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joker | 작성일 : 2004-1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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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 02-15 17:17 | HIT : 44 | VOTE : 0 1999.04.08 조회: 3401, 줄수: 216, 분류: Etc. 사춘기 부부 #40
찌는듯한 더위에 미자의 행방을 찾아낼 궁리를 하고있었다. 어떤 틀에서 벗어 난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지금의 처지를 생 각하면서 잘못되어 있음을 생각하고는 불안해 했다.
무엇보다도 급한것은 미자를 데리고 집엘 가야 된다는 절박 감 이었다.
민철은 가만 있을 수가 없어 무작정 집을 나섰다. 방학이라 한산한 학교 캠퍼스를 기웃기웃 찾아 다녀보고 미자가 아르 바이트 하던 커피숖까지 찾아 봤지만 미자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갈곳은 뻔할것 같았는데 갈 만한 곳은 다 찾아 봤지만 하늘 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흔적 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밤이 으슥해 지면서 미자는 상희와 같이 밤거리로 나섰다. 정말 자유스러운 여자인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미자는 연신 기분좋은 얼굴을 하려 애쓰고 있었다.
미자와 상희가 의견의 일치를 본것은 그전에 아르바이트 했 던 커피 숖 이었다. 이들이 들어서자 노처녀 예지가 반갑게 맞이 했다.
" 미자야 - 너 요즘 나 안 도와 줄꺼야 ? 보수가 적어서 그래 ? " " 아니야 언니. 다음달 부터 나올께.. " " 참 ! 고민철씨란 사람이 네 남편이니 ? " " 왜 ? " " 낮에 여기 찾아 왔었어. 얼굴이 창백해 져 가지고.. 무슨 일이 있는거 같은데.. 집에서 오는길 아니니 ? " " 정말야 언니 ? 이 히히히히.... 아..하하하하.. 큭큭.. 지가 그러면 그렇치. " " 여자애 웃음소리가 그게 뭐니 ? " " 에이구 ~ 언니는 더 심하다 뭐 - 언니 우리 여기서 늦게까지 놀다 가도 되지 ? " " 그거야 상관 없지만.. 네 남편이 애타게 찾는거 같은데.. 일찍 안들어가봐도 돼 ? " " 히힛.. 애좀 타야돼. " " 아참.. 그리고 성호라는 사람이 와있어. 저기 - "
미자는 창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가에는 성호가 앉아서 미자쪽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보였다.
미자는 밝게 웃고는 그쪽으로 갔다. 상희도 성호를 처음 보 는것은 아닌지라 서로 안면은 있었다. 그래서 같이 어울리게 되었다.
저녁이 늦어지면서 한쪽에는 미자와 상희 그리고 성호 예지 가 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노처녀 예지도 술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물 인지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마 셔 댔다.
성호는 술이 몇잔 들어가자 기분에 취해 '멋있는 미자'를 말머리로 해서 자잘한 칭찬까지 마구 퍼부어 댔다. 유일한 술 친구를 잃은 서러움과 보석을 보지 못한 자신의 무지함을 한 탄까지 하면서 성호는 열변을 토했다.
성호의 칭찬을 들으면서 미자는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자꾸 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진짜로 민철이 화가나서 어떤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괜한 걱정을 하고 있군.. 왜 지가 화를 내야 해. 열받는건 난데.. '
막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성호가 갑자기 미자의 손을 덥 썩 잡아채고 보라는 듯이 손을 높이 쳐들었다.
" 예지 누님. 난 말입니다. 여기 이손을 지금껏 이런 기분으로 잡아 본적 이 없다 이말입니다. 언제나 이녀석과 악수를 할때는 그냥 보통 친구로써..그렇 게 ... 후 - 그런데 말입니다.. 이손 ! 지금 이손을 잡는 내 심정은 쓰리다 이겁니다. 예전같지 않다 이말입니다. "
성호는 어느새 취했는지 헛소리를 해댔다. 미자는 그것이 귀여워 하는데로 그냥 지켜보고 미소만 짓고 있었다.
" 난, 말입니다. 중요한 뭔가를 잃은 기분입니다. 처음 미자가 결혼했다는 소릴 들었을때 친구로만 생각 했던 내 생각과 그냥 있는 그대로 느끼는 감정과는 너무도 차이 가 있었다 이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
미자는 그제서야 성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얼른 뻬어 냈 다. 그러자 성호는 슬픈 표정으로 미자를 가만히 보더니 다시 연설을 해대기 시작 했다.
" 후훗.. 바로 이겁니다. 예전에는 술먹고 이런 장난을 해도 미자는 절대 이상한 생 각을 하지 않았다 이겁니다. 지금 보십쇼 내 연기력에 속아 넘어가 어색한 감정을 갖는 것 말입니다. 핫핫핫.... 그래서.. 여자와 남자는 영원히 친구로 남을 수가 없는가 봅니다. 푸 - 후훗... " " 야 - 문성호. 너 취했다. 집에 들어가라 ! "
미자는 성호의 등을 다독 거리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성호 가 한말이 자신이 너무 틀에 박혀 생각하고 있다고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 미자야 ~ 넌, 내가 이렇게 취했다고 해도... 집에 가란 소린 안했어." " 알어. 알어. 다 안다구.. 사람은 변하게 되있어. 결혼을 하면 자신도 어쩔 수 없이 틀에.. 편견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거야.. 그것을 깨려 한다면 그것은 불행을 가져오 는 일 밖에는 없어. "
미자는 그런 말을 하면서 민철이 혜지를 만났다는 그 사실 을 다시 기억해 내고 있었다. 말은 해 놓고서도 자신이 한말 이 정말 어떤 화를 불러 올지 모른다는것을 실감 하고 있었다.
' 바보 같으니라구.. 민철은 내꺼라구.. 어디서 감히 남에것에 손을 댄단 말이야 .. 나쁜 기집애.. '
미자는 다시 혜지를 떠올리며 분을 삭히고 있었다. 어느덧 미자도 민철을 감싸는 생각을 한다는것을 알고는 스스로 놀라 고 있었다.
' 아니야..아니야.. 그자식이 나쁜놈이야.. 나쁜자식. '
" 나쁜자식. "
미자의 이말은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들리고 있었다.
" 그래.. 난 나쁜 놈이야. 남의 부인을 좋아하는 나쁜놈이야 ~ "
성호의 갑작스런 말에 미자는 어리둥절 했다. 장난을 하는 건지 아니면 잘못 들은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물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 말 자체가 불쾌하고 기분을 나쁘게 했던 것이다.
" 예지 누님.. 기찬 음악 한곡좀 틀어주쇼. " " 그래.. 음악 틀어 줄테니까 술은 그만 마셔.. "
예지는 음악을 틀었다. 성호의 술주정에 갑자기 실내 분위 기가 이상해 진것 같았다.
" 미자야.. 우리 이젠 그만 일어서자. "
상희가 그 분위기에 눌려 참지 못하고 미자를 다그쳤다.
" 미자야 - 그냥 가만히 있어봐 ~ 너와 나는 친구 아니냐 ? 음악도 좋은거 나오는데 우리 부르스 한판 땡기자 ~ "
성호는 비틀 거리며 일어나 고개를 푹 떨구고 손을 내밀어 춤을 청했다. 미자는 어이가 없었다. 장난이라도 너무 심하다 생각이 되어졌다.
" 문성호. 너 진짜 취했니 ? 오늘은 여기서 끝내자.. 나 기분이 좋치 않아. " " 뭐 ~ 그렇게 뺄건 없잖아 ~ 춤한번 추자는데 몸이 닳아 없어지냐 ? "
미자는 어이가 없어 성호를 빤히 바라보다가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벌떡 일어섰다. 상희도 미자를 따라 옆으로 다가서 고 있었다.
미자는 성호한 이런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언제나 엘리트 였고 술취해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품위와 지성을 항상 간직한 송호의 이런 모습은 정말이지 생소했다. 성호의 마음을 이해하고 넘어가 줄 그런 여유의 마음은 미자에게 조 금도 없었다. 그냥 미워지고 기분이 몹씨 상해 있었다.
" 문성호. 내가 너한테 한마디 해주겠어. 이 세상은 혼자만 살아가는게 아니야.. 어떤 감정들은 아무 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숨길 수 있어야 하는거야. 지금 난 몹씨 불쾌해. 나중에 정신이 말짱할때 얘기 하자. 그전처럼 친구로써 말 이야.. 먼저 갈께. " " 야 ! "
성호는 돌아서는 미자의 팔을 잡아 챘다. 미자는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 왜 그러는거니.. 너 정말. " " 춤한번 추자는데 왜 그렇게 도도해.. 누가 인생변론 듣자고 했어 ? " " 더이상 할말이 없다. 이 손놔 ! " " 하하.. 짜식 - 화내는 모습이 귀여운데 ~ "
성호는 미자의 볼을 쓰다듭었다. 순간 짝 - 소리와 함께 성 호의 몸이 비틀 거렸다. 미자의 억센 손에 볼을 맞은 성호는 머리를 푹 숙이고 더이상 달려 들지 않을 모습으로 그냥 푸- 푸 거리고만 있었다.
미자는 휙돌아 나가려고 큰걸음으로 문쪽으로 걸어 갔다. 뒤 따라 가던 상희가 기겁을 하고 놀라며 우뚝 서 버렸다. 미 자는 문앞에 민철이 슬픈 표정으로 서있는것을 나중에서야 올 려다 볼 수 있었다.
계 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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