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 (13)

자취생: 그녀가 나보고 만화방을 봐 달라고 했다. 신났다.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보았다. 따뜻하다. 더 앉아 그녀생각을 하고 싶었는데 수능끝난 고등학생이 라면을 끓여 달랬다. 얌마! 집에 가서 공부나 해. 시험끝났다고 저렇게 바로 노는 놈들이 꼭 대학가서도 바로 학고 먹어요. 명언집이나 사서 봐라. 그렇지만 끓여 줄 수밖에.

그녀가 곧 돌아왔다. 뭘 들고 들어왔다. 그녀가 만화방안 한 모퉁이에서 뜨개질을 시작했다. 뜨개질이라? 참 오랜만에 느끼는 어린 날의 정감처럼 그리웠던 모습이다. 어릴적 나는 엄마가 짜준 털실조끼로 겨울의 찬바람을 이겨냈었다. 무얼 짤까? 고개를 숙이니 늘어난 스웨터목안으로 내 하얀 속살이 보인다. 저게 내 목돌이였음 좋겠다. 그녀가 짜준 목돌이라면 엄마의 입김처럼 포근할 것만 같다. 만화방이 따뜻한게 좋다. 그리고 그녀가 여기 있다는 그 사실이 또한 좋다.

잠이 온다. 일어났을 때 내 눈앞에 만화방아저씨가 미소짓는 모습이 들어왔다. 술냄새! 그러나 그의 모습은 오후의 모습과는 다른 평온함이 있다. 시간티켓을 보니 만화비가 만원가까이 된다. 큰일났다. 천원짜리 석장뿐인데... 다행히 아저씨가 돈을 받지 않았다. 단골혜택을 받았다. 그녀가 집에 간다. 쪽팔린다. 도대체 만화방에서 몇시간을 잔거야? 그녀가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이 간다. 나가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부어오른 내 얼굴위로 뒷머리가 놀리듯 서 있었다. 거울의 내 모습은 앞서가는 그녀 옆을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가 오늘따라 지독히 천천히 걷고 있다.

따라잡아 말아? 하품이 날 정도로 천천히 걷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뒷모습은 오늘 잠처럼 편안하다. 그렇게 자고 집에 와서 또 잤다. 시험기간의 피로가 이제서야 찾아왔나보다.

만화방총각: 정경이의 외롭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 외롭다는 말을 내 모습으로 지워주고 싶다. 다시 본 정경이의 모습은 애처로왔지만 내 답답함을 걷어내 주었다. 음반점을 계속 찾아갔었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그녀의 오피스텔에 들어가지 않았던 건 잘한 일이다. 곤히 잠들고 있는 단골녀석을 바라보던 혜지씨의 눈동자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그 단골녀석의 뒷모습 또한 묘한 여운을 주었다. 이제 혜지씨 이름 뒤에 찍었던 물음표는 지워야되겠다.

백수아가씨: 오늘도 날씨가 춥다. 목이 참 시리다. 털실로 내 목돌이나 하나 짜야겠다. 만화방에서 이병씨의 태도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얼마 전처럼 밝은 뒷모습으로 만화방을 나갔다. 내일은 만화방 한 달째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비가 나온다. 기쁘다. 시험이 끝나서인지 만화방에 예전처럼 사람이 많지가 않다. 여기 찾아왔던 사람들이 근처 하숙생이나 자취생이었나보다. 모두들 집에 내려갔음직 하다.

단골녀석이 찾아왔다. 반가운 얼굴이다. 아무말 없이 만화책만 보았다. 그가 나한테로 다가왔다. 또 무슨 말하려나? 오늘은 무슨 말할까? 궁금하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천오백을 주었다. 무슨 의밀까? 하하. 녀석이 카운터 안으로 들어오더니 싱크대로가 라면을 끓일려고 한다. 그럼 이 돈은 라면값? 아이씨. 내가 끓인 라면이 그렇게 맛이 없었단 말이야?

자취생: 마지막으로 원서넣은 회사 면접날이 한 달 후로 잡혔다. 뭘 좀 준비해야겠다. 그러나 일과처럼 만화방을 찾아갔다. 그녀가 어제처럼 뜨개질을 하고 있다. 오늘은 말걸기가 힘들겠다. 라면이나 하나 끓여달라고 할까?

하지만 뜨개질하는 그녀의 지금 모습을 깨트리기가 싫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가 끓인 라면을 먹을 자신도 없었다. 돈만 내고 내가 라면을 끓일려고 했다. 나에게 이런 배짱이 생기다니, 다른 여자 같으면 어림도 없을텐데 왠지 그녀는 나의 이런 행동에 화를 낼 것 같지 않아보였다. 라면을 끓이고 있는데 그녀가 내 옆으로 왔다. 어라 화낼려고 그러나? 그러나 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건냈다.

"물을 이정도로 맞추어야 하나요?" 하하. 자기도 라면 못끓이는 줄은 아나보다.
"하나만 끓인다면요."
"그럼 두개는요?" 참내 이정도 물만 더부으면 되지. 냄비에다 물을 더 부었다. 라면두개를 넣었다.
"한번 먹어봐요." 그녀가 내가 조금 집어준 라면을 받아서 먹었다. 하하 이러니까 꼭 연인같잖아.
"아직 생라면같은게 씹히는데요."
"이때쯤 계란을 풀고 바로 불을 꺼세요."
"아직 덜 익은 것 같은데."
"불을 꺼도 뜨거운 물에 라면은 계속 익고 있어요. 다른 준비를 하다보면 적당하게 익을 겁니다."

라면을 그릇에 담았다. 꿈처럼 그녀와 함께 그녀곁에서 라면을 먹었다. 맛있게 라면을 먹고 있는 그녀가 이제는 단지 내가 찍어논 여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님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만화방총각: 혜지씨가 만화방에 왔다. 어제처럼 어색하지가 않다. 편안한 소녀의 느낌으로 혜지씨는 미소 짓고 있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혜지씨에게 만화방을 맡기고 믿음이 가는 설레임으로 음반점에 갈 수 있었다. 어제의 느낌과는 다른 오랜 친구같은 정경이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고 싶은 내 마음은 이제 옛추억을 그리는게 아니라 지금 정경이의 모습을 품어주고 싶다.

백수아가씨: 녀석이 지금 라면을 끓이고 있다. 건방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곁에 다가가고 싶었다. 녀석이 지금 자기가 끓인 라면을 먹고 있다. 나와 함께... 맛있다. 억양과 라면 잘끓이는 걸로 봐서 자취생인거 같다. 녀석 스웨터의 목이 많이도 늘어나 있었다. 풋! 조금 춥겠다.

자취생: 아주 기쁘고 또한 설레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배도 고프지 않다. 집에서 전화가 왔다. 시험도 끝났다면서 서울에 왜 있냐고 한다. 내일이나 모래쯤 집에 내려오라고 했다. 안되는데... 이제 막 잘 되어갈려고 하는데... 그런데 우리아버지의 명을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으랴. 그리고 너무 추워서 안되겠다. 겨울옷도 가지고 오자. 길어야 일주일인데 뭐.

만화방총각: 정경이와 좋은 시간을 가졌다. 들어오는 손님들이 찾는 음반을 모르지만 열심히 찾아다 주었다. 격렬하지만 잔잔하고 또한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좋다. 정경이한테 물어보았다.

"이 음악 제목이 뭐야?"
"쿠쿠. 전에 네가 찾았던 그 지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이잖아."

에고 쪽팔려라. 하지만 무심결에 말했던 그 사소한 것도 그녀는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따스하게 했다.

백수아가씨: 녀석은 많이 설레이지는 않지만 친근한 느낌을 준다. 이병씨에 대한 설레임보다 이제는 녀석의 순박한 친근함에 더 맘이 가버렸나보다. 뜨개질을 하고 있는 내 맘에 녀석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길고 하얀 그의 목...

자취생: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와 있었다. 눈길을 헤치며 그녀 집 앞으로 달려가 보았다. 아침 일찌기 누군가 이 길을 걸었나보다. 나왔다 들어간 것인지. 들어왔다 나온 건지 같은 크기의 발자욱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녀 집에서 누군가 나온다. 피해야 된다. 그녀 어머님이면 또 뭔가 힘든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그러나 나온 사람은 전에 나를 아는 척 하셨던 혜지씨의 아버님이었다. 또 인사를 했다. "어. 그래. 열심히 해. 다음에 봐" 이상하네? 꼭 날 아는 사람처럼 대하신단말이야. 혹시 그녀가 나에 대한 얘기를 했나? 도저히 궁금해 안되겠다. 아버님을 뒤.아 갔다.

"저기 선생님."
"나 말인가?"
"예. 혹시 저를 아십니까?"
"아니. 자네도 날 모르나?"
"아 그런 건 아니지만. 전 그냥 같은 동네 아저씨라서 인사한 건데"
"그럼 된거 아닌가. 내가 잘 모른다고 해서 인사하는 자네에게 자네 누군가?
이러면 자네 기분이 별루겠지?"
"예."
"그럼 출근 때문에 바빠서. 다음에 보세."

하하. 괜찮은 분이시네. 그런데 혜지씨는 나 알아요?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만화방총각: 눈이 왔다. 만화방눈앞을 깨끗이 쓸었다. 날씨가 추운게 곧 녹을거 같지가 않다.

백수아가씨:새벽부터 누가 날 깨우는거야? "나다. 니 에미"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여섯시다. 정수기 필터나갔다며 이런 새벽에 나보고 생수 사 오랜다. 서러운 내 신세야. 혜철이가 만약 백수되면 이렇게 하지는 않겠지? 춥지만 양말신기도 그렇다. 외투하나만 걸치고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야! 눈이다. 밖은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길이 펼쳐져 있었다. 찍히는 내 발자욱을 보며 걸었다. 선명하게 내 발자국들이 나를 따라오고 있다. 다시는 이런 짓 안할껴. 동상걸렸나봐. 방에 들어와 내 발을 보니 너무 안스럽다. 감각도 없다. 일찍일어나서 아빠 출근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았다. "아빠. 잘 다녀오세요."

자취생: 내일은 집에 가야되는데... 어제 그녀와의 만남을 계속 이어가야하는데... 그냥 집에 내려가면 다음에 또 서먹해질텐데... 뭔가 기억에 남는 선물하나 주고 내려가고 싶다. 맞다! 그녀가 요즘 들어 립스틱을 바르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새빨간 입술이 그립다. 빨간 립스틱하나 선물해야겠다.

"어머니한테 선물하시려나 봐요?"
"아닌데요. 제 또래 아가씨한테 선물하려고..."
"이 색깔은 아줌마들이나 찾는 건데..."
"그래요?"
"애인한테 선물할려면 이 색깔로 해보세요. 요즘 제일 잘나가는 색이에요."

화장품가게 아가씨가 거무죽죽한 립스틱을 하나 건넸다. 별로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애인이라고 하는 말 때문에 그걸 사고야 말았다. 립스틱이 생각보다 비싸네. 그녈 생각하며 적은 쪽지와 함께 포장을 했다. 너무 작다.

만화방총각: 내 소설을 거의 완성시켰다. 누군가에게 한번 보이고 싶다. 그래 이 공책 때문에 혜지씨에게 어설픈 키스를 했었지. 혜지씨한테 사과하는 맘으로 먼저 보여줘야겠다. 언제가 좋을까? 내가 약간 수정을 하고 괜찮다싶으면 이번주라도 보여주어야겠다. 그녀가 이걸 안본다고해도 내 마음이 상처받을거 같지는 않다. 소설 속에서처럼 정경이와 나는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밖에 쌓인 눈처럼 내 마음이 여유롭다. 혜지씨에게 그동안 급료를 계산해서 봉투에다 넣었다. 그녀가 이걸 받고 예전처럼 맑게 기뻐했으면 좋겠다. 그녀가 봉투를 받고 참 기뻐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서 내가 하고픈 부탁을 들어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백수아가씨: 드디어 내 월급을 받았다. 돈을 처음 벌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어색했던 이병씨가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잘 쓰겠다며 가뿐하게 받았다. 내 생활에 도움이 되겠다. 그동안 모아논 돈이 요즘 들어 자꾸 줄었었는데... 호호 립스틱하나 사야겠다. 유행따라가며 립스틱 바른지가 언제쯤이었을까?
이병씨가 나가고 조금 뒤에 녀석이 들어왔다. 즐거운 내 마음을 녀석은 모르는 듯 다른 날보다 굳어있다.

녀석이 카운터를 한 손으로 내리쳤다. 쿠 또 무슨 말 할려나보다. 유심히 듣자. 녀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웃음이 나올까? "선물이오." 그가 조선시대 남정네처럼 말했다. 선물? 어디? 그의 내리친 손을 보았다. 펼친 그의 손에 조그맣게 포장된 무엇이 있었다. 얼마나 봤다고 벌써 선물이냐? 근데 뭘까? 조심스럽게 그의 손바닥에 놓여 있던 선물이란걸 잡았다. 녀석 손의 감촉이 바깥바람처럼 차가왔다. 내가 선물을 받아 들자, 또 머리를 긁적이더니 "일주일쯤이나 뒤에 봅시다."라는 말을 남기고 횡하니 나가 버렸다. 어디가나? 내일은 안올려나?

기대하는 맘으로 포장을 뜯었다. 쪽지가 있었다.
"언젠가부터 당신의 입술은 누드였습니다. 단골소년"

완전히 아저씨같은 놈이 소년이란다. 참내.. 선물은 립스틱이었다. 색깔을 보니 요즘 유행하는 색깔이다. 묘한 느낌이 왔다. 어떻게 내가 립스틱살려고 했던걸 알았을까? 그런 그가 오늘은 괜시리 사랑스럽다. 바로 거울을 보고 발라보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화사하다. 이병씨가 와서 조금 부끄러운 듯한 어조로 "입술이 참 예뻐졌네요."라고 말했다. "그래요? 정말 예뻐 졌어요?" "예. 정말 예쁘네요. 참 내일은 하루 쉽시다." 집에 와서 녀석이 준 립스틱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내 화장대 한쪽에 고이 세워놓았다. 밤에 난 녀석을 생각하며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꼭 그의 목도리를 만드는 것처럼...

자취생: 바깥 날씨가 차가왔지만 그녀에게 줄 선물을 쥔 손은 포켓에 넣지 않았다. 오늘 그녀 손을 처음 느껴보았다. 단지 두 손가락만이 내 손바닥에 다았지만 그 느낌은 혜지씨에 대한 내 마음과도 같이 따뜻했다. 맘에 들지나 않았을까?

만화방총각: 이제는 내 맘이 완전히 정경이 쪽으로 가고 있다. 정경이에 대한 내 맘은 불안하지 않지만 석연치 않은 무언가가 있을거 같은 느낌이 온다. 내 맘에 그녀를 이제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또 조금씩 불안해져 온다. 만화방에 가보니 혜지씨가 무척이나 즐거운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 미소를 머금은 입술이 아까와 다르다. 림스틱을 바른 입술이다. 그녀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는 색깔이다. 오늘 밤은 집에 들어가서 자야겠다. 그리고 내일은 모처럼 하루 쉬자.

자취생: 짐을 다 챙겼다. 한쪽어깨에 조금 크다싶은 가방을 메고 자취방을 나섰다. 아직 녹지 않은 눈들 때문에 걷기가 부담스럽다. 만화방을 지나쳤다. 만화방문이 닫혀 있다. 오늘은 만화방이 쉬는가벼. 저기 길 멀리서 낯설지 않은 두 사람이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만화방총각: 아침에 식사를 하는데 어머니의 말이 내 마음속 석연치 않았던게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너도 장가를 보내야 할텐데. 조건 좋은 여자가 있는데 선한번 볼래?" "아직은 싫어요. 연애해서 갈 거란 말이에요." 농담처럼 대답했지만 뭔가 어려운 일이 닥칠 것만 같다.

백수아가씨: 오늘은 만화방에도 안나가고, 립스틱은 한번 발라보고 싶은데, 집에서 립스틱 바르고 있으면 울엄마가 또 뭐라 그러시겠지. 오늘 우리엄마가 왜 그러실까? 내 옷한벌 사줄테니 백화점 가자고 그랬다. 이쁘게 차려입고 또 이쁘게 화장했다. 그리고 녀석이 준 립스틱을 발랐다. 야! 괜찮은데...! 꽤 비싼옷인데 엄마가 두말않고 사주셨다. 혹시 시집보낼려고 그러는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 옷 싫어? 다시 돈으로 바꿀까? " 아무생각없이 그냥 입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근한 누구를 만났다. 그런데 큰일이다. 옆에 우리엄마가 있다. 녀석이 아는 체라도 하면 우리엄마 성격에 녀석이 누군지 삼일은 물어대실게 틀림없다. 한쪽 어깨에 큰 가방이 들려있다. 진짜 어디를 가나보다. 녀석이 선물한 립스틱 바른 모습을 하루도 못가 들키고 만게 조금 쑥스럽다. 기어이 녀석이 아는 체를 하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옆에 엄마 때문에 조금 머뭇거렸다.
"어. 그때 눈길에 넘어졌던 학생이네. 반가워."
"예. 요즘은 약수물 받으러 안가세요?" 뭐야? 왜 우리엄마하고 녀석이 친한 척하지?
"호호. 무거워서... 근데 어디가나보지?"
"예. 방학이라 집에 가는 길이에요."
"아. 진주가는구나. 참 내 딸이야."
"예. 에... 안녕하세요."

녀석이 모르는 사람처럼 나에게 인사를 했다. 조금 기분이 그렇다. 나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인사를 했다. 녀석 집이 진주에 있었구나. 진주면 내가 어릴 때 살았던 곳이다. 동향녀석이네.

"그럼 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녀석이 모르는 사람처럼 그렇게 지나쳐 멀어져간다.
"엄마 누구야?"
"응. 쌀가마니하고 약수통 들어준 학생인데 참 착한거 같애."

하하. 녀석이 엄마가 말하던 바로 그 착한 학생이었어? 엄마는 녀석의 이름을 알고 있음직하다.

"몇 살인데?"
"92학번이면 몇 살이냐?"
"엄만 내 나이도 모르세요?"
"아. 너도 92학번이지."
"이름이 뭔데?"
"너 관심있니?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안물어봤네."

과연 우리엄마다우시다. 바로 고개를 돌려 제법 멀리 걸어간 녀석을 다시 불렀다.
녀석이 뭔 일인도 모른 채 종종걸음으로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내가 물어볼게 있어서. 미안해. 괜찮지?"
"예."
"이름이 뭐야?"
"예?"
녀석이 나를 물끄러미 한번 쳐다보았다. 뭐해 빨리 말하지 않고.
"예. 이현재라고 합니다."  

14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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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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