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 (18)

백수아가씨: 만화방안이 조금 춥지만 조용한게 좋다. 녀석이 목도리를 돌돌 말고 저기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다. 커피나 한잔 할까 싶다. 물을 끓이는데 전에 녀석과 함께 여기서 라면끓였던 기억에 웃음이 나온다. 만화방안에 녀석 혼자만 있다고 생각하니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커피할래?라는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하마터면 반말을 쓸 뻔 했다. 그냥 별말없이 녀석은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커피만 홀짝거렸다. 초등학교 일학년 때 내 손을 뿌리치고 다른 남자 아이들과 어디를 가 버릴 때의 모습보다 더 어색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세월의 잊혀짐이 담겨 있었다. "나 정말 모르겠니?" 혼잣말로 한다는 게 입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녀석이 바로 대답을 할려다 말을 얼버무렸다. 언젠가 알게 될 수도 있겠지. 녀석이 나갔다. 나도 가야지. 녀석이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떤 아주머니가 왔었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시는게 별로 맘에 들지는 않았다.
"아가씨는 여기서 뭐하는 거에요?"
"예? 누구신지?"
"나 이병이 에미되는 사람인데... 이병인 어디갔어요?"
"예. 안녕하세요. 잘 모르겠는데요."
"아가씬 여기서 뭐하는 거냐니까요?"
"그냥 아르바이트생인데요."
"이병이가 좋아한다는 그 여잔가?"
그 아줌마가 혼자하는 말을 들었다.
"아가씨 결혼했었어요?"
"아니요."
"그럼 됐고, 이병이 여기 없어요?"
"예. 아침부터 없었나본데요."
"알아요. 아침에 여기 와 봤으니까."
"혹시 돌아오면 집에 연락 좀 하라고 해요."
이상한 아줌마야. 그나저나 이병씨가 어디를 갔을까?

자취생: 집에 와 그녀에게 선물할려고 산 장갑의 포장을 보았다. 모레가 이브다. 그 날 주어야 되겠다. 왜 자꾸 자기 모르겠냐고 물어보는 거야. 뭐라도 가르쳐줘야 될거 아니야.

백수아가씨: 야호. 드디어 다 만들었다. 현재가 만화방에 찾아오면 주어야겠다. 근데 어떻게 주지? 기회가 생기겠지. 오늘은 모처럼 화장을 하고 만화방에 나가봐야겠다. 녀석이 준 립스틱이 시집가는 아낙처럼 내 화장대위에 부끄럽게 서있다.
어라? 오늘도 만화방을 열지 않았네? 연락도 없이 이병씬 어디를 갔을까? 어제처럼 내가 문을 따고 들어갈까? 하지만 어제 찾아온 이병씨 어머님의 모습이 그런 맘을 지워버렸다. 그냥 앞에서 기다려보자. 녀석이 곧 나타나겠지.

자취생: 어라? 만화방이 잠겨 있네. 오늘은 노는 날인가? 에이 그럼 오늘은 그녀를 못보는 거여? 학교나 가보자. 도서관에서 커피나 한잔하고 돌아오면 혹시 만화방 문이 열렸을지도 모르지. '으이~ 쓰. 분명히 밀크커피를 눌렀는데, 이러니까 네가 150원짜리 밖에는 안되는 거야 응?' 하필 아는 놈을 만나가지고 도서관 안에서 좀 놀았다.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도서관 안이 텅 비었다. 저녁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만화방은 여전히 빛을 잃은 채 닫혀있었다. 내일도 안열면 안되는데...

백수아가씨: 으..추워라. 이 녀석이 보통 이때쯤이면 만화방에 왔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집에 가서 두터운 외투라도 걸치고 와야겠다. 조금 낫군. 그 녀석 줄려고 짠 털목도리를 포장한 종이가 구겨진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팔사이에다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털목도리를 들고 있는 손이 시리다. 이 녀석은 왜 빨리 안나타나는거야. 벌써 두시간째다.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집 쪽에서 참 낯이 익은 모습이 나에게로 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나를 참 잘 만났다는 표정이다. "너 거기서 뭐하냐. 잘 만났다. 나하고 저녁반찬 사러 가자. 들고 있는 거는 또 뭐냐?" 오늘은 녀석을 못만나나보다. 엄마를 따라 시장이나 가야겠다. 포장지가 다 구겨졌다. 다시 포장해야지...

자취생: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의 아침이 밝았다. 창가에서 나리는 빛이 그녀에게 줄 선물포장지의 빛으로 반사되어 긴장되게 한다. 새로 산 양복을 입고 갈까? 관두자. 빨리 오후가 되어야 할텐데... 오늘은 만화방문을 열겠지? 오후 세시쯤 되어 내 방을 설레는 맘으로 나왔다. 이 선물을 주고 어쩌면 내일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하.
"안녕하세요."
"어? 그래 또 만났네." 만화방을 가다가 그녀의 아버지를 만났다.
여전히 아버님은 나를 아는 체 하신다. 진짜로 알고 그러시는지 의심은 가지만 항상 즐겁게 인사를 받으시는 모습이 혜지씨 모습처럼 좋다. 어라? 오늘도 만화방문을 열지 않았네? 어떻게 된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날 선물 산 다음날 줘버리는 건데 그랬다. 에고 날씨가 춥다. 벌써 세시간째다. 이제는 날까지 어두워졌다.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는 이대로 끝이 나 버리는 건가? 야 너? 너 목도리 맞아? 하기야 7000원짜린데 뭘 더 바라냐? 바람이 막 들어온다. 배도 고파왔다. 안되겠다. 집으로 그냥 들어갈려다 그녀의 집 쪽으로 한번 가 보았다. 그녀의 집은 날이 깜깜해졌는데도 어디에도 불빛이 켜져 있지 않았다. 어딜 갔나?

백수아가씨: 오늘도 만화방문을 열지 않았으면 녀석 자취방으로라도 찾아가야지. 어제처럼 기다리지는 못할 것 같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추웠다. 만화방으로 갈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빠가 돌아오셨다. 오늘은 왠 일로 일찍 돌아오셨지?
"혜지야 너 오늘 약속 있니?"
"아니요. 왜요?"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잖니." 새삼스럽게 뭘.
"오늘 우리식구 외식시켜줄려고 내가 이렇게 일찍 오지 않았냐?"
"에? 나 지금 어디 가봐야 되는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어머니의 아주 무서운 눈빛이 나를 쏘아 보았다. "잠깐만요." 혹시 몰라서 만화방에 전화를 해보았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오늘도 만화방은 문을 열지 않았나보다.
"그래 엄마. 어디 안나갈께요."
우리 엄마 참 굼뜨신다. 아줌마가 꾸미면 얼마나 꾸미시겠다고 저러실까?
오랜만에 외출하는 게 참 즐거우신가 보다. 나도 정장차림으로 예쁘게 꾸몄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은 가족과 함께. 차고에서 아주 오랜만에 우리 집차가 꺼내어 졌다. 우리아버지 기름값 아끼실려고 몇 달 전부터 출퇴근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셨다. 우리엄마 면허증 없으시다. 나? 나야 물론 없지. 오랜만에 아빠차를 타고 우리집식구가 외식을 하러 외출을 했다.
앞 좌석에 앉은 우리어머니 "혜철인 지금 이 추운데..."하시며 눈물을 글썽거리신다. 그놈 제대할 날도 이제 얼마 안남았구나. 만화방을 지나쳐 가는데 닫힌 만화방 앞에서 떨고 있는 녀석을 보았습니다. 자기도 막막한가 봅니다. 한손엔 또 무언가 들고 있었습니다. 논현동 TGI로 갔습니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아서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냥 갈비나 뜯으러 가지 우리엄마 분위기 내고 싶다하여 어쩔 수 없이 한시간 가량 처량하게 우리 식구 셋 대기실에서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연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나는 보기 좋은데,우리엄마 참 많이도 혀를 차셨습니다. 그러길래 갈비나 뜯으러 가자니까. 나도 솔직히 저런 연인들 모습 배아파서 못보겠다.

19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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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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