다. 술에대한 달
콤한 유혹을 미자가 어떻게 벗어 나는가 하고 내심 불안했던 것이 이제는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왠 여자가 술이라면 저토록 사죽을 못쓰는지.. 민
철은 오늘 다시한번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술버릇은 고약해서..

" 어.. 어험. "

삼춘은 듣기가 거북한지 헛기침을 몇번 해댔다.
무안해 지는 것은 미자가 아니라 신랑 민철과 그의 친구들이었다.

" 짜 - 아 식들 !
안 때릴 테니까 건배 하자.
자고로 잔은 채워야 맛이고~오.. 여자는 푸 - 움머야 맛 아니냐 ?
자 - 부어라 마셔라.. 그리고 누구 용기 있는놈 나를 품어 보아라 - 아 "

민철과 친구들이 이런 호탕한 성격의 미자를 항상 술좌석에 끌고 다니며
재미 있어 했지만.. 이건 완전히 상황이 아닌 곳에서 는 영 다른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 제 수 씨..."
" 어 - 그래 황고집통 니가 날 좋아한다고 고백한적 있지 ?
히히...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노는게 더좋아...히..
오늘에 할일은 내일로 미루고 내일 할일은 안해 버리는 거이야.
크..윽.
조 - 오 - 타.."

미자는 제정신이 아닌것 같았다. 아마도 캠퍼스의 주변 술집정도로 알고
있는듯 했다. 눈은 점점 풀려가고 있었다.

삼춘은 더이상 앉아 있질 못하고 휭하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아 - 이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가 ?
낄꾹.
미자가 딸국질을 한번 하고는 갑자기 잠잠해 졌다. 명수는 언제 날아올지
모를 미자의 주먹을 방어할 태세를 가추고 있었고 민철은 도저히 감당할 수
가 없어 아예 포기하고 머리만 푹 숙이고 있었다.

민철의 형 민수와 형수가 도착 했을때에는 미자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
다. 민철은 형과 형수를 뵐 면목이 없었다. 그렇치 않아도 자신의 학비와
생활비는 형이 전부 대주다 시피 하는데 결혼하자 마자 이런꼴을 보이는것
은 그에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을 갖게 했다. 민철의 형은 미자의

이런 행동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단지
형수가 약간의 표정이 구겨지고 있었다. 미자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방을
옮겨서 눕혀졌다. 미자는 그대로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 덕분에 일가 친척들 앞에서 민철은 무안한 몸짓으로 앉아 있을 수 밖
에 없었다.

죄송...죄송...
죄송을 연발하며 미자는 다음날 몸이 달토록 숨을 곳을 찾아 피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좁은 집에서 인척들의 시선을 피하기란 어려웠다. 사실 미자는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술 버릇
이 고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지라 무조건 죽고싶은 심정이었다.

정신없이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었다. 미자는 하루종일 가족들의 시선에
서 자신의 술 버릇을 원망 하고 있었다. 또한 그것은 민철에 대한 원망도
섞여있었다. 이런 버릇은 민철과 2년동안 술을 퍼 먹으면서 생겨난 버릇 이
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미자는 지
금 당장이라도 친정집으로 도망가고만 싶었다. 어른들은 귀여운 며느리라
고 웃어주기는 했지만 미자는 그 이면에 숨어있는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
다. 근심어린 어머니의 표정 보다도 더욱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형수 즉
미자에게는 형님이 되는 맏며느리였다. 아.. 정말정말 살기 싫다.

이런 당황스러운 경황 속에서도 추근덕 대는 민철을 미자는 그 커다란 주먹

으로 한방에 저멀리 날려 버렸다.

꿍 !

" 아 - 지경워... 지겨워.. "

다음날 아침 신혼방인 삼선동 집으로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하고 나섰다.
미자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더군다나 아침에 일
어나보니 민철의 오른쪽 눈이 퍼렇게 멍들어 있는게 아닌가.. 화장품으로
지우려고 온갖 방법을 다 해 봤지만 그래도 전부다 감출 수는 없었다. 가
족들은 그런 민철의 모습을 보고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누군
가가 혀를 차는듯한 소리가 미자의 귀에 들려 왔다.

혀를 찬 사람은 다름 아닌 동생 민환이 였다.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하
고 민환은 민철에게 다가가 말을 건냈다.

" 형. 아프겠다.
형 마음 내가 이해해.. "
" 저리 가 임마 ! "

민철은 가뜩이나 열받아 죽겠는데 동생 명환이 하는 말에 머리를 쥐어
박았다. 꿀밤을 얻어 맞은 명환은 입을 뾰로퉁이 앞으로 내밀고는 뒤로 물
러 났다.

시어머니는 어린아이 같은 신랑 신부를 보고 앞날이 걱정 되는지 안타까
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김치 떨어지면 지체하지 말고 전화 하거라 아가야 ! "

미자는 정말이지 죽을 지경이었다. 아 비러먹을 술버릇..

신랑신부는 죄인이 된 기분으로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 삼선동으로

출발했다.
신랑 신부가 가고 나자 형수가 걱정스러운듯이 한마디 했다.

" 아직도 사춘기 애들 같아요. "
" 사춘기 ? "


삼선동 신혼집으로 도착하자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방안은 신혼
살림방 답게 아기자기 하게 꾸며져 있었다. 민철은 너무 급하게 내려온것
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둘만의 공간
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것에 다소 좋은기분으로 바꿀 수가 있었다.

" 밥먹으러 가자 ! "

미자도 어느새 기분이 풀렸는지 목소리가 경쾌했다. 둘은 식당에서 저녁
을 사먹고 다시 신혼 방으로 들어왔다.

" 아랫 트림 하지마 ! "

민철이 무엇을 먹으면 의례적으로 치러야하는 의식같은 행위를 미자는
아는지라 미리 경고를 하고 나섰다.

'뿌 - 웅 '

그러나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그 의식은 치루어 지고 말았다.

" 히 - 익. "

미자는 코를 막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 좀더 일찍 얘기하지 그러면 내가 먼저 나갔다 왔을텐데..
히히... "

민철은 기분이 좋았다. 항시 치르어야할 의식을 걸를때에는 뭔가가 속에
들어차 있어 기분까지 울적해 지곤 했었다. 더욱이 미자의 주먹에 대항
할 수 있는 무기론 아주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한참후에 들어온 미자는 수건으로 냄새를 내보내느라 수건을 휘두르고
있었다.

" 아 - 내세상이다.. ! "

민철은 방바닥에 대자로 누우며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미자는 고약한
냄새가 아직도 나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 계속 코를 막고 민철을 흘겨
보았다.

그날밤도 미자의 뾰루퉁하게 삐져있는 성질을 달래느라 몇번의 주먹을
감당해야 했다.

" 어이그..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

민철은 밖으로 쫒겨 나와 담배를 뻑뻑 피워 댔다.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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