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 (20)

*자취생: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날 위해서 그녀가 제법 오랜시간 이 목도리를 짠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너무 잘생겨서 이여자가 뿅갔나? 정신차려라 현재야. 지금까지 미팅해서 상대가 날 몇번이나 일번으로 찍었는지 너는 알지 않느냐?  청담동거리의 가로수장식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어디를 가는지 궁금하지도 않나? 그녀는 아무말없이 날 따라왔다. 해지는 성탄절의 아쉬움속에서 가로수의 주홍빛들이 물결처럼 길에 늘어져 있다. 아름답다. 비록 샹제리제 거리를 모방한 것이긴 하지만...

오늘도 사람들이 엄청 많구만. 많은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저번처럼 마냥 부럽지만은 않았다. 내 옆에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 하하.

하!하!하!. 그녀가 내 팔장을 꼈다. 오늘아침부터 그녀가 나한테 왜 이토록 친한척 할까? 기분은 날라가는 제트기도 잡을 수 있을거 같았지만 쑥스럽다. 긴장도 많이 되어서 표정도 굳었다. 무작정 빨리 걸었다. 내 걸음은 시속 십킬로미터다. 을지로3가 이호선과 삼호선 갈아타는 곳 그 긴복도에서 날 따라 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빠른 걸음으로 앞만보고 걸었다. 옆이 썰렁하다. 뒤돌아 보니 그녀가 따라오다 말고 웃고 있었다.

아까처럼 팔장은 끼고 있지 않지만 행복하게 길을 걸었다. 북적거리는 거리를 지나 고급옷가게들이 즐비한 그때 내가 인상깊게 본 쇼윈도가 있던 길을 걷고 있다. 이제 얼마 안있어 그곳이 눈에 들어오리라. 이제 거리는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고 아까 본 가로수의 장식등보다 몇백배나 큰 나트륨등이 뛰엄뛰엄 불을 밝히고 있다.

그녀가 그 쇼윈도우앞에 섰다. 그때처럼 하얀웨딩드레스를 입은 마네킨의 얼굴은 한곳만 주시한채 무표정이다.

혜지씨가 한참동안이나 그 마네킨을 보고 있다. 그 옆에 난 조금 쑥스러운듯이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 우리둘의 모습은 결혼을 곧 앞두고 신부의 결혼예복을 보러온듯한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면 따라오겠지. 난 걸을려고 했다. 순간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많이도 놀랐다. 떨리는 내 손의 느낌이 그녀에게 전해진 것도 같았지만 그녀의 손은 차분했다. 또 난 어색한 느낌이다. 손을 뗄려고 했으나 그녀는 놓아주지 않았다. 내손보다 하얗고 내 손보다 많이도 작은 그녀의 한손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손의 느낌은 예전에 닿았던 두손가락의 느낌처럼 마냥 따뜻했다. 심봤다. 나는 지금 쇼윈도안보다 더 밝은 가로등불빛에 어렴풋이 반사되어지는 쇼윈도창의 혜지씨를 보고 있다. 그옆에 서있는 남자도 희미하게 비추어진다. 올해의 성탄절은 지금 울리고 있는 캐롤처럼 내맘에 오래도록 울려퍼질것 같다.

그녀를 집앞까지 데려다 주면서 걸었던 골목길은 깜깜했지만 겨울같지 않았다.
내 자취방이 내 마음처럼 끓고 있다. 더울정도로... 아무것도 덮지를 않고 잤다. 단지 그녀가 준 목도리만을 목에다 감고 잤다. 잘못하면 질식사 할뻔 했다. 일어났더니 그 목도리는 무의식중에 내 배로 옮겨가 덮여져 있었다. 이방보일러는 항상 새벽이 되면 꺼진다. 춥다.

가슴떨리게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지나갔다. 집에 안내려가길 진짜 잘했다.
  
#백수아가씨: 집으로 돌아왔다. 성탄절은 은은하게 깊은 밤속으로 묻혀지고 있다.
유치원 앨범을 꺼내보았다. 녀석과 나의 모습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푸. 오늘녀석의 느낌은 꼭 이사진속의 꼬마와 별 다를게 없었다. 세월의 흐름속에 내가 녀석보다 많이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취생:이틀동안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녀의 집전화번호라도 알아두는 건데 그랬다.
만화방은 도대체 며칠째 문을 닫고 있는거야? 이건 독자를 우롱하는 처사야 씨... 도서관이나 가자. 아는 놈들을 만나야 하는데, 그래야 이 목도리를 자랑할수 있지.
"안녕하세요."
"응. 집에 내려갔다가 올라온 모양이네."
"예. 벌써 올라왔는데요. 공부해야죠." 잘보여야 한다.
"그 목도리 참 낯이 익다. 어디서 봤지?"
"예?"
"내일 아침에 약수받으러 안갈래?" 그녀 어머님의 약수받으러 가자는 소리에 괜히 나왔다라는 후회가 뼈저리게 들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으랴.
"예. 가야죠. 아침 몇시에 갈건데요?"
"호홍. 한 7시쯤와..."
  
#백수아가씨: 녀석을 이틀동안 만나지 못했다. 이병씨는 어디를 간걸까? 벌써 일주일째다. 중.고등학교가 방학을 했다. 고등학생은 힘들고 중학생 둘정도 과외나 해야겠다. 그리고 면허증도 따야지. 우리집차 새로 산지 일년이 넘었건만 이제 겨우 3000킬로밖에는 되지 않았다. 오후에 증명사진이나 찍으러 나가봐야지.
녀석은 그곳에 잘 살고 있겠지. 전화번호라도 알아 놨으야 했는데...
  
*자취생: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다. 그녀 집앞은 언제나 설레임을 준다.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가 아침안개속에 울려퍼졌다. "야이 지지배야 넌 또 왜나와?" "엄마는? 여기 물 다 받으면 얼마나 무거운데 그사람 혼자 어떻게 들고 오냐?" "나하고 같이 들고 온다니까? 너 그사람한테 관심있니?"  훗. 정겨운 모녀의 대화다. 다 들린다. 헤 그녀도 같이 갈려나보다. 아쌀라삐야.(에이치제국 사랑의 주문)

그녀가 그녀어머니뒤에서 손을 흔들고 한손가락으로 입에 댄다. 모른채하라는 말이다. 하하.
"어. 벌써 왔네. 내딸이 같이 가겠다고 나왔네. 저번에 봤지?"
"에 예." 오늘도 큰 물통은 나 혼자의 차지가 될뻔 했구나. 혜지씨 어머님 이제는 큰 물통도 모자라 작은 물통까지 두개를 들고 나오셨다. 심상치 않을 것 같은 느낌이 왔었다. 그래서 오늘은 일어나자 밥을 먹었다. 박카스도 한병 마셨다.  여자들은 뭐 저리 할 말이 많을까? 빈 물통을 들고 앞서가는 저 모녀는 매일 보면서 무슨 할말들이 저렇게 많을까? 계속 입을 쉬지 않고 걷고 있다.  같은 기억을 많이 공유해서 그만큼 할 말이 많은걸까?
목이 춥다. 좀 쑥스럽더라도 목도리를 하고 오는건데...
물받는 동안 나무 뒤에서 담배하나 피고 있는데 그녀가 나한테 왔다. 그녀 어머니는 어느새 물받는 어떤 아줌마와 친구가 되어 있었다.
"면허증 있어요?"
"무슨 면허증이요?"
"운전 면허증."
"물론 있지요."
"나 오늘 접수하러 갈건데 같이 안갈래요?"
"뭘요?"
"싫어요?"
"아니 그게 아니고. 뭔 접수하러 가는데요?"
"아항... 학원 접수요. 자동차학원이요."
"그래요. 언제요?"
"한시쯤 만화방 앞에서 봐요."
"그래요."

우쒸. 저번보다 더 무겁네. 난 큰걸 들고 혜지씨는 작은 걸 들었고 저번처럼 어머님은 입만 들었다 놓으셨다 했다. 같이 들어 줄것도 아니었으면서 혜지씨가 자기 어머니께 참 많이 따졌다.
"엄마 저번에도 저사람이 혼자 들고 왔지? 얼마나 무겁겠어. 빨리가서 같이 들어줘"
"니가 들어줘라. 학생 무거워?"
"아닙니다.으..."
"안무겁대잖아."
"진짜 안무거워요?" 이번엔 혜지씨가 물었다.
"진짜 안무겁습니다. 으..."
나혼자 들고 오게 한것이 미안했는지 어머님이 혜지씨가 들고온 작은 물통을 나에게 주라고 했다.
"고맙습니다."
"그물 다 먹거든 또 받으러 가자."
'그럼 별로 안고맙습니다.'

21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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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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