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한국의 야담 44
喜廳裙聲
정송강(鄭松江), 유서애(柳西崖)가 일찍이 나그네를 교외로 보낼새, 때마침 이백사(李白沙), 심일송(沈一松), 이월사(李月沙) 등 세 사람도 자리를 함께 하였다.
술이 얼근해지자 서로 소리에 대한 품격을 논하였는데 먼저 송강이,
"맑은 밤 밝은 달에 다락 위에서 그름을 가리는 소리가 제일 좋겠지."
하니 심일송이,
"만산홍엽(滿山紅葉)인데 바람 앞에 원숭이 우는 소리가 제격일 거야."
이에 유서애가,
"새벽 창가 졸음이 밀리는데 술독에 술 거르는 소리가 으뜸일 거야?"
하매,
"산간초당(山間草堂)에 재자(才子)가 시 읊는 소리가 아름답겠지."
하고 월사가 말하니,
"여러분의 소리 칭찬하는 말씀이 다 그럴듯하기는 하나, 그러나 사람으로 하여금 듣기 좋기로는 동방화촉(洞房花燭) 좋은 밤에 가인(佳人)이 치마끈 푸는 소리가 어떠할꼬?"
하고 백사가 웃으면서 말하니 일좌가 모두 크게 웃었다.
-명엽지해(蓂葉志諧)에서-
2000/12/01(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