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한국의 야담 64
[거울 속의 여자]
옛날 어떤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이 서울 구경을 하러 갔다나. 가기 전에 아내가 단단히
이르기를,
"여보, 서울에 가면 꼭 머리빗을 사다 주구려."
하겠지. 이 사람이 난생 머리빗을 구경 못 해 봤거든.
"그놈의 머리빗이라는 게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알아야지."
그러니까 아내가 하늘에 뜬 반달을 가리키면서,
"그 머리빗이라는 건 꼭 저 반달같이 생겼으니, 혹 잊어 버리거든 달을 쳐다보고 생각해
내시구려."
하더란 말이야.
이 사람이 서울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 잘 하고 돌아올 때가 됐는데, 그제야 아내가 뭘 사
오라고 부탁하던 것이 생각나지 뭐야.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뭘 사 오라고 했는지 모르겠거든. 곰곰 생각하다보니 달을 쳐다보면
생각날 게라고 하던 말이 떠오르겠지.
그래서 하늘을 쳐다봤어. 그런데 그 사이에 한 열흘 지났는지, 떠날 때 반달이던 것이 벌써
꽉차서 보름달이 되어 있지 뭐야.
'옳거니. 저렇게 둥글게 생긴 것만 사면 되렷다.'
이 사람이 다음 날로 저자거리에 나갔어. 온갖 물건을 파는 가게에 가서 기웃기웃
살펴보아도 뭐 달같이 생긴 것이 보이지 않거든.
"여보, 주인장. 여인네들이 쓰는 물건으로 둥글게 생긴 것이 있소?"
"여인네들이 쓰는 물건으로 등글게 생긴 것이라. 예, 있습죠. 이 거울이 바로 그렇지요."
가게 주인이 둥근 거울을 내주니까, 이 사람은 그게 뭔지도 모르고 사 가지고 돌아왔어.
여인네들이 쓰는 물건이라 한 번 들여다보지도 않고 보따리 속에 넣어 가지고 그대로
돌아왔단 말이야.
"그래, 내가 사오라던 머리빗은 사 왔수?"
아내가 물으니 남편은 보란 듯이 둥근 거울을 척 꺼내 놓지.
"자, 뭔지 모르지만 달같이 생긴 물건을 사 왔으니 실컷 보구려."
아내가 받아 들고 보니 난생 듣도 보도 못 한 물건이거든.
이 사람들이 모두 여태 거울을 본 적이 없단 말이야. 모로 보고 뒤집어 보고 하다가 바로
들고 들여다보니, 아 글쎄 달덩이 같은 색시가 그 속에 척 들어앉아 있지 뭐야.
"에그머니, 이 양반이 서울에 가더니 젊은 첩을 얻어 왔네그려."
그만 울고불고 야단이 났어. 우는 소리를 듣고 안방에서 시어머니가 달려나왔지.
"얘야, 무슨 일로 그러느냐?"
"어머님, 여길 한 번 보세요. 저 양반이 어디서 첩을 데리고 왔지 뭐예요?"
시어머니가 거울을 받아 들여다보니, 늙은 할멈이 척 들어앉아 있거든.
"애비는 첩을 얻으려거든 젊은 첩을 얻지, 어디서 저렇게 쭈글쭈글한 할망구를 데리고 왔나
그래."
그 때 사랑에서 시아버지가 나왔어.
"글쎄 애비가 서울에 가더니 늙은이를 하나 데리고 왔지 뭐유."
시아버지가 거울을 받아 들여다보니, 십 년 전에 죽은 자기 아버지와 꼭 닮은 노인이 척
들어앉아 있단 말씀이야.
"아이고, 아버님. 어찌 이렇게 갑자기 현령하셨습니까?"
하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지금까지 멍하니 그 꼴을 보고 있던 남편이 도대체 왜 저러나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니, 꼭
저 나이만한 젊은 남정네가 하나 들어 있거든.
"이놈은 웬 놈이기에 남의 집에 와 있느냐?"
하고 소리를 치니까 그 속에 있는 사내도 무어라고 입을 놀린단 말이야. 그만 화가 나서
마당에 메어꽂으니까 쨍그랑 하고 깨져 버렸지. 다 없어졌으니 시끄러운 일도 없게 됐지
뭐. 그런 이야기가 있어.
-출처미상
2001/02/26(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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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Co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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