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춘기 부부 #16조회수 : 1027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5    

1999.03.26 조회: 1769, 줄수: 213, 분류: Etc. 미자 02-15 16:45 | HIT : 26 | VOTE : 0 
사춘기 부부 #16 


토요일 한가한 대낮부터 강의가 없는 신혼부부는 부산했다. 술달라 돼지
고기달라 김치 떨어졌다 하면서 친구들은 아우성을 쳤다. 미자는 음식이
맛이 있을까 하는 걱정 보다는 살림을 거덜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태산
이었다. 벌써 예상했던 이상을 초과하고 있었다. 그것도 지금 겨우 여학생
들 한팀 처리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와 - 이건 정말이지 알거지들 이 달
려 들고 있는 것이었다. 미자는 축하한다는 술잔을 받아 넙죽 - 살림이 거
덜 날까봐 걱정이 되 술잔을 받아 넙죽. 참 넙죽 넙죽 잘도 받아 마셨다.
그러다 보니 미자는 흥에 겨워 걱정은 사라지고 많이 먹어주고 많이 떠들어
주는데 신이 나기 시작했다.

장난끼 있는 여학생들이 구석에 쳐박아 놓은 묵은 빨래를 어떻게 찾아
냈는지 신랑 신부의 팬티를 휘두르며 낄낄 대고 있었다.

" 얘.. 얘들아 이것 좀봐 ~
신랑 팬티가 빵꾸 났어.. 히히... "
" 어머.. 어머.. 세상에 어느 부분이 빵구 났는데."

다행이도 민철은 부엌에서 음식들을 내 놓느라 그런 광경을 보지는 못했
지만 만약에 보았더라도 그 질탕한 분위기를 깰 용기는 없었으리라..

다섯시가 되어서 신부 친구들은 썰물처럼 쏵 빠져 나가고 이제는 신랑친
구들이 몰려 들어 왔다. 한사코 가지 않겠다는 친구들을 억지로 밀다시피
해서 교체되었던 것이다. 음탕한것이 여자라면 노골적인 것이 남자가 아닌
가? ... 각자 선물을 하나씩 사왔는데 여자가 커피그릇 세트라든가 생활용
품을 사온데 비해 남자들은 장난끼가 심해 가지각색의 팬티 셋트와 고무풍
선 같은 것을 사와 가지고 받는 입장의 민철이 풀어 보기도 전에 지네들이
먼저 개봉을 하고 야한 농담과 더불어 어거지로 그것을 입고 그들 앞에서
패션 쇼를 해야만했다. 신부 미자도 구지 해야 된다고 친구들은 우겨 댔지
만 어디그렇게 갸냘픈 팬티조각을 입고 그들 앞에 설 수가 있는가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미자는 자진해서 모델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은 제각기 굴러온 떡이냐 하면서 눈을 부라리고 미자가 갈아 입고 들
어 오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 미자가 그모습 장업하고 요염하게 친구들 앞에 섰다.

" 짠 ~ "
" 우 - 와 ~
햐 ~ "
" 기가 막히다. 끼끼끼.. "
" 에이... 근데
바지위에 입고 있으면 무슨 재미냐? "

미자는 그렇게 해서 친구들에게 가장 재미 있는 시간을 제공 해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녀석들이 진짜로 집 대들보를 뽑아 가려는지 계속해서 식
당에서 주문하는 것처럼.. 술... 술... 하면서 갈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거였다.

" 자 - 제수씨.. 일루 와서 한잔 해야지 ? "

말하는 녀석은 미자를 마치 술집작부로 여기는듯 손을 잡고 끌어 당기고
있었다. 미자는 화가 나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해서 또 따라 주는 잔을 쉴
세 없이 마셔대고 있었다.

좁은 방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 대면서 열기가 달아올랐다. 민철은 미자가
음식을 만드는 대신에 신부름은 전부 도맡아 하기로 했던 지라 엉덩이를 붙
일 틈이 없이 대문을 들락 거리고 있었다.

미자는 장난끼섞이 녀석들의 술주정을 어거지로 참아 내고 있었다. 민철
도 이제는 어느새 권하는 술에 취해 엉덩이를 방바닥에 짓누르고 앉아 흥
에 겨워 하고 있었다.

" 난, 난 말이야.. 여기 이 여자... 아니지.. 내 마-누라가 예-전엔 여자
인지는 정말 몰-랐다.
하-기사 ~ 그걸 확인 하-기 위해서 ~ 끄윽 ~
우리는 그-게 잘못 됐-덩~거야...
너희들 !
너희들은 결-홍 ~ 하지 말-어~
사랑 ~ 맨들기- ? 힛.. 후 ~ --- "

미자는 민철의 말을 들으며 홀짝홀짝 술잔을 비웠다. 이상하리만큼 민철
이 먼저 취해 있으니 어떤 의무감에선지 술기운이 오르질 않고 있었다.

겨우 12시가 막 넘어서고 대식이가 이끌고 친구들이 전부 빠져 나갔다.
민철은 너무 취해 친구들을 배웅하지 못하고 방바닥에 누워 푸-푸- 거리
고 있었고 미자도 좀 취하긴 했지만 간신히 대문 밖까지 친구들을 배웅 할
수 있었다.

미자가 방으로 들어오자 방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민철이 술에 취해
발로 술상을 뒤엎은 것이었다.

" 야 - 이미자 ! 끄윽~
내 마누라야 ~ 일루와 - 봐 ~
오늘 기분 무지무지 조타 ~
근데 - 이상하게 오늘 너의 모습이 술마시는 녜가 아-니더라 ~ "

민철은 술기운 속에서도 친구들이 자신의 신부에게 장난을 한것을 조금은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예전의 술친구로써의 미자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한것 같았다. 민철은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서 미자의 배시
시 웃는 모습이 가물 거리며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미자는 방을 치우면서 남은 소주는 홀짝홀짝 마셔 버렸다. 음식은 버리더
라도 소주만큼은 버릴 수 없는게 미자의 사고 방식이 아직도 그대로 있었던
것이었다.

신랑 신부는 술기운 으로 늦게까지 잠을 잤다. 민철이 눈을 떳을 때에는
목이 타서 물을 찾고 있었다. 언제 물을 갖다 놨는지 쟁반에 받쳐서 민철의
머리 맡에 놓여져 있었다. 민철은 시원 스럽게 물을 마시고 미자의 고마움
을 느끼듯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달콤한 꿈속에 빠져있는지 미자의 자는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 있었다.

" 어이구.... 머리야 .. "
" 일어났니 ? "
" 어 - ?
먼저 일어났네 ? "
" 응.
어제 정말 고생이 많았어.
짖꿎은 친구들 접대 하느라고.. "
" .....???? "

미자는 민철의 다정한 말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분명 미자는 오늘만
큼은 서쪽에서 해가 떠올랐다고 믿는 표정이 확실한듯 했다.

" 이불 개고 있어.
내가 북어국 끓였거든.. 우리 시원하게 해장이나 하자. "

미자는 점점 믿을 수 없는 민철의 행동을 보고 연신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민철은 그런 미자의 표정을 아는지 빙그래 웃으며 볼에 입을
맞춘다음 얼른 부엌으로 나갔다.

" 이거 - 내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건가 ? "

정말이지 미자는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볼을
꼬집어 봐도 그렇고 브래지어 끈을 튕겨봐도 감각이 있는 것은 분명 현실
인 것이다. 미자는 목이 말라 일어나면 마시려던 물 그릇을 보니 그릇은
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비워져 있었다.

민철은 부엌에서 상을 차리며 기분이 몹씨 좋았다. 민철이 술먹고 목이
탈때 물그릇이 준비 되어 있다는 것에 커다른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결혼하고 기쁨을 느끼는 최초의 행복 이었다.
집들이 한다고 고생한 미자가 안스럽고 자신을 위해서 또 물그릇까지 세심
하게 신경을 써준 미자가 고마워 큰 마음 먹고 해장국이라도 끓여 주리라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니... 이상하게도 그 고마움과 또 누구를 위해서 준
비한다는 것이 이토록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는것을 민철은 오늘에야 처음
으로 느끼고 있었다.

' 맛있을까 ?
맛없으면 어떻하지 ? '

어느덧 미자가 민철을 위해 첫 상을 준비할때의 그런 생각을 민철도 그
렇게 하고 있었다. 민철의 음식 솜씨는 미자보다 낳은 편이었다. 그것은
다년간의 자취 생활에서 터득한 음식 솜씨 인지라 매일같이 어머니 품속
에서 얻어 먹고만 다녔던 미자보다는 훨씬 나은 솜씨는 틀림 없었다.

" 민철아 - 전화 받아 ! "

민철이 즐겁게 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자 미자가 민철을 매섭게 쏘아보
며 수화기를 내밀고 있었다.

" 자 - 우리 해장하자..
소주 한병 사올까 ? "

민철은 상을 내려 놓으며 환한 미소를 미자에게 보냈다. 그러나 미자는
아주 험악한 인상으로 민철을 흘기며 퉁명스럽게 쏘아댔다.

" 전화나 받으라니깐 ! "
" 누군데 그래?
기분 좋은날 왜 그렇게 우거지 상이냐 ? "

민철은 미자의 표정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수화기를 받아 들었다.

" 여보세요 ? ....
......
힉. "

민철은 장모의 눈처럼 커다랗게 놀란 눈으로 번개처럼 얼굴을 미자에게
돌렸다. 미자는 어느새 아무렇치도 않은듯 후룩후룩 국을 마셔대고 있었
다. 혜지가 왠일이지..

" 으...응. 나야.. "
" 어제 집들이 했다면서 ?
못가서 미안해...
근데 조금 전에 전화 받은 애가 미자 아니니 ? "
" 으..응.. 그래 맞어.
...... 응.. 있어. 그래.
...... 그러지 뭐. 그래..
... 아.. 아..안녕.. 안녕 ? "

민철은 미자의 표정을 살피기 위해 밥을 먹으면서 연신 얼굴을 들여다 보
았지만 미자는 아무렇치도 않다는듯 먹어대기만 했다. 민철은 아무래도 무
슨 말인가라도 해야 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 혜지... 였었어. "
" 응. 알어. "
" 다.. 다른게 아니고 사회 심리학 계론 강의 노트 좀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주는거 하나도 이상하지 않잖아. "
" 누가 뭐래니 ? "

민철은 아무잘못도 없이 죄인이 되어갔다. 기분이 그랬다. 아마도 혜지에
대한 생각을 남달리 하는 민철의 양심이 그렇게 스스로 죄인으로 몰고 갔는
지도 모랐다.

" 근데..
걔는 나를 모른데니 ?
구지 너한테 부탁할껀 뭐야 ?
앙큼한 기집애 같으니라구.. "
" 으..응 그애는 널 알아보지 못했어.
그리고 너는 혜지와 별로 친하지 않았잖아.."

민철과 미자는 서로의 기분을 가늠 하면서 하루를 또 서먹서먹 하게 보냈
다. 모처럼 만의 둘의 화해는 이렇게 이상하게 꼬였고 비틀어져 버렸다. 사
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전화 한통화로 신혼부부는 무언의 감정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감정은 새로운 상황을 초래하는
듯 더욱 이상하게 꼬여 가고 있었다.

" 민철아 고궁갈래 ? "

민철은 강의 노트를 혜지에게 건내면서 생글생글 웃는 혜지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계 속....


이동욱 조회: 1246, 줄수: 6, 분류: Etc. 
Re: 사춘기 부부 #16 

와. 정말 재밌다.
이작가 누구에요?
구성도 탄탄하고, 심리묘사도 아주 사실적이고, 문체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것 같애요. 프로작가로 나가두 될것 같지 않아요?
이 이미자란 작가가 어느 통신망에서 활동하는 작간지 진짜루 궁금하네요.
혹시 이메일주소 아시는 분 저한테 좀 가르쳐주세요.
팬레터 좀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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