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82조회수 : 2247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3    

작성자 : redbeet69 추천: 2, 조회: 9792, 줄수: 60,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82 


[잔칫집의 낯선 손님]

임제(林悌)는 호협한 선비였다. 

소시적에 친구와 함께 길을 가다가 어떤 한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 마을에는 어느 재상의 집이 있었는데 이때 크게 잔치를 베풀어서 막 
손님들을 향응하고 있었다.

그 주인은 전연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임제는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이 집 주인과 옛 교분이 있으니 자네도 나를 따라 이 잔치에 
참석하겠나?"

"그러지."

"자네는 우선 문 밖에서 기다리게. 내가 먼저 들어가서 자네를 맞이함세."

그 친구는 그의 말대로 문 밖에 서 있었다.

임제는 들어가서 주인과 손님들에게 인사하고 말석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있었다.

술이 세 순배 돌더니 어떤 손님이 주인의 귀에 대고 물었다. 

"저 사람을 주인은 아시나요?" 

"모르는 사람이오."

주인이 또 손님들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저 사람은 손님들의 친구이신지요?"

"아니오."

손님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말이 끝나자 주인과 손님들은 서로 돌아보며 냉소하였다.

임제가 비로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여러분은 나를 보고 웃으십니까? 나는 별 웃음거리가 못 되오.

나보다 더 우스운 사람이 있소이다.

오랫동안 문 밖에 서서 내 입을 바라보며 주식(酒食)을 기다린다오."

주인과 손님들은 크게 웃었다.

임제와 말을 주고 받더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호걸스런 선비임을 알고 
곧 문 밖의 손님을 불러서 종일 즐겁게 마시고 파하였다.

문 밖의 손님은 임제가 주인과 진짜 교분이 있는 줄만 생각하고 자기를 병신 
취급한 줄은 끝내 깨닫지 못하였다.

《어우야담》

2001/05/15(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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