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 (8)  

만화방총각: 조금 편안 맘으로 음반점문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이 날 보더니 밝아졌다. 기뻤다. 모짜르트의 교향곡 넘버나인을 주라고 했다. 그녀의 밝게 웃는 모습이 좋았다. 옛날 그녀와 나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그녀가 그때가 그립다며 미소지었다. 꽤 오랜시간 이야기했다. 저녁으로 짜장면도 시켜먹었다. 더 오래 있으면 좋겠는데 혜지씨가 생각났다. 다시오겠다며 작별인사를 했다. 마중나온다는 걸 애써 말렸다. 만화방에 돌아오니 혜지씨가 땀을 뻘뻘흘리며 라면을 끓이고 있다. 그 옆에는 새로사온 라면박스가 놓여있었다. 라면 그릇이 만화방 테이블 이곳,저곳에 놓여있다. 모두들 먹지는 않고 이쪽만 보고 있었다. 좀 쉬라고 그러고 내가 대신 끓였다. 앞으로 6개를 더 끓여야 된단다. 휴. 혜지씨가 고생했구나. 내가 끓인 라면을 갖다 주었다. 라면 받은 놈이 인상을 찌푸린다. 카운터로 오는데 여기저기서 라면주문 취소를 했다. 이녀석들 왜그러지? 혜지씨와도 조금의 대화가 있었다. 자취생이 아니고 백수였다. 국문과를 나왔다고 하면서 지금은 집에서 놀고 있다고 했다. 쑥스러운 듯 웃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다. 집이 이 근처라고 했다. 그래도 갈때 어제 그녀석이 준 먹을거는 들고 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나가자. 손님들이 떼거지로 나갔다. 저 먹지도 않은 라면 치울일이 고민이다. 가만 그녀가 국문과 출신이다? 내 소설 완성되면 같이 검토해보자고 부탁해봐야겠다. 잘되었다.

백수아가씨: 저녀석 졸라밉다. 저녀석이 라면을 주문하자마자 라면주문이 폭주했다. 다들 먹지도 않으면서 라면을 자꾸 시킨다. 에게 라면도 떨어졌네. 녀석이 라면을 다먹고 그릇을 갖다주었다. 그래도 예의는 있네. 미안하지만 라면 한박스만 사다줄래요? 부탁을 했다. 대뜸 녀석이 반격을 했다. "나. 알아요?". 이녀석봐라. 웃으며 "단골이잖아요."라며 답해주었다. 그녀석이 돈을 받더니 쫄래쫄래 밖으로 뛰어나갔다. 예전에 본것처럼 어깨에 박스를 메고 들어왔다. 오늘은 이병씨가 다른날보다 늦다. 저녁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돌아왔다. 아직 라면을 7개나 더 끓여야한다. 그가 수고했다며 자기가 끓인다며 나보고는 집에가라고 했다. 그래도 미안해서 지금 끓이고 있는건 마져 내가 끓였다. 나갈때 조금의 대화가 있었다. 이병씨는 경영학과를 졸업했다고 했다. 그리고 취미는 글쓰기고... 그래 이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거지 뭐. 집에 들어갔더니 엄마가 어딜 싸돌아다니냐고 구박을 했다. "아르바이트 구했다고 그랬잖아" 엄마께서 무슨 이시간에 하는 아르바이트냐며, "너 혹시 이상한데 취직한거 아니냐?" 의심스런 눈초리를 나한테 보냈다. 우리 엄마 왜 이러실까? 뭘 이상한데야? 내가 뭐 술집같은데라도 나간다는 거야? 짜증을 내며 만화방에 아르바이트한다고 말할려고 하는데 우리엄마의 다음말이 이어졌다. "너? 혹시 비디오방이나 만화방같은데 취직한거 아냐? " 귀신같으신 우리 엄마. '만'자가 입에서 나오다 말았다. 오늘 얻어온 먹을거는 엄마한테 뺐겼다. 아까운 내 비상식량.

자취생: 그녀가 나한테 부탁을 했다. 기쁘다. 나의 경쟁상대들보다는 한발 앞서 가는 거 같다. 더욱 노력해야겠다. 또 며칠 흘렀다. 자취생은 기말고사라 만화방출입이 줄었다. 만화방아저씨는 계속 정경이를 만났다. 그리고 우리의 백수아가씨는 여전히 라면 끓이느라 고생이다. 아직 라면은 맛이 없다.

만화방아저씨: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오늘 오전에 엄마가 다녀가셨다. 어떤 여자사진을 들고 와서 선한번 보라고 했다. 사진속 여자는 미인이었다. 하지만 선보기는 싫었다. 만화방일이 이젠 제법 재밌다. 혜지씨와도 많이 가까워 졌고. 무엇보다 정경이 만나는 일이 즐겁다.

백수아가씨: 라면 끓이는게 힘들지만 만화방아르바이트는 잘시작한거 같다. 이병씨와 많이 가까워졌다. 서로 농담도 주고 받는다. 그리고 단골 그녀석도 날 매일 즐겁게한다. 언젠가 골목에서 꼬마들 모아놓고 날라차기 시범보이는것도 보았다. 유치하지만 귀여웠다. 며칠전부터 만화방 오면 괜히 이상한 말 한마디씩 하고갔다. 첨에는 이상한 놈처럼밖에는 안보였는데 이젠 참 재밌다.

자취생: 요즘 옛 선현들의 명언집을 애독하고 있다. 그녀한테 써먹기 위해서다. 오늘은 닐 암스트롱의 "나의 이첫걸음은 인류의 첫걸음이 될것이다."를 써먹을 것이다. 날라차기가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동네 꼬마들이 멋있다고 그랬다. 시험기간이라 예전처럼 매일 못가는게 아쉽다. 하지만 내일은 시험이 끝이난다. 내 대학생활 마지막 시험이다.

만화방아저씨: 음반점으로 들어갈려는데 정경이가 어떤 양복입은 놈과 대화중이다. 정경이가 말을 많이하고 놈은 듣고 있다. 누굴까? 밖은 춥지만 나무뒤에서 지켜보았다. 정경이가 눈시울을 글썽거린다. 어라 저놈 뭐야?. 정경이를 품에 안았다. 또 대화가 오고간다. 정경이의 모습이 많이 밝아졌다. 그놈이 나가고 시간을 좀두고 음반점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정경인 날 반갑게 맞이했다. 아까 그녀석 누구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여느때처럼 오붓한 시간을 즐겼다. 그러나 왠지 아까 그놈 때문에 찜찜했다. 만화방에 들어왔더니. 어라 만화무지하게 좋아하던 그녀석이 라면을 끓이고 있고. 옆에서 혜지씨가 그걸 보고 있다. 둘이 친구맞나보다. 그녀석이 날보더니 머쩍한 듯 머리를 긁더니 "이렇게 하는거에요. 알았어요?" 혜지씨한테 이말 한마디 남기고 나한테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만화방을 나가버렸다. 왠지 기분이 그렇다. 혜지씨한테 다른날같으면 얘기라도 좀 했을것인데 그냥 가라고 했다. 끓이던 라면 갖다주고 손을 씻더니 갈려고 했다. "방금 그학생 친구에요?"나가는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아네요. 단골인데 라면 잘 끓인다기에... 내일 봐요. 안녕." 밝게 웃으며 혜지씨가 갔다. 왜그럴까? 그답이 참 반가왔다. 정경이만 생각하고 있는줄 알았는데 혜지씨가 그 틈새로 조금씩 스며들었나보다. 밤에 만화방을 정리하고 카운터에 앉았다. 오늘 정경이를 찾아온 놈 때문에 마음이 착찹하다. 전남편이었을까?

백수아가씨: 어제.그제 단골녀석이 안왔다. 조금 기다려지네. 오늘오면 무슨 황당한 소릴할까? 이병씨는 여전히 내가오자 반가운인사를 했다. 이병씨는 참 잘생겼다. 같이 다니면 주위의 부러움을 살만하겠다. 그와 이야기를 해보면 참 낙천적인 사람같다. 아무런 어려움없이 자란 귀공자같은 느낌이 문득문득 든다. 그런데 어딜 저렇게 매일 갈까? 그기에 비하면 그 단골녀석은 좀 초라하다. 생긴것도 봐줄만은 하지만 이병씨한텐 못미친다. 엉뚱한 소리만 한다. 근데 친근한 느낌은 이녀석한테 더 든다. 첨부터 낯익은 모습이었으니까.. 라면주문이 왔다. 만화방문앞에 '라면 남기는 사람한테는 라면을 팔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난 다음부터는 라면주문이 좀 줄었다. 그래도 바쁘다.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골녀석. 날 한번 째려보고 들어오더니 카운터앞 신간만화책꽂이를 한손으로 내리치더니. "나의 이 첫걸음은 인류의 첫걸음이 될것이다. 닐 암스트롱." "^.^" 황당 그자체다. 뭐야? 시간표를 받아가더니 "여기 라면 하나요." 그랬다. 그래 저녀석은 그래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라면을 남긴적이 없다. 다른 라면주문 제쳐두고 그녀석 먼저 갖다주었다. 다른손님들이 그녀석을 째려보았다. 그녀석이 뭔가 안다는 듯. 주위를 돌아보며 자길 째려보는 모든이들과 눈싸움을 했다. 귀엽다. 라면을 다먹고 그릇을 들고 오더니 나도 째려본다. 뭔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어라 이녀석 왜 카운터안으로 들어오는거야. 카운터안쪽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나한테로 오더니 그릇을 그기에 설치된 싱크대에 넣었다. 그리고 "젓가락 이리줘봐요." 영문도 모르고 젓가락을 주었다. "비켜봐요." 그러더니 자기가 라면을 끓인다. 물을 좀 들어내고 라면을 다 끓였다. 그릇에 라면을 담드니 "먹어봐요?" 젓가락을 주었다. 야. 맛있네. 어떻게 같은스프 같은 면으로 끓이는데 이렇게 다르냐. "갖다주고 와요." 왜 명령이야? 갖다 주고 오니 또 하나 끓이고 있다. 그녀석 옆에 섰다. 그녀석이 설명을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잘 들었다. "갖다주고 와요." 라면을 갖다주려고 갔는데 바로전에 갖다준 라면이 벌써 다먹고 빈그릇이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 이병씨가 왔다. 조금 어두운 분위기가 이녀석과 같이 있는 날 한참 쳐다봤다. "이제. 가세요."라며 단골녀석을 보냈다. 단골녀석이 좀 머쩍은 표정을 짓는다. 날 한번 쳐다봤다.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미안하다. 이병씨 오해하지마세요. 그냥 단골한테 라면교습받은거에요. 그의 어두운 표정을 보니 내 마음도 좀 그렇다. 힘내라는 의미로 최대한 밝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내방이다. 내일은 저코트를 입고 가야겠다.

자취생: 어제 외운 대사를 멋있게 써먹었다. 좀더 긴 명언을 찾아야겠다. 오늘도 맛없는 라면을 먹었다. 이제는 한계점에 온거 같다. 못참겠다. 한계상황이 되니까. 참 자연스럽게 그녀곁에 갈수 있었다. 그녀한테 라면교습을 해 주었다. 안좋은 소리 들을 각오로 갔는데 의외로 그녀가 순순히 나의 행동에 동참했다. 명언 써먹은게 효과가 있었나보다. 나의 경쟁상대들을 이제는 두걸음 앞서나가게 되었다.
  
9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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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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