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1부 (5)  

만화방아가씨: 아침에 만화방 청소하다가 십원짜리 하나를 주웠다. 오늘따라 왠지 그가 기다려진다. 만화방 봐준거 뭘로 보답할까 고민이다. 돈으로 보답할까? 너무 정이 없어 보인다. 곰곰히 생각하다 영화본지도 오래되고 해서 그 녀석하구 영화나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 이번 주 토요일저녁에 요즘 인기 최고인 영화표 두장 예매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이 영화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백수: 오늘로 대기발령 육개월째고 집에서 놀기 시작한지 구개월째다.
여전히 내일기장엔 그녀이름이 꼬박꼬박 적히고 있다. 오늘 놀이터벤취에 앉아서 담배연기로 그녀 얼굴을 그려보았다. 선본 남자는 어떤 놈일까 생각해 보았다. 백수는 아니겠지.. 그녀가 보고싶지만 나두 존심있는 남자다. 그래서 만화방에 가지 않았다.
며칠 밤을 그녀가 보고싶어 꺼이 꺼이 울었다. 엄마가 취직이 안되어 우는가하고 기운내라며 곰탕을 끓여 주셨다. 곰탕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께는 죄송한 마음이 든다.
며칠째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만 보고 돌아왔다. 그녀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벽에 붙은 영화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인기최고인 영화다. 재밌을거 같다. 불현듯 이번 주말에 그 선본 놈하고 그녀가 이 영화를 보러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배아프고 슬펐다.

만화방아가씨: 백수녀석이 며칠째 안보인다. 오늘로 오일째다. 만화방 보아준거 사례로 주말에 같이 영화 볼려고 예매한 티켓을 보니 마음이 조마해진다.
그녀석이 내일도 안오면 어떡하나,, 혹시 이사를 간게 아닐까? 취직이 되어 바쁜거 아닌가?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백수: 저녁 무렵에 또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보았다. 문이 닫혀 있었다. 정말로 그 녀석하고 영화를 보러 간걸까? 진짜 야속한 여자다. 내가 이렇게 가슴아파 하고 있는걸 알까?

만화방아가씨: 오늘도 그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슬프다. 영화티켓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마음도 심난한데 이 영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티켓 예매해준 친구를 불러 같이 보았다. 진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근데 자꾸 이 영화주인공 얼굴과 그 녀석 얼굴이 교차되어 들어온다. 그냥 피식 웃고만 말았다.

백수: 삼일째 만화방 문이 닫혀 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바쁜가 보다. 야속한 여자야 그래 잘살아라. 하기야 백수인 나를 그녀가 관심이나 두었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머니한테 나두 장가가게 선 좀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돈도 못버는게 무슨 장가를 가겠다고 하냐며 딸딸이를 던지셨다. 피할 수도 있었지만 맞았다. 아팠다. 그리구 슬펐다.

만화방아가씨: 저녁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몸살이 온거 같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몸이 말을 안들었다. 홀로 열이나는 머리를 식힐려고 수건에 물을 적셔왔다. 힘들고 서글펐다. 그 다음날은 더 아팠다. 약을 사올려고 했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다. 저녁에 조금 한기가 가셔서 죽을 쑤어 먹었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그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약사오라는 심부름이라도 시킬 수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청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약도 사먹고 해서 아프기 시작한지 3일만에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다. 이제 혼자서 아픈 몸을 돌볼 수 있겠다 싶어 친구를 집에 돌려보냈다. 4일째 여전히 몸이 별루 안좋았지만 그 백수녀석이 혹시 올까봐. 만화방 문을 열었다. 그치만 그는 오지 않았다.

백수: 그녀를 어떻게 잊을까 생각중이다. 결혼하면 제발 만화방 때려치우고 딴데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한데로라면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날이다. 축하나 해줄까?
하지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멀리서 만화방을 쳐다보았다.. 근데. 만화방이 영업중이다.
아마 딴사람이 봐주고 있는 모양이다. 독한 여자다.. 생활력이 강하다고 봐야하나...?
에라 잘됐다. 이참에 못 본 만화책이나 실컷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화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만화방아가씨: 드디어 그가 왔다. 깨재재한 모습으로.. 내가 그렇게 아팠는데 단골이라는 놈이.. 내가 무얼 했나 걱정도 되지 않았을까..? 무척 반가웠지만 최대한 원망하는 눈으로 째려봤다. 하지만 왜 그랬을까. 아팠던거 때문일까. 눈물이 찔끔 나왔다.

백수: 들어서자 마자 흠찟 놀랐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빗자루로 만화방 바닥을 쓸구 있었다. 왜 그녀가 여기 있지..? 결혼식이 내일인가..? 그래도 오늘은 엄청 바쁠텐데.. 어제였나? 어제라면 신혼여행을 갔어야지.. 하여간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그토록 그리워한 여인이었기에.. 결혼식이 파토났나? 연기되었나.? 뭔가 분한게 있는지 나를 째려봤다. 내가 뭘 어쨌다고..
만화방바닥에 먼지가 많았나보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걸 보았다. 눈을 불어주고 싶었지만.. 들고있는 빗자루가 맞으면 상당히 아플 것 같은 무기로 보였다. 그래서 참았다.
아무 말도 못하고 한참 있다가 용기를 내어 한마디했다. "결혼식 연기됐어요? 아줌마.."

만화방아가씨: 이 자식이 여전히 아줌마라고 그런다. 결혼은 또 무슨말이냐..?
혹시 그때 내가 결혼한다고 말한걸 진짜로 믿은거 아냐? 진짜 바보다.
어떻게 선보고 그날 바로 날을 잡을 수 있나. 이런 바보녀석이 아직 존재하다니..
그러니 백수로 지내고 있지..
누가 결혼한다고 그랬냐며 엄청 쫑을 주었다.

백수: 그녀가 결혼 안한다고 했다. 너무 기뻤다.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빗자루를 들고있다. 내일부터 또 만화방에 줄기차게 나와야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아줌마 내일봐요하고 인사도 하고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그녀석이 끝까지 아줌마라고 놀리고 나갔다. 하지만 내일부터 그가 다시 나올 것 같다.
  
6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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