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춘기 부부 #35조회수 : 1100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5    

미자 02-15 17:10 | HIT : 20 | VOTE : 0 1999.04.05 조회: 1539, 줄수: 279, 분류: Etc. 
사춘기 부부 #35 


" 이봐 ~ 형씨..
말을 좀 곱게 쓰지.. "

귀걸이의 남자애가 민철의 팔목을 비틀며 비아냥댔다. 민철
의 손은 어느새 힘을 잃고 그남자에게 꺽여 버렸다. 사람들은
이런 광경을 흔히 보았다는 듯이 아무렇치도 않게 쳐다만 보
고 있었다.

" 이자식이 ... "

민철은 팔에 갑자기 힘을 주어 빼어냈다. 그리곤 다시 녀석
의 멱살을 잡아 채려 할때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며 일행들이
우루루 민철에게 달려 들었다. 사람들은 그때서야 소리를 지
르며 한쪽으로 비켜 나면서 아주 재미있는 구경을 놓치지 않
으리라는 표정으로 (반은 겁먹은 표정과 함께) 싸움 구경을
하고 있었다. 잠시후에 상황의 심각함을 알고 좀더 구경하려
던 종업원들 표정이 굳어지며 말리기 위해 달려 들었다.


퍽. 우당탕.. 팍 - 피식 -


일방적으로 민철은 맞아댔다. 원이 없을 정도로 맞아 댔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세상이 흔들리는것 같으면서 민철은 많은
발과 주먹을 감당해 내야만 했다.


짓밟혔다. - 어떤놈인지 발 되게 커 보였다. 또 어떤 놈인
지 욕지거리 되게 거칠었다.


민철은 넘어져서 끝도 없이 날아오는 발길질을 세기 시작했
다. 몇대 맞으면 정신을 잃을까 ? 아니면 어떤 놈이 제일 많
이 때리나 유심히 살펴서 고놈만이라도 한대 때려야지 생각했
다.


혜지도 발길질을 세고 있을까 ? ... 미자처럼.
민철의 의식이 가물가물해 지면서 발길질이 멈추었다. 비틀
거리고 일어났을때에는 이미 그 청년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
다. 단지 혜지가 손수건으로 얼굴의 피를 닦아 주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 아이고...
눈이 부어 오른게 틀림없지..
제길 한대만 더 맞은면 120대 채울 수 있었는데.. '

민철은 무슨 기분을 느껴야 할지 몰랐다. 갑자기 순식간에
닥친 이런 상황은 민철에게 어떤 공포감도 두려움도 느끼게끔
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것은 두려움을 가질 시간적 여유가 없
이 후다닥 들이닥쳐 머리부터 맞아 정신이 아찔해 지면서 엉
뚱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지 몰랐다.

" 민철아 - 괜찬아 ? "

괜찮을리가 있나.. 민철은 혜지의 얼굴을 보면서 아마도 바
람을 피우기 때문에 이런 시련이 오는 거겠지 생각했다.

" 비러먹을.. "

민철은 혜지가 준 손거울을 들여다보고 한숨을 푹- 내 쉬었
다. 작은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딴 사람이 되어 있었
다. 두눈이 퍼렇게 퉁퉁 부어 있었고 눈가에는 가느다란 핏기
가 선을 그리고 있었다. 손끝으로 피를 닦아 내자 다시 피가
스며 나왔다. 분명 깊게 파인건 아니었지만 담배한까치 크기
만큼 찢겨졌던 것이다.

다행이 경찰이 오기전에 민철은 그 카페를 나올 수 있었다.
피해자 이면서도 경찰을 두려워하는건 혜지 때문이었다. 만약
경찰서에 끌려가서 상황을 설명하자면 목격자인 혜지도 있어
야되고 또 있다보면 집으로 연락해서 미자가 나오리라는 것은
너무도 뻔한 것 아닌가 말이다. 그렇게 되면 민철은 지금보다
더욱 힘들어 질게 뻔한 것이다.


혜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민철의 얼굴을 닦아 내 주었다.

'아 - 비러먹을...
미자한테는 뭐라 변명하지?...
바람피우다 이렇게 됐다구 할 수도 없고.. '

민철의 이생각을 혜지가 알았는지 혜지는 민철을 올려다보
며 걱정스런 말로 물었다.

" 어떻게 할꺼야 ? "
" 뭘 ? "
" 미자한테 뭐라 할꺼야 ?"
" 글쎄... "

민철은 혜지와 헤어지고 돌아오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
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나오질 않았다. 민철은 조
금씩 옆꾸리쪽이 저려 오기 시작했다. 아 - 진짜 비러먹을 자
존심... 정말 어처구니 없고 한푼의 가치도 없는 자손심 때문
에 민철은 엄청난 난관에 부딪쳐 버린 것이다.


미자는 11시가 넘어서도 들어올기미도 없는 민철을 기다렸
다. 은근히 걱정 되기도 했다. 요즘들어서는 10시를 넘긴적이
없는 남편이 11시가 한참을 넘어 서고 있는데도 들어오질 않
으니 걱정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걱정은 시간이 점점
자정으로 가까워 올 수록 짜증으로 변하고 자정을 넘어서자
드디어는 큰 주먹을 뿌드득 대고 있었다. 민철이 들어오면 작
살 내줄 참이었다.

화를 삭히기 위해 미자는 책을 펴놓고 일부러라도 소리를
내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을 잘못 골라서 인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잠이 많은 여자 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자는 어느새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꿍.
어떤 소리에 미자는 잠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넘어 서고 있었다. 미자
는 방문을 열고 목이 말라 부엌으로 나가려다가 검은 물체가
방문앞에 우뚝 서있는것을 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 히 - 익. "

장승처럼 우뚝 서있는 검은 물체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 보는것 같았다.

" 도... 도둑.. "

갑자기 검은 물체는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미자는 너
무 기겁을 해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서있다가 몽둥이를 찾아들
고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 아 - 악 !
도둑이야 ~ "

그리곤 미자는 몽둥이를 휘둘러 정신없이 때려 댔다.

" 아 - 악 !
그만. 그만! "

갑자기 검은 물체는 벌떡 일어서서 밖으로 튀어나갔다.
미자는 놀란 표정으로 숨을 훅훅 쉬어댔다. 그때서야 주인 아
주머니가 놀라서 정신없이 속옷 바람으로 뛰어나왔다.

" 어...어디..
새..새댁 괘..괜찬아.. "

아주머니는 새댁이 몽둥이 들고 있는 폼이 믿음직 스러운지
미자의 뒤로 숨으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 도망갔어요.
저 대문밖으로.. "
" 누..누가 대문을 열어 놨지 ? "

미자는 말하지 않았다. 민철이 들어오지 않아서 대문을 열
어 놓고 있었다고 말 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미자가 생각하니 도둑의 행동이 이상했다.
누가 건들지도 않았는데 쓰러진 도둑을 미자는 사정없이 두들
겨 댔던 것이다. 아마 옆집 아저씨 일 수도 있는데... 미자는
잽싸게 아주머니의 표정을 살폈다.

" 아저씨 들어 오셨어요 ? "
" 아니 ?
그건 왜 ? "

미자는 간이 써늘해 졌다. 이건 뭐가 잘못되도 크게 잘못되
가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검은 물체는 도둑이 아님을 이제는
확신 할 수 있었다. 조금 아까의 그 정체 불명의 사나이는 분
명 아주머니의 남편 아니면 민철이 였을 것이다. 민철이 라면
그렇게 맞다가 도망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자는 얼근 아주머니를 죄인의 표정으로 휙 돌아 보았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미자 뒤에 숨어 있다
가 미자가 휙 돌아 보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아 - 악 ! "
" 왜.. 왜 그래요.. "
" 새댁 얼굴이 ... 너무.. 무.. 무서워 ..
그..그리고 그 몽둥이.. "

미자는 자신이 몽둥이를 치켜들고 아주머니를 노려 보고 있
었다는 것을 알고 얼른 몽둥이를 내렸다.

" 미.. 미안해요 아주머니.
이제 괜찮으니까 들어가 주무세요. "
" 거참..
이이는 아직 안들어오고 뭐하는거야.
들어올때가 된것 같은데...
미안해요.. 새댁.. 그이가 있었으면 ...
아참.
근데.. 신랑은 아직 안들어 왔어요 ? "
" 네. 아직.. "
" 그래서 남자가 집에 있어야 뭐든지.. 든든한거야..
이이가 들어올때가 됐는데...
치 -
어디서 또 한잔 걸치고 있는가 보지..
새댁.. 들어가..
아함... "

주인 아주머니는 중얼 대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미자는 주
인 아주머니의 남편의 얼굴은 모르고 있었지만 아주머니의 중
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틀림 없이 주인 아저씨 이리라는 좋
치 않은 예감이 확실히 드는 것이었다.

미자는 몽둥이를 들고 대문을 닫으려고 갔다. 그때 대문을
삐걱-하며 들어서는 또 다른 검은 물체. 미자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 아 - 악 ! "
" 왜 그-으래 ~ 나야. "

낮이 익은 목소리에 얼굴을 자세히 보니 민철이 임이 틀림
없었다. 그런데 얼굴에는 사정없이 부어 있는 것이 아닌가.
술냄새가 푹푹- 풍기며 쓰러질듯 하면서 방쪽으로 걸어가는
민철은 미자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
었다. 그렇다면... 아까..
미자는 아찔했다.

미자는 방으로 들어가 쓰러져 있는 민철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심하게 일그러져 있는 얼굴이 그야 말로 비오는날 먼
지가 나도록 맞고 거기에다가 한대더 맞은 꼴이었다. 미자는
민철의 얼굴을 어루 만지며 자신이 있는 힘껏 때리지 않았으
면 이런 처참한 모습이 되지 않았을것을 생각하는지 후회하는
표정이었다.

미자의 정성스런 간호를 받으면서 민철은 의아해했다. 사실
미자에게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할까 하다가 고민 끝에 술을 온
몸에 뿌리고 치한들에게 맞은것처럼 꾸미려고 했는데 이상하
게도 미자는 '미안해.. 미안해'라는 말을 계속 되내이면서 정
성스럽게 얼굴을 닦아 주는 것이 아닌가. 민철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어리둥절 하면서도 술에 나가 떨어진 사람처럼 신음
을 간간히 섞으면서 미자의 동태를 살폈다.

" 미안해..
진짜 도둑인줄 알았어.
너무 놀라서 얼굴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어.
바보.. 소리라도 치지..
나 고민철이야 라고.. 미안해.. 너무 세게 때렸나봐.
세상에 몇대맞고 이렇게 처참하게 되다니..
얼마나 놀랬다고..
많이 아프겠다. "

민철은 눈을감은 상태로 미자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도대체 미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들어
보니 민철 자신한테는 극히 유리한 입장으로 상황이 돌아 간
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 얘가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가만히 있어야 되나 ?
아니면 물어 봐야 되나 ? '

민철은 미자가 무슨말을 더 하려나 하고 귀를 귀울였다. 미
자는 민철의 얼굴을 닦아 내면서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
다. 민철은 실눈을 뜨고 미자의 우는 모습을 바라 보았다. 요
즘 들어서 부쩍 는 미자의 눈물.. 억센 미자의 눈물을 볼때마
다 민철은 묘한 감정에 사로 잡히곤 했었다. 오늘도 이상한
상황에 어리둥절 했지만 미자의 눈물을 보자 또 다시 묘한 감
정에 사로 잡히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미자를 안아
서 달래고 싶은 충동을 어거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 그래 오늘 밤은 모르는체 하고 그냥 자 버리자.
그리고 내일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상황
을 알아봐야지.'

" 흑...
미안해..
많이 아프겠다..
어디서 이렇게 술마시다 온거야..
인기척이라도 내지... 너무 놀라서 그만..
그래도 주인집 아저씨가 아니라 다행이야..
천만 다행이지.. 천만 다행이야.. "

' 그래 뭔지 몰라도 천만 다행인것 같다..
주먹을 감당해야 될걸 걱정했는데.. 너의 눈물을 감당하는
편이 정말이지 천만 다행이다. '

무슨일인지 민철에게는 행운이 찾아온것 같은 기분으로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가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찮아도 얼굴의
상처를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몰라 무조건 술에취해 깡패들
에게 맞았다고 박박 우길 참이었는데 미자의 이런 행동은 참
말이지 민철에게는 행운 인 것이다.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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