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춘기 부부 #28조회수 : 908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5    

1999/04/01 조회: 1387, 줄수: 308, 분류: Etc. 미자 02-15 17:01 | HIT : 20 | VOTE : 0 
사춘기 부부 #28 


어린이 대공원은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어린이들 보
다는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더욱 많이 눈에 띄었다. 민철과 미
자는 임신에 대한 감정의 찌거기를 없애려는듯 민환을 데리고
소리 지르며 놀이 기구들을 탔다. 어지러운 놀이기구에 앉아
깨끗하게 씻기워 질것 같은 기분으로 놀이 자체를 신나게 즐
겼다.

" 아-- 악 !~"
" 이얏 - 호 ~ "

신랑 신부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짜릿함을 만끽하고 있었
다. 오히려 민환이가 그소리에 놀라 멍청히 민철과 미자를 놀
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그렇게 재미있어 ? "
" 어 ?
으... 으응 그래.. 넌 재미있지 않냐 ? "

민환은 민철이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맨날 짜증내며 내 꿀밤을 때리던 형이 결혼을 하고
나서는 백 팔십도 변한것 같아 결혼이라는건 좋은 거라고 생
각 했다.

" 형.
나도 빨리 커서.. 미자누나처럼 예쁜 여자와 결혼 할꺼야."
" 어머..어머..어머머..
내가 이쁘다구.. 애구 ~ 귀여운 우리 도련님.
내가 뽀뽀 해줄께. "

쪽 -

" 어 - ?
이건 형한테만 해주는거 아냐 ? "
" 호호호..
애구애구.. 나의 귀여운 도련님아..
어쩌면 형하고 똑 같은 소리만 하니?
아니야 - 도련님하고 형하고는 위치가 다른거야. "
" ..... ? ?? "
" 고롬고롬... 위치가 다르지. "

민환은 도대체 알아 들을 수 없는말을 들으며 어른들이 하
는말을 알아 들을 목적에서라도 빨리 커야 겠다고 생각 했다.

" 형.. 누나 !
우리 도깨비 방 들어가자 ~
저기..저기. "
" 요녀석아 !
누나가 아니라 형수라고 하는거야. "
" 알어..
엄마도 미자 누나한테 그렇게 부르라고 그랬어.
하지만... 이상해.
미자 누나가 왜 형수야 ?
그리고 미자누나가 나보고 도련님 하고 부르는것도 이상해."
" 그러니?
히히히... 그럼 그렇게 안 부르면 되지뭐.
민환아 -
우리 도깨비방에 들어가자 . "
" 응. 그래. "

민환은 미자가 옛날처럼 다시 자신의 이름을 불러 준다는데
대해 몹씨도 기분이 좋아 하는것 같았다.

' 민환 도련님도 민철이 처럼 변화를 두려워 하는구나.'

임신에 대한 민철의 반응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무
리는 아닌것 같았다.

" 형 -
빨리와 ~ "

대공원에서 민철과 미자는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 신나게 놀
고 소리쳤다. 감정의 찌꺼기들이 반은 씻어 내려간것 같았다.
전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민철은 시종 먼곳에 시선을 주고 있
었다.

꿍.

언제나 전철만 타면 잠들어 버리는 미자를 가만히 지켜보았
다. 머리를 뒤로 찧어도 그대로 잠들어 버리는 미자가 왠지
이뻐 보였다. 그러면서 임신에 대한 자신의 반응이 미자에게
너무 힘겹게 하지 않았나 해서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민철은 얼른 고개를 돌리고
눈물이 나올까봐 걱정하면서 눈에 온힘을 집중시키고 참아내
고 있었다.

" 히히히... "

민환녀석이 꿈속에서 아직도 놀이기구를 타는 꿈을 꾸는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민철과 미자는 힘이 죽 빠져서 집으로 돌아 왔다. 민환만이
아직도 힘이 남았는지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 밥해야지 ? "

미자는 기운이 빠진 모습으로 부엌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미자야 -
나가서 먹고 오자 . "

민철은 미자가 힘들어 하는것 같아서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 안돼 !
오늘 돈이 얼마나 깨진지 알아 ?
집에서 먹어.
내가 맛있게 할께.."
" 내가 도와줄까 ? "
" 이야 ~
고민철 너 그말 진심이냐 ?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때도 다있어?
고맙지만 사양 하겠어.
노 땡큐 ~
괜히 들어와서 접시 깰 생각은 말고 들어가서 민환 도련님
하고나 놀아.. 그게 더잘 어울려..
어째든 고마워.."
" 싫으면 관둬라 뭐.
좀 생각해 줘서 말했더니... "

민철은 아쉬운듯 부엌에 있는 미자를 몇번 힐끔 보더니 이
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후훗....
에구... "

미자는 민철이 앞치마 입은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민환을 데려다 주기 위해서 의정부로 출발
을 했다. 미자는 은근히 걱정이 됐다. 시아주버니의 교통 사
고 이후로 한번도 전화도 못 올린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그것은 민철의 반대에 어쩔 수가 없었던 일인 것도 사실이었
다.

' 어떻게 대할까 ? '

미자는 의정부까지 가면서 잠들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서
였다. 그것은 민철도 마찬가지 인것 같았다. 단지 민환이만이
쿨쿨 잠들어 있었다.

" 저희 왔어요.. 어머니.. "

어머니는 신랑 신부를 보고 야속하다는 표정으로 달려와 미
자의 손을 덮썩 잡았다. 그러더니 눈물이 글썽글썽 하시는게
아닌가.

" 아가.. 살림하랴 공부하랴 힘들지..
저번데 내려 가려고 했는데...
알다시피 교통사고가 나서.. "

미자는 어리둥절 했다. 어머니는 진심에서 하는 소리임이
틀림 없는 것이다. 민철도 놀라는 눈치였다. 민철이 생각했던
어머니의 태도와는 정반대의 따뜻함 이었다.

" 어머님.. "

미자는 너무 감격을 하여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사실 집으
로 오면서 얼마나 마음 졸이고 걱정을 했는지 온몸이 긴장 상
태로 있었던 것이다.

" 아직 민철이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
여자마음을 어떻게 알겠어.
그래..그래.. 힘들더라도 참아야지.. 전화도 자주하고..
이렇게 있을께 아니라 들어가.. 어여.. "

미자는 어머니에게 큰절을 올렸다. 감격하면서도 한편으로
는 민철이 야속 하기도 했다. 왜 그때 그렇게 심각하게 모든
것을 받아 들였는지...

" 미안하구나.. 이렇게 올라 왔는데..
며느리와 술대적을 못해줘서. "

어머니의 농담에 미자는 얼굴이 빨게 졌다. 몸들바를 몰랐
다.

" 많이 어른이 됐구나.
그래 학교 생활은 ? ... "
" 네 어머니..
공부 잘하고 있어요."

고부간의 갈등은 없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
었다. 미자는 그래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어려워
도 곁에는 민철이 아닌 어머니가 있다고 생각하니 약간은 섭
섭 하기는 해도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
민철과 함께 건너방으로 건너와서 잠자리를 폈다.

" 야 -
고민철..
나. 너랑 안살고 어머니하고 살꺼야.
내일 혼자 내려가 - "
" 이상하다..
우리 엄마가 너무 부드러워 지셨어. "
" 웃기지마.
원래 어머니는 저런 분이셨어.
어머니 반만 닮아봐라.. 어이그.. "

민철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민철이 생각하기엔 며느
리가 잘못 들어왔다고 하실 분이었는데.. 하기사 면전에 대놓
고 그렇게 할리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예전의 형수를 대했
던 태도와는 너무도 달라 있었던 것이다. 미자의 술버릇이 그
냥 귀엽게만 보이셨나? ....

" 어- ?
손 안치웟~ "
" 에구 ~
내손이 왜 거기 가있지..
헤헤.. "
" 틈만 나면..그저.. "
" 야 - 그래도 방이 바뀌니까 새로운 맛이 나는데 ?
좀 신선하고 ... "
" 저리 안가 !
징그러워 ~ "
" 히히...
가만히 있어봐 ..
어 - ? "
" ..... ? "
" ...... "
" ..... ? "
" .... .... ..... ~~~ "

민철은 갑자기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급하게 뛰어 갔다. 미
자는 민철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 쟤가 왜 저러지? "

미자가 민철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을때 밖에서 누
군가가 왔는지 소리가 나고 있었다.

" 너- 어디가냐 ? "
" 화...화장실... "

분명 시아주버니의 목소리인것 같았다. 미자는 얼른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밖으로 나가
자 마당에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신발이 안방 앞에 놓여있
는 것을 보고 미자는 안방으로 들어 갔구나 생각했다. 들어가
봐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야 할지 모르고 방문 앞에서 서성이
고 있는데 안에서는 한숨 섞인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미자는 엿들으려고 한것은 아니였지만 들려 오는 소
리를 흘려 버릴 수가 없었다. 미자는 어머니의 낮은 음성 소
리에 얼굴이 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 에이구 ~ 그럼 어떻 하겠니..
짝을 지워 줬으니.. 이제와서 무를 수도 없고.
며늘아기한테 그런 표정을 지어봐.. 그렇치 않아도 천방지
축 날뛰는 장난꾸러기 애 같은데..
그나저나 민철이 녀석도 걱정이 되는구나..
잘해 나갈지..
이런 며느리가 들어온 것도 다 내 업보지 업보야.. "
" 어머니..
자꾸 그러시지 마세요.
아직 어려서 그렇치 괜찮아 질꺼예요. "
" 얘야.. 너도 보았잖니..
교통사고 났을때 전화 한통화도 없었던 것을 ..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그런것 까지 모를 수야 있겠니. "

미자는 시아주버니와 어머니가 하는 소리를 들으며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다. 미자는 믿고 싶지가 않았다. 어머니의 목
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분명 안방에 있는 TV연속
극에서 내보내는 소리일꺼라고 생각 하고 싶었다. 미자는 머
리를 흔들었다. 아니라고 소리치고 들어가서 어머니에게 농담
을 하신거라고 듣고 싶었다.

" 어 - ?
거기서 뭐해."

민철이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미자가 말뚝같이 서있는 모습
을 보고 물었다.

미자는 얼굴을 감추며 후다닥 건너방으로 달려 들어 갔다.
들어가서는 이불을 덮어쓰고 울었다. 소리가 안나도록 입에
이불 끝을 물고 울었다.

잠시후에 민철이 배를 쓸면서 들어 왔다.

" 나와봐 -
형하고 형수님 오셨어. "

민철은 미자의 행동이 이상해 이불을 들추었다.

" 그냥 나둬 !
흑흑... "
" 너- 우는거냐 ?
왜그래? "

민철은 계속 눈물을 짜내는 미자가 왜그러는지 알 수없어
멍청히 그렇게 보고 있다가 미자의 어깨를 잡아 주었다. 미자
는 민철의 품에 파고 들면서 서럽게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 민철아 - 민철아 -
나 어떻게해.. 나 무서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어.. 흑.. "
" 왜 그러는데..
말을 해야 알것 아냐.. "

미자는 품에 안겨서 계속 울기만 했다.

" 새아가 ~
잠깐 나와 보렴 ?
네 형님이 오셨단다.."

밖에서 어머니의 이소리는 미자의 귓속을 후비며 어떤 커다
란 공포로 밀려 오고 있었다.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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