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춘기 부부 #36조회수 : 1055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5    

미자 02-15 17:11 | HIT : 23 | VOTE : 0 1999/04/05 조회: 2912, 줄수: 278, 분류: Etc. 
사춘기 부부 #36 


다음날 아침 민철은 정성 스럽게 끓여준 북어국을 먹으면서
연신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것이 혜지와의 데이트
를 하고서 이렇게 극진히 대우를 받으니 민철의 입은 찢어지
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왜 미자가 갑자기 자신의 상처
를 보고 꼬치꼬치 캐 묻지를 않고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민
철 자신에게 이토록 잘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는것이 약간
의 불안감을 던져 주고 있었다.

민철은 어제일을 술때문에 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표정으
로 은근히 어제 일을 들춰 내려했다.

" 어제 .. 도둑이 들었어 ? "

민철은 분명 미자가 도둑이 어쩌고 저쩌고 한말을 기억해내
며 넌지시 말을 던져 보았다. 미자는 즉각적으로 되 물었다.

" 기억 안나 ? "
" 모르겠어..
술에 너무 취해서 ... 누구한테 맞았다는 느낌은 있는데."

민철은 불쌍한 표정을 미자에게 더많이 보이기 위해 얼굴을
찌프리며 미자에게 얼굴을 정면으로 돌려 보였다.

그러자 '미안해..'라고 말머리를 꺼내 더니 연신 임금앞에
신하처럼 어려워 하며 자초지종을 얘기 해 나갔다.

미자의 얘기를 다 듣고서야 민철은 어제 미자의 행동을 알
것 같았다.

' 누군지 미자의 몽둥이에 맞은놈은 무지 아팠겠지만..
나를 위해 희생양이 되어 주었구나..
이건 무슨 행운의 징조란 말이냐. '

민철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의 모든 일이 자신의 축
으로 해서 돌아갈것 같은 좋은 예감을 받고 있었다.

민철은 죄인이 되어 있는 미자에게 아주 너그럽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회심의 미소까지 짬봉해서 미자를 다독 거렸다.

" 짜식 -
잘했어.
비록 내가 이렇게 됐지만 집안을 수호할 수 있는 용사가
있다는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어.
나중에라도 내가 어디 갔을때 아주 안심이 되겠어.
너무 신경 쓰지마.. 이정도의 상처는 금방 낳을거야.
난 네가 정말 대견 스럽다.."

쪽 -
민철은 미자의 볼에 강하고 힘있게 뽀뽀를 해 주었다. 정말
그렇게 상황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미자가 이쁘고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미자는 너무세게 뽀뽀해서 얼얼한 볼을 만지며 넓은 민철의
마음을 한없이 고마워 하며 나름대로 민철이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갖으며 기분이 좋아졌다.

" 야 -
근데 너 어디서 그렇게 술마시고 늦은거니 ? "
" 으...응..
동영이 녀석하고.. 그녀석도 군대에 간다더라. "

민철은 미자가 지나칠것 같은 질문을 해와서 뜨끔했지만 더
물어 볼것 같은 그말은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대로
믿고 더이상 묻질 않았다.

민철은 행운의 상황으로 위기를 모면 했을뿐만 아니라 미자
를 휘어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겨우 이런일에 미자가 민철에게 잡히지는 않겠지만 그런대
로 그전 보다는 많이 부드러워 지고 순해 진것은 사실이었다.

의외의 상황으로 미자가 순하게 말을 잘듣는 순종말이 되자
민철은 그때를 이용해서 온갖 심부름을 시험삼아 시켜 보았다.
담배달라.. 재떨이 달라.. 커피달라.. 빤스달라(?).. 미자는
순순히 모든것을 아무댓꾸없이 해주었다. 민철은 재미가 있었
다. 그래서 뽀뽀까지 달라고 하다가 미자의 큰주먹에 퍽 하고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미자는 민철이 잠시 목욕탕 간사이에 주인 아주머니
에게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슬픈 표정으
로 힘없이 그 이상한 소리를 했다.

" 에이구 ...
술이 웬수지.. 웬수야..
글쎄 말이야.. 술먹고 남의 집에 들어가 도둑으로 몰려 흠
씬 맞았다는 거야. "
" 누가요 ? "

미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물었다.

" 누구긴.. 우리 멍청한 바깥양반이지..

새댁 신랑은 술 그렇게 많이 안먹지 ? "
" 많이 먹는 편인데. "
" 이이그 ~
그놈의 술이 웬수라니까..
어제글쎄 자기집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어떤 억센 여자한테
신나게 두들겨 맞고 도망쳐서 .. 간신히 집을 찾아 돌아 왔
다는거야.. 쯪쯪 맞아도 싸지.. 싸~ "

주인 아주머니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멍청한 표정으로 미
자에게 자초지종을 전부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런것이 아
주머니에게는 부끄러움을 주지는 못하는가 보다. 무엇보다도
아주머니는 어떤 사실을 그냥 입에 담아두는 성격의 여자는
아니었다. 특히나 어딘가 모자라는듯한 아주머니의 표정에서
는 너무 순진하다 못해 어딘가 덜떨어진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미자는 아주머니의 말에서 어떤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엇저녁 몽둥이를 휘두른 것과도 너무
똑같은 상황을 아주머니가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미자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지러웠다. 만약 자신
이 휘두룬 몽둥이가 주인아저씨가 맞았다면 민철의 상처는 또
무엇 이란 말인가.

" 아저씨 언제 들어 오셨어요 ? "
" 새벽 3시쯤 못되서..
에구 ~
얼마나 두들겨 맞았으면 얼굴이 엉망진창이 되었을까.
오늘은 아예 출근도 못하고 자리에 누워 있어."

아주머니는 안타까운지 더욱 슬픈표정을 덧 붙이고 있었다.
그런 얘기를 주고 받고 있는데 주인집 방문이 열리면서 얼굴
이 퍼렇게 멍든 주인아저씨가 나오고 있었다.

" 여보 ~
나 물한잔 줘 ~ "
" 알았어요.
에휴 ~ "

주인 아주머니는 다시한번 남편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물을
가지러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미자는 주인 아저씨의 얼굴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미자는
주인 아저씨의 몸집을 보면서 순간 섬짓함을 느끼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도 미자의 얼굴을 보며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라
는 표정으로 멍청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부끄러운 처지를 알고
얼른 방문을 닫아 버리고 있었다.
미자도 얼른 얼굴을 돌렸다.

' 저사람이야.. 어제 그 도둑..
이일을 어쩐다.. 저 사람이 나를 알아 봤을까 ?
아니야..
너무 어두워서 알아보지 못했을꺼야..
나도 몸집을 보고 예감하는거지 얼굴로 봐서는 몰랐어.
아이고... 이런.
어제 아주머니도 내가 몽둥이를 들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
었지.. 으... 이거 시련이네...'

미자는 자신의 몽둥이에 희생된 사람이 주인집 아저씨라는
것을 확신하고 불안해 졌다.

' 아 -
이일을 어쩐다? 어째 ? '

하지만 곧 새로운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
신의 신랑 민철이 녀석은 어떻게 된거냔 말이야. 미자는 정신
을 집중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민철의 상처가 어딘
가 좀 다른데가 있다고 결론 지었다. 몽둥이로 맞은 자국 같
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휘두른 몽둥이 횟 수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민철은 자신의 몽둥이에 맞은 상처
가 아닌것이 확실했다.

' 이게... 어디서 맞고 와서 시침이를 뚝떼고 있어 ?
흥 ! 들어 오기만 해봐라 ! '

그렇게 미자는 이를 갈면서 민철을 기다렸다. 그런데 민철
의 목소리 보다 더 빨리 들려 온것은 전화벨 소리였다.

미자는 수화기를 들었다. 뜻밖에도 목소리의 주인공은 혜지
였다. 이 기집애가 왠일이지.. 그렇찮아도 축제때 민철을 유
혹 해서 파트너 삼은 혜지에게 좋치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판에 미자는 혜지의 목소리를 들어야만했다.

" 왠일이니 ? "

미자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 아무일 없어 ? "
" 무슨일. "
" 너희 부부에게 무슨일 안생겼냐구. "

혜지의 당돌한 질문에 미자는 무언가가 집히는데가 있었다.
분명 혜지는 어떤 사실을 알고 있는듯 했다. 그렇다고 노골적
으로 물을 수가 없어 미자는 은근히 말을 돌렸다.

" 왜 우리 부부에게 무슨일이 생겼다고 생각하지 ? "
" 그냥.
원래 신혼부부는 싸우면서 크는 거잖아. "
" 얘.
너 언제부터 나와 친했다구 말을 함부로 해 대니 ? "

미자는 아무래도 혜지의 자존심을 건들이며 화들 돋구어야
할것 같았다.

" 호호호...
얘얘.. 저번 축제때 일을 마음에 두고 하는 소리 같다 ? "

오히려 혜지는 미자의 성질을 더 건드리고 있었다. 미자는
입술을 한번 꾹 물은다음 계속해서 혜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 쳇.
혜지 너는 내가 그런것을 지금까지 마음에 두고 있는줄 아
나 본데.. 사실 그때 네가 참 불쌍 하더라.
얼마나 파트너 구하기 힘들었으면 유부남을 파트너로 정했
겠니.
내 니마음 모르는거 아니야.
그까짓것 가지고 너무 미안해 하지 말어.
친구간에 도우며 사는거 아니겠니 ? "

미자의 이런 자존심 건드는 소리에도 혜지는 아무렇치도 않
은듯 오히려 무언가가 통쾌 하다는듯 갑자기 웃어 재끼고 있
었다.

" 호호호...
얘..얘.
너 ~ 너무 착각하고 있는거 같다 얘.
난 민철이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 건거야.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부인인 네가 몰라서 되겠니?
민철이 한테 물어봐 얼마나 아픈지.
오 호호호... "

혜지는 분명 미자가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듯 미자
를 놀려 대고 있었다. 수화기는 일방적으로 혜지쪽에서 먼저
끊었다. 미자는 화가 몹씨 났다. 민철이 자신에게 속이는게
분명 있다. 더군다나 혜지 기집애는 알고 있는데 혜지 말대로
부인인 자신이 모른다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노릇 이였
다. 미자는 혜지의 말에 너무 화가 나서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민철이 오기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어떻게 혜지가 하루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사실을
알았는지 의심 스러웠다. 분명 어제 혜지를 만나지 않고서는
이러한 사실을 혜지가 알리가 없는 것이었다. 또 그렇게 본다
면 자신의 신랑짜식이 정말 혜지를 만났다는 얘기가 되는것이
었다.

' 아 -
열받네. '

그렇치 않아도 혜지에 대한 여자의 예감으로 불안한 감정을
항상 가지고 있던 참에 이런 생각을 하니 도저히 열이 올라
감당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이자식 -
들어 오기만 해봐라 ! '

미자는 이를 갈았다. 적어도 민철은 혜지를 한번만 만난것
이 아닌것 같았다. 설마설마 하던 예감... 빤스를 하루에 한
번씩 갈아 입던 모습.. 외모에 남달리 신경쓰는 민철의 모습
이 떠올라 머리가 다 뽑혀 나갈것만 같았다.

미자는 너무화가 나 방안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마당에
서 서성이고 있었다. 분을 못 삭히고 몇번이나 대문밖을 내다
보기도 하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주인아저씨와 눈이
마주치면 아쩌나 하는 걱정에 방으로 들어 가려 할때 그모습
당당한 신랑 민철이 자식 - 그 비러먹을 자식이 대문을 박차
고 거만스럽게 미자의 눈앞에 떡 버티며 들어오고 있었다.

" 야 -
미자야.
나 목욕하고 왔더니 목이 좀 마르다.
시원한 냉수 한사발 가져오련 ? "

미자가 순종할꺼라는 확실한 생각으로 민철은 그 거만 스러
운 목소리로 미자를 내려다 보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미자는 그런 모습의 신랑을 보면서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암처럼 뜨거운 목소리가 세차게 튀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폭발이었다. 화산의 폭발보다 더거센 폭발 이었다. 모
든것을 삽시간에 공포로 몰아 넣을 엄청난 폭발 이었다.

" 이 - 야 ! ~
고 . 민 . 철 !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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