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춘기 부부 #18조회수 : 703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5    

1999.03.27 조회: 1614, 줄수: 290, 분류: Etc. 미자 02-15 16:48 | HIT : 14 | VOTE : 0 
사춘기 부부 #18 


" 자 -
레 - 디..... 고-우 ! "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 내면서 카메라가 촤르르..소리
를 내며 돌아 가고 있었다. 그 열기와는 반대로 민철과 미자는 신기한 광경
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바라 보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탈랜트.. 영화배
우를 가까히서 보는것은 이것이 처음 이었다. 민철과 미자는 대식의 제의
에 의해 엑스트러로 착출 되어서 촬영 현장에 오게 된 것이다. 하루 일당
삼만원이면 그리 작은 돈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 멋진 영화를 어떻게
찍는가 궁금해서 이자리에 오게된 이유가 가장 컸다. 대식은 참 많이도 끌
고 왔다. 민철과 미자 말고도 상희가 와 있었고 또 같은과 학생 두명 그리
고 다른과 학생들 7명 정도가 배우들의 일거 일투족을 관찰하기 바빴다.

사실 상희는 대식이가 부른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대식이
가 사람을 모집한다기에 대식을 보기 위해서 자진 출두 한 것이었다. 민철
은 분명 학생들 중에 혜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자가 옆에 있어서 그
런지 혜지는 민철을 한번도 시선을 주고 있지 않았다.

일사 불란하게 바쁘게 뛰고 있는 스탭진들에게 방해 되지 않을 까 하여
민철과 미자는 멀찌 감치 떨어져서 보고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불러주기를
바라면서....

" 자 - 여러분들 모여 주세요. "

키가 짧막하고 머리가 약간 벗겨진 조감독이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학생
들을 불러 모았다. 그 조감독은 감독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꾸지
람을 받는 걸 본 미자는 괜히 불쌍해 보였다. 그런 생각은 다들 마찬 가지
였는지 조감독의 말에 아주 일사 불란하게 행동을 해주고 있었다. 조감독
은 먼저 자신의 소개를 했다. 목소리가 아주 경쾌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삶에 찌들어 힘겨워 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 자 - 여러분들은 제가 지정해 준대로 서로 한쌍을 이루어 이쪽으로 다정
히 지나가는 겁니다. 인원이 모자라기 때문에 저만큼 간다음 빠른 행동
으로 카메라 뒤로 돌아가 다른 소품들을 들고 다시 지나가는 겁니다. 저
희가 준비한 옷가지들이 몇개 있으니 여러분들은 또 그옷을 재빠르게 갈
아 입는것을 잊지 마십시요."

미자는 재미있을것 같았다. 아마도 스크린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는 상
상을 혼자서 하고 있는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런 감정들을 숨기기 위
해서 다른 학생들은 저마다 관심 없는척. 그리고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
는 표정으로 제각기 재잘 대고 있었다.

조감독은 지나는 엑스트라를 지정해 주기 위해 짝을 지어주느라 부산하게
학생들 틈으로 비집고 다니며 분주 했다. 저마다 자신의 애인이 될 그런 짝
들이 정해 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여자 한명이 모자란 것이다. 조감독은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미자를 보고 대단한 보물이라도 발견한것처럼 표정이
확 밝아졌다.

미자는 지나가는 역할이 아니라 카메라 정면에 앉아서 연기를 해야 된다
는것에 마음이 설래이고 가슴이 두근 거렸다. 그런데 한가지 불만 인것은
남자의 옷을 입는 다는 것이다. 그건 그런대로 괜잖다고 생각했는데.. 미
자의 애인으로 혜지를 지정해 줄줄은 ...

미자는 억울한 감정을 삭히며 뒤쪽에 있는 카메라로 얼굴을 휙 - 돌릴까
생각하고 있었다. 뒷 모습이 매력이 있다나.. 미자는 조금전까지 그렇게 불
쌍해 보이고 연민의 정을 느꼈던 아주 쬐그만 조감독이 이제는 정말이지 그
렇게 미워 보일 수가 없었다.

영화 촬영은 여기에서 끝나질 않았다. 아마도 삼만원의 돈을 주고 불러
모은 학생들에게 본전을 다 뽑을 참인지.. 이번엔 카페로 데리고 가서 주변
에 앉아 있는 엑스트라로 쓴다는 것이다. 미자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 이었
지만 촬영이 끝나야 돈이라도 받는다는 현실 때문에 어거지로 촬영 스탭진
들을 졸졸 따라 다녔다. 민철이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을 헤 - 벌리고
재미있어 하고 있었다.

" 자 - 여러분들 여기에서는 주인공들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데 뒷 배경으
로 여러분들이 빈 공간을 채워 줘야 되는 거예요. "

미자는 못생기고 쬐끄만 조감독을 뒤통수라도 한대 갈기고 싶은 심정으로
노려 보았다.

여기서도 다시한번 파트너를 정했는데.. 이번엔 혜지와 민철이 애인이 되
어 즐겁게 환담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카메라 바로 앞에서.. 미자
는 커다란 스크린에 두명이 정답게 함께 나오는 영상을 생각하고는 벨이 틀
려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고서 한참 씩씩 대고 있는데.. 그 못생긴 조감독
이 또 눈독을 들이며 미자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 저 -
죄송하지만 저 두명의 학생들 옆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역할좀 해줘요.
카메라 정면이기 때문에 아주 자연 스럽게 행동을 해야 되요. "

아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실의에 빠져 혼자서 담배를 피우는 역할 이라
니.. 그리고 또 아까 얼굴이 나오질 않았으니 더욱 이용가치가 있다나....

촬영은 순조롭게 나가질 못하고 계속해서 NG가 여러차례 나는 바람에 미
자는 담배 연기에 질식해 죽을뻔했다.

' 애구.. 어지러워..'

아마도 20번은 NG가 났을 것이다. 미자는 다시 촬영이 들어갈 때마다 담
배를 뻑뻑 피워 대야 했고 민철은 혜지와 아주 정답게 신물이 나도록 혜지
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아 - 좋았어요. 좋았어. "

조감독이 미자에게 정말 칭찬을 하는지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선지 다
시 촬영이 들어 갈때 마다 미자에게 넌지시 웃음을 던지며 소리 치고 있었
다.

' 뭐 - 저런 자식이 다있어. '

정말 미자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했다. 조감독은 연기를 가
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분위기에 너무도 잘 어울리게 해내는 미자가 대견스
러운지 연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촬영은 그럭저럭 해가 질 무렵에 끝냈다. 조감독은 감독과 무슨 얘기를
주고 받더니 또 다시 미자에게 웃음을 흘리며 다가 오고 있었다.

' 아이구... 또 뭐야 ? '

" 저 - 감독님과 상의 했는데...
내일 한번더 나오실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는 군요.
단역을 하나 맡기실 참 인것 같습니다."
" 네 - 뭐라구요 ? "

아 - 이건 또 뭐야.. 진짜로 사람 약올려 죽일작정인가..
조감독의 못내 섭섭한 표정을 뒤로 하고 미자는 민철의 존재도 잊은채
촬영 현장을 빠져 나왔다. 미자는 조감독의 괴씸한 성의에 화가 나기도 했
지만 아르바이트에 늦어 서둘러 달려 갔다. 가면서도 연신 생각만해도 흉
칙한 조감독의 웃는 모습이 떠올랐고 거기에다 덧붙여 자기의 신랑 민철과
혜지의 다정한 모습이 스크린에 확대되어서 눈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구겨진 인상으로 종업원으로 아르바이트 하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주
인인 노처녀 예지가 미자의 늦는 것에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자는 혜지
와 이름이 비슷한 여주인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 말을 쏘아댔다.

" 언니 !
이름이 예지가 뭐예요 ? 예지가.. "
" 뭐 이름이 어때서 그러니 ?
남들은 다 이름이 이쁘다고 그러는데. "

여주인 예지는 이름 하고는 딴판으로 얼굴은 여자로써는 빵점이게 생겨
먹었다. 아마도 예지가 미자를 보건대 남자같은 행동의 미자를 보고 마음
에 들어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자신은 서른다섯 먹은 노처녀 이고 미
자는 결혼 했다는 데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는것 같았다. 예지는 미자를
볼때마다 어떻게 결혼했는지 궁금해 하는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것
은 물어보지 않았다. 자신을 비관하다 자살 할것 같아서..

언젠가 예지는 미자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털어 놓으며 같이 술을 마신적
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미자는 자신과 너무도 똑같은 사람을 보게 되었고
이둘은 공감대가 형성 되어서 아주 가깝게 된 것이다.
예지는 오늘따라 미자의 심통난 얼굴을 재미있다는듯 바라보며 여러가지
추측을 하고 있었다.

' 분명.. 신랑과 잠자리 때문에 싸운게지..
에휴 ~ 난 언제쯤.. '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을 열고 상희가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라
들어서고 있었다. 상희는 부끄러운듯 예지에게 굽신 인사를 하면서 들릴듯
말듯 중얼 거리고 있었다.

" 언니도... 거기에 와 봤어야.. 했는데..
그 모습을 봤어야... 했어... "

예지는 자신한테 말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헛소리를 하는건지 알 수가 없
어 멍청히 이상한 행동의 상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상희는 역시 예지의
말은 들을려고 하지 않았는지 한쪽 자리에 가서 앉았다.

" 얘. 돈은 받아왔니 ? "

미자가 표정이 이상스런 상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 응 ? ....
히...
아 - .... "
" 야 -
너 뽕 맞았냐 ?
왜그래 ? "
" 히...
너도 봤어야.. 했는데..."

상희의 이런 모습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가끔가다가 이렇게 멍청한 행동
을 하는 친구인지라 미자는 또 무슨 예쁜 옷을 보고 와서 저러나 하고 생
각했다.

" 얘. 너 ~
그러고 있으니까 바보같다."
" 바보 ?
히힛.... 아냐... 난 바보가 아니었어.
오늘 어땠는지 아니 ?
....... "
" 얘가... 오늘따라 왜이러니 ? "
" 후훗....
난 대식이와 애인이 되었어. "
" 애인 ? "

미자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혼이 다빠져 나간사람처럼 허파에

바람 빠진것처럼 웃음이 픽픽 - 새어 나오는 상희를 멍청히 바라보았다.

" 내어깨를 그애가 만졌어..
히 ...
살짝 얹었지... 후훗...
그때 내 심정이 어땠는줄 알아 ?
앞이 보이질 않았었어.. 무섭기도 하고..
근데... 그것을 자꾸만 생각하면 ... 히... 좋아 ~ "

미자는 이제서야 알것 같았다. 아까 분명 영화 촬영 현장에서 상희는 대
식의 애인 역할 이었던 것이었다. 미자는 그때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궁지
에 몰려 상희의 그런 행동을 관찰 할 수 없었다.

" 어떻게 좋아 ? "
" 히 ...
그냥 좋아 ~ 기냥 ~ "

미자는 계속해서 즐거워 하고있는 상희에게 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 그
것은 어쩔 수 없이 역할을 하다보니 그런 것을 ... 상희는 정말 순수하기
이를데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행복의 기분이
깨질것만 같은 느낌이 미자를 우울하게 했다.

' 넌, 정말 마음이 예쁘구나... 그 마음을 아프지 않게 내가 꼭 지켜줄께.'

미자는 상희를 보고 다짐을 마음속으로 하고 있었다.

" 참 !
민철이...는 집에 들어 갔어..? "

미자는 괜히 혜지를 생각해 내고 불안한 마음으로 힘겹게 말을 끌어 냈
다.

" 엉 ?
아 - 민철씨..
가만히 있어보자... "

상희는 대식의 생각에서 민철의 행방을 머리속에서 이전 시키기가 꽤힘
든듯 생각에 잠기는듯했다.

" 아 !
알았다.
민철씨는 대식씨와 또 친구들과 같이 술마시러 갔어.
조감독한테 돈을 받아 가지고.. "

미자는 혜지도 갔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자존심상 그렇게까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혜지에 대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상희를 보았지만 상희는 이미 대식을 생각하고 있는지 또 헤 - 웃으며 턱
을 괴고 있었다.

미자는 어느새 집으로 확인 전화를 걸고 있었다. 벨이 열번이 넘게 울
리고 있었지만 민철은 받질 않았다. 미자는 수화기를 내려 놓으면서 쓴웃
음을 지었다.

' 내가 질투하나 ?
후훗.. '

민철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허파에 바람이 빠진 사람처럼 연신 희죽 희죽
웃어댔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일은 너무 재미 있었다. 미자는 그야 말
로 개살구가 되었고 민철 자신은 공식적으로 혜지와 애인이 되어서 떳떳히
데이트를 한 것이다. 비록 영화 엑스트라의 역할이라는 틀이 씌여 졌지만
민철에게는 너무나도 스릴이 있었고 또 미자의 우거지상이 그렇게도 재미
있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일이 끝나고 우르르 몰려가 신나게 술까지 퍼
마신 것이었다. 물론 민철이 신난데에는 그 일행중에 혜지가 있었기 때문
이었다. 애써 하루의 값어치를 따진다면 삼만원의 댓가 보다도 어떤 신나
는 모험을 즐겼다는 성취감에 찾을 수 있었다.

민철은 술에대한 아쉬움.. 그리고 이러한 기분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집
앞 구멍가게에서 소주 한병을 사들고 갔다. 아직 미자는 오지 않았는지 방
에는 불이 켜져있질 않았다. 자물쇠를 막 열려고 할때 전화벨이 울리고 있
었다. 민철이 방문을 열고 수화기를 들었을때에는 이미 뚜 - 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민철은 스텐드 조명 하나만을 켜고 하루의 일과를 정리 하는 뜻에서 술
잔을 기울였다.

' 자식 - 질투 하겠지 ? '

민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재미 있어 했지만 금새 그생각은 지워 질 수 밖
에 없었다. 미자의 질투하는 모습이 영 떠오르지 않을 뿐더러 '질투'라는
단어와 '미자'라는 이름은 너무나 어울리는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민철은
씀쓸한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민철은 혼자서 한잔 두잔을 마시다 보니 어느덧 혜지를 생각 하게됐다.

헤지... 참 예쁜애야.. 홀짝.
나를 정말 좋아 하고 있는걸까 .... 홀짝.
그렇다면 나는 어떻하지... 홀짝.
미자 몰래 데이트나 할까... 홀짝.
재미 있을것 같애.... 홀짝.
설래임.... 히히..홀짝.

민철은 인기척을 느끼고 뒤쪽을 휙 - 돌아다 봤다.

" 누구... 흡."

민철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버렸다. 귀신을 본듯한 얼굴 이었다. 언제
들어 왔는지 미자가 문앞에서 민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미자의 손에는
소주 한병이 대롱대롱 들린채....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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