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춘기 부부 #29조회수 : 1464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5    

미자 02-15 17:04 | HIT : 19 | VOTE : 0 1999.04.02 조회: 1425, 줄수: 341, 분류: Etc. 
사춘기 부부 #29 


귓속으로 후벼들어오는 어머니의 소리는 미자를 공포감과
긴장 감으로 몰고 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몸을 추스리고 옷
매무새를 고치게끔 하고 있었다.

미자는 시아주버니와 형님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분명
형님의 목소리는 못들은 것 같았는데 쥐죽은듯이 가만히 앉아
있는 형님의 처신을 알 수 있을것 같았다. 같이 살아 보지는
않았지만 형님의 눈초리는 무언가 억눌려 있는듯한 눈표정 이
었다. 혼자만의 생각 일지는 모르지만 분명 어머니에 대한 존
경심에서라기 보다도 두려움이 찌들은 그러한 눈이었던 것이
다.

민철은 그런 형수를 잘 알고 있었다. 처음 형수가 집에
들어오고서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 해서 어머니는 형수를 메몰
차게 몰아 부쳤던 것을 기억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 아버
지를 잃은 어머니의 감정을 어느곳으로 발산 할 수가 없어 그
랬는지도 몰랐다. 형수가 그런 일에서도 강한 인내심이 있었
기에 아마도 지금 이자리에 앉아 있었을 꺼라고 민철은 생각
하고 있었다. 그때 그일 이후로 민철의 형수는 눈매가 날카롭
게 변해 있는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일에서
도 단 한번도 언성을 높이거나 짜증한번 안냈던 분이었다.민
철이 형의 교통 사고 이후로 미자에게 대한 그러한 생각은
결코 무리는 아니었다. 미자도 또한 일순간에 그러한 분위기
를 안방에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 이건... 도련님.. 학비에 보태세요. "

봉투를 내밀며 형수의 날까로운 시선이 미자와 순간 마주치
며 미자는 섬짓함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었다.

민철이 지금까지 공부하고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따지
고 보면 형과 형수의 뒷 바라지 덕분이었던 것 이었다. 그래
서 더욱이 민철이 형을 어려워 하고 조심스러워 지는것은 당
연한 것 같았다.

" 어머님...
동서하고 따로 가서 쉬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지금까지 한번도 서로 상면례가 없었어요... 어머님. "
" 그러렴. "

어머니의 대답은 너무도 부드러웠다. 아마도 맏며느리에게
했던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시고 있었던것 같은 눈 표정이
었다.

" 그럼.. 말씀들 나누세요..
저희는 건너가 보겠습니다.
동서. "

미자는 마치 어떤 커다란 의식을 치르는듯한 기분 이었다.
신혼여행 갔다 와서 느꼈던 그러한 다정다감한 분위기와는 전
혀 달랐다.

" 예. "

미자는 어느새 그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아주 경건하고 공손
히 대답을 하면서 형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건너방에 이르르
자 형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 아직까지 당황 스럽지 ?
어색하고.. "
" 네."
"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동서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이름은 임미희야.
하기사 여자가 시집을 가면 이름은 없어지는게 우리 현실이
지만...
후훗... 난, 시집와서 내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어머님에게는 며느리고, 남편에게는 순자엄마지..
아참.. 우리 꼬맹이 못보았겠군.
동서에게는 조카가 되는 여자애가 하나 있지.
사실 동서가 보기에는 이 집안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고지식해.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하기에는 정말 그래.
그렇다고 나 또한 아직은 젊다보 보기 때문에 고지식 하다고
표현을 쓰는 거야.
내딸 이름도 순자라고 지은것도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지은 이름이야. 순할 순자 에 아들자 자야...
우습지... "
" 아니예요..
제 이름하고 비슷한거 같아요. "

미자는 형수의 말을 들으면서 삶에 달관한 어떤 중년 부인의
얘기를 듣는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 정확히 나이는 모르
리만 28,9세 정도로 보였는데 말하는 속에는 40이 넘은 아주머
니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 난 미자씨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 "

미자는 형수가 자신의 이름을 말에 넣어서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래 졌다.

" 아 -
내가 미자씨라고 이름을 불러서 놀라는거야 ?
아직 동서는 몰라서 그래 자신의 이름을 잊어먹고 산다는게
얼마나 섭섭한지...
그래서 그냥 이름을 써 보았어.
불편하다면 쓰질 않을께. "
" 아니예요.
불편하기 보다도 형님께서 그렇게 불러 주시리라 예상을 못
했기 때문에.. "
" 그럼.
미자씨가 내이름 한번 불러 주겠어. "
" ...... "

미자는 형수가 무슨 이유에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 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미자가 아무
대답을 못하고 있자 형수는 빙그레 웃으며 그 이유를 설명하
기 시작했다.

" 내가 미자씨를 잘 알고 있다고 했지.
후훗..
나도 한때는 술이라면 사죽을 못쓰고 남자애들이랑 쏴 돌아
다니기도 하고 또 말괄량이 었었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 졌지만 말이야..."

미자는 형수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
졌다. 그리고 형수의 달라져야만 했을 이유를 알것 같았다.

" 난,...
누구한테 ... 내이름을 불러주는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
어린애 같은 소리 같지만 말이야.
정말 어처구니 없는 소리 같지 ? "
" 그렇치 않아요. 미희.... 언니... "
" .......? ? !!!!! "

미자는 어느새 형님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어떤 연민의
정이 그렇게까지 만들은 것 같았다. 형수는 그말을 듣고 얼이
빠진 사람처럼 그렇게 한참을 미자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 호호호..... "

형수는 갑자기 웃었다. 미자는 이럴때 민망한 표정을 지어
야 할지 아니면 같이 웃어 주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 호호호 .....
내이름을 들으니 내이름 같지 않고 남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누구를 부르나 하고 생각했어.
호호...
정말 내 이름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새로 작명소에서 금방 지어온 이름 같단 말이야..
22년간을 불리 웠던 이름이 6년 사이에 그렇게 생소하게
들리다니.. "
" 이름 부르는것이 어색 한가요 ? "

미자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형님을 올려다 보았다.

" 아냐.. 아냐...
후훗... 잠깐 생소 했을 뿐이었어.
하지만 왠지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야..
그 꿈많고 오기투성이인 스무살의 말괄량이로 말이야.. "

형수는 오랫만에 느끼는 자유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
름 부르는것 하나만으로 모든것을 되찾은것 같은 그러한 기분
으로 마음이 붕 떠버렸던 것이다. 미자에게는 그런 기분을 알
수 없었을 테지만 그런 행동에 대해서는 어렴풋이나마 공감을
할 수 있을것 같았다.

형수와 미자는 어느새 학교 선후배.. 아니면 자매처럼 이름
을 서로 나누며 즐거워 했다. 그렇게 말이 없어 보이던 형수
도 어느새 수다장이로 변해 있었다.

형수는 지금의 남편 즉 미자에게는 시아주버니가 되는 사람
과 데이트를 하면서 겪었던일 그리고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
고 결혼 했던일 그래서 겪은 어려운일 등을 감정에 사로 잡혀
서 말한 것이 아니라 윗트를 섞어가면서 한없이 쏟아 내고 있
었다. 미자는 생각했다. 이렇게 명랑하고 밝고 재미 있는 사
람이 조금전의 모습은 너무도 다른 공자 며느리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미자는 형수의 말에 너무 재미있어 계속 깔깔대고 웃으면서
경청하고 있었다. 얘기를 듣다 보니 자신과 비슷한 점이 너무
나 많았다. 하지만 사랑때문에 집안의 반대도 불구하고서도
했다는 데에 대해서 미자의 생각은 민철을 생각하게 했다. 사
랑때문에 아마도 이렇게 견디지 싶은 생각을 했다. 사랑도 없
는 동생 부부와는 거기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사실 이었다.

민철은 안방에서 나와 마당에 서서 방안에서 흘러 나오는
미자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징징 짜
던 미자가 지금은 또 너무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 대고 웃는것
은 민철로써는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 형수가 간지럼 태우는 벌이라도 주는건가 ? "

민철은 미자가 웃음이 헤프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전까지만 해도 가장 외로운 사람처럼 자신에게 매달렸었
다. 미자의 눈물을 본것은 오늘이 두번째 였는데.. 오늘은 너
무도 달래기 힘들 것이라 생각 했었다. 그런데 형수는 어떤
능력으로 미자를 저토록 변화무쌍하게 만들 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면서 형수가 처음 시집 왔을때의 일을 생
각하고 있었다. 그때는 정말이지 형수는 밝고 쾌활 했었다.

아마도 민철은 형수를 가장 좋아했던 사람중에 한사람 이었
다. 언제나 재미있는 얘기로 민철을 즐겁게 해주었던 것이었
었다.

' 그렇다면 형수가 그때의 그런 모습과 표정으로 미자를
재미있게 해주는 건가 ? '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민철의 머리를 흔들게 만들었다. 아
버지가 돌아가시고서는 그러한 형수의 모습을 볼 수 없을 뿐
더러 단 한번도 웃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때 형수는 방문을 열고 나오고 있
었다. 얼굴 표정은 조금전과 다름바없이 엄숙한 그 자체의 표
정 이었다.

" 도련님.. 들어 오시지 않구요.
제가 방해 되었나 보군요.
들어가세요 도련님."

형수는 어색한 웃음을 한번 짓고는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거 참.
이상하다. "

민철이 방으로 들어서자 미자의 표정은 밝아 있었다. 민철
은 영문을 몰랐다. 무슨 얘기를 나누 었길래 미자가 이렇게
금방 혈색이 돌고 있는가 말이다.

" 무슨 얘기 했어 ? "

민철은 궁금해서 먼저 질문을 했다.

" 응.
미희 언니.. 얫날 얘기 "
" 미희 언니 ? "

민철은 마치 처음 듣는 이름이라도 되는것처럼 미자를 말똥
말똥 내려다 보고 있었다.

" 야 - 고민철.
너의 형수 이름도 모르고 있니 ? "

민철이 생각해 보니 정말 형수의 이름이 임미희 였다는 것
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 그래.. 그건 그런데... 언니는 또 뭐야 ? "
" 후훗.. 그런일이 있어. "

민철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학교 선후배라도 된다는
말인가 ? 민철은 궁금 했지만 더이상 묻질 않았다. 그렇치
않아도 머리속에는 너무도 많은 생각이 몰려 오고 있었다. 어
머니의 의미심장한 몇마디는 민철을 고민에 빠져 들어가게 했
던 것이다. 왜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하셨을까 ? 민철은 잠자리
에 들어서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왜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를 하시면서 또 거기에 덧붙여 형수와 미자에 대해 말한
이유를 민철은 도저히 해석 할 수가 없었다. 민철이 그러한
생각에 잠겨 눈만 감은채 누워 있었다.

꿈지락.. 꼼지락....

" 너 뭐하니 ? "

오늘따라 이불속에서 꿈지락 댄것은 민철이 아니라 미자였
다. 민철은 자신이 그런 것이라 착각 했었지만 분명 자신의
손은 배위에 가만히 얹혀 있었던 지라 자신있게 물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 바지 입어. "
" 바지 ? "
" 응. "
" 왜 ? "
" 가만히 있어봐 다입고 얘기 해줄께. "

미자는 이불속에서 치마와 바지를 후다닥 갈아 입었다.

" 왜 ? "

민철이 제차 물었다.

" 응. 웃지 않으려고. "
" 무슨 소리야 ? "
" 너 또 대들거 아냐.
그럼 내가 웃지 않고 베겨 ?
그럼 식구들 모두 잠에서 깨어 날텐데.
오늘 하루만 참아. "
" ..... ??? !!! "


' 어떻게 하고 있을까 ?
보고싶군.
아직도 있을까 ?
자식들은...
버려진 할아버지 ? '

민철은 전철을 타고 가면서 처가의 세들어 사는 노인을 생
각 하고 있었다. 왠지 처량해 보이는 그 노인은 민철을 끌어
들이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어려울때나 기쁠때 잠시 잠깐
떠오르는 노인의 모습은 민철의 마음을 달래 주고 있었다. 언
제 부터인가 문뜩문뜩 보고 싶어할때는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그 노인에게 달려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이 그러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래 정말 이유는 없었다. 그냥 보고 싶어 졌
다. 연민의 정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유없는 그
노인에게 민철은 가끔 끌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날때 또
자취하는 주인집의 아주머니의 모습이 위로가 되었었다. 분명
말로 표현은 할 수 없지만 노인과 아주머니에게는 공통점이
있는것이 틀림 없었다.

꿍.

' 오늘도 여전히 미자의 머리가 뒤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
는 구나..'

민철이 미자를 돌아다 봤을때에는 미자는 뒤로 기대고 잠들
어 있기는 커녕 민철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 안자 ? "
" 안 졸려. "
" 졸았니 ? "
" 아니. "

' 어- 이상하다 그럼 어디서 나는 소리였지?
분명 미자가 전철만 타면 머리를 뒤로 젖히며 잠들기 전
의 의식같은 소리였는데...'

아마도 민철에게는 전철만 타면 미자가 잠잘거란 어떤 무의
식의 생각이 엉뚱한 환청까지 만들었을 지도 몰랐다.

꿍.

민철의 귀에는 또 그 소리가 들려 왔다. 아까보다는 확실히
크고 명확했다. 민철은 얼른 미자를 돌아다 보았지만 미자는
여전히 커다란 눈으로 민철을 빤히 보고 있었다.

꿍.. 꿍..

이번에는 여러번의 소리가 들려 왔다. 전철안의 사람들이
서로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 민철아 너도 들리니 ? "
" 응. 난 잘못 들은줄 알았는데.. "

그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앞칸에서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아우성 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와 지고 있
었다.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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