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62조회수 : 32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3    

작성자 : redbeet69 조회: 2130, 줄수: 74,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62 


봉이 김 선달 이야기 하나 더 할까. 김 선달이 한때 대동강 나루에서 눅두죽 장사를 
했다네. 나루를 끼고 돈벌이하는 장사꾼을 상대로 녹두죽을 팔았는데, 그러다 보니 손님 
가운데는 별별 사람이 다 있었나 봐.

한 사람은 시골에서 멧갓(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하여 가꾸는 산. 산판) 깨나 가지고 
있는 산골 지주로, 나뭇짐을 내다 파는 길에 김 선달네 죽집에 가끔 들렀다는군.

이 양반이 몹시 거만하고 인색하여 김 선달 눈에 거슬렸나 봐. 이를테면 죽을 먹을 때마다 
꼭 한두 가지 트집을 잡고서야 먹지를 않나, 자기는 옹근 죽을 청해 먹으면서 데리고 온 
소작농군에게는 반 그릇짜리를 사 주지를 않나.

이래저래 비위가 몹시 뒤틀려 있었던 터라, 김 선달이 언젠가 한 번 곯려 주려고 벼르고 
있었단 말이지. 김 선달의 비위를 상하게 하고서 무사한 사람은 아직 없거든. 

그러던 차에 하루는 이 시골 양반이 소작인을 쳐 거느리고 김 선달네 죽집에 들어왔단 
말이야. 

그런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문간에 들어서면서부터 비위를 슬슬 건드려. 다른 손님들 
같으면 '죽이나 한 그릇 사 먹고 갈까. 녹두죽은 이 집 것이 제일 맛있더라.' 할 것인데 이 
양반은, 

"죽이나 몇 그릇 팔아 주고 갈까. 녹두죽 맛이야 신통치 않지만 인정을 봐서 팔아 줘야지. 
거 죽그릇 좀 후하게 뜨게나. 단골 손님을 몰라봐서야 쓰나." 

하고 거드름이 상투 끝까지 올랐어. 

김 선달은 "예, 예."하면서 부엌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은근슬쩍 눈짓을 했어. 부엌에는 한 
사나흘 전에 팔다 남은 쉰 죽이 한 그릇 있었거든. 이걸 그 양반에게 팔아먹을 작정이지. 
김 선달은 일부러 시골 지주 들으라고 부엌에다 대고 크게 소리를 쳐. 

"단골 손님 오셨소. 죽그릇 좀 후하게 뜨오. 아직 초맛은 모르실 테니 초는 치지 마오." 
시골 양반이 들으니 괘씸하거든. 녹두죽에 초 친다는 말은 처음 들었지만, ' 

아직 초맛을 모르고' 어쩌고 하는 걸 보니 분명히 자기를 얕잡아보고 그러는 것 같단 
말이야. 

"거 왜 내 죽에는 초를 치지 말라는 건가? 다른 손님 입만 입이고 내 입은 입도 아니란 
말인가?" 

발끈 성을 내어 쏘아붙이니 김 선달이 속으로 일이 잘 되어 간다고 웃으면서도 겉으로 
무안한 척, 

"녹두죽에 초를 쳐 드시는 것은 지체 높은 서울 양반님네 식성이라서……." 
하고 얼버무리네. 시골 양반이 듣자 하니 더욱 괘씸하단 말이야. 

"사람을 업신여기는군. 나라고 초맛을 모를까. 어서 쳐 올리게." 

"예. 예. 그럽지요. 여보, 시골 양반님 죽그릇에 초를 한 방울만 쳐 올리오. 서울 양반님네 
죽그릇처럼 듬뿍 치지 말고."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왜 내게는 초를 한 방울만 치라는 겐가?" 

"아무래도 식성에 맞지 않으실 듯하여." 

"잔소리 말고 듬뿍 치라 하게. 내가 산골에서 살아도 입맛이야 서울 사람만 못할 게 
뭔가." 

"몰라 뵈었습니다. 여보, 시골 양반님 죽그릇에 초를 듬뿍 쳐서 올리오." 

김 선달은 겉으로 굽신굽신 하면서 속으로는 신바람을 내지. 드디어 쉰 죽사발이 나왔어. 
시골 양반이 한 술 떠보니 얼마나 신지 절로 얼굴이 찡그려지거든.

쉰 죽을 데워 놨으니 실 수 밖에. 그래도 지체 높은 서울 양반들 입맛을 따라가려면 이쯤은 
참아야지. 입을 실룩실룩 해가며 억지로 죽을 떠 넣는구나. 

"초맛을 아시는 걸 보니 역시 지체 높으신 분은 다르군요." 

김 선달은 이렇게 능청을 떨고 시골 양반은 쉰 죽 한 사발을 말끔히 비우고 나서, 

"역시 녹두죽은 초를 듬뿍 쳐야 제맛이 나는군." 

하면서 일어서더라나.

2001/02/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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