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 (10)
  
자취생: 3일째 그녀를 보지 못했다. 시험도 끝났다. 뭔가 추억을 남기고 졸업하고 싶다. 이제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오늘 면접볼려고 양복을 입었다. 졸라 춥다.

만화방총각: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많이 춥다. 하루밖에 비우지 않았던 만화방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오늘 혜지씨는 오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수당을 계산해보았다. 한번은 오겠지. 소설이나 쓸까? 방으로 들어가 공책을 꺼내왔다. 펜을 드니 또 감상적이 된다. 정경이 이름을 적고 느낌표를 두개 찍었다. 그리고 혜지씨 이름을 적고는 물음표를 두개 찍었다.

백수아가씨: 이틀동안 방안에만 있었더니 몸이 나른한게 안좋다. 오늘도 만화방은 못가겠다. 한동안 갈색톤으로 채색되어진 내 맘이 흰색의 겨울빛으로 바꼈다. 차분하다. 첫키스 한것도 아닌데, 괜찮다. 그냥 그때의 일 잊어버리면 된다. 하지만 이병씨 그의 얼굴을 볼 자신은 생기지 않는다. 그는 나의 초라해져가는 맘에 묘한 설레임을 안겨다 주었었다. 그 설레임은 오랜만에 느끼는 큰 신선함이었다. 그러나 그 설레임은 금방 끊어질것 같은 실에 메달린 커다란 풍선같은 것이었다.

자취생: 면접보는데 너무 떨었다. 추워서 그랬는데 면접관은 나보고 소심하다고 말한다. 씨. 아무래도 여기는 떨어지겠다. 이제 남은 곳은 한곳 밖에 남질 않았다. 그 곳마저 떨어진다면 짤없이 대학원이다. 혹시 백수될까봐 대학원응시를 했는데 운좋게 합격했었다. 그러나 난 더이상 개과에 미련두기는 싫다. 집에 돌아오는데 벌써 해가 져버렸다. 만화방이나 가봐야겠다. 몸은 여전히 떨고 있다. 만화방에는 주인아저씨가 지키고 있었다. 이상하네. 그녀가 아르바이트한지 아직 한달도 안되었는데. 짤렸나? 주인아저씨가 날보더니 참 반갑게 맞이했다. 요전하고는 딴판이다. 그래 저렇게 대하는데 조금만 보고 가자.

만화방총각: 저녁이 되니 기분이 차분해 졌다. 그래 내가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내 주위엔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정경이는 다시 찾아가면 되는거고, 혜지씨는 예전처럼 낯선사람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다. 단지 그녀에 대한 물음표만 지우면 된다. 단골녀석이 왔다. 굉장히 떨면서 들어온다. 밖이 춥긴 추운가보다. 저녀석 모습이 오늘따라 반갑다. 그가 나갈때 혜지씨 보면 저번에는 진짜 미안했었다고 말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녀석이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그래 무슨일인지 알리 없겠지. 그냥 그렇게만 말하면 알것이라고 했다.

백수아가씨: 엄마 심부름 때문에 바깥을 나갔다. 깜깜하다. 저녁 반찬거리하고 초코파이, 박카스사오라는 심부름이다. 쌀도 충분한데... 초코파이하고 박카스는 왜 사오라고 하는거지. 초코파이가 중독성이 있나보다. 수퍼를 갈려면 만화방을 지나 쳐야 한다. 만화방 불빛이 초라하다. 며칠전까진 많은 설레임과 즐거움을 주던 곳인데, 오늘 그곳은 낯설고 또한 초라해 보인다. 날씨가 엄청 춥다.

자취생: 집에 갈려는데 주인 아저씨가 혜지씨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 달랬다. 뭐가 미안할까? 그녀한테 미안한 짓을 했단 말이야? 나쁜놈이구만. 날라차기 해버릴까? 따뜻하게 난로 피워나서 참는다. 몸이 많이 녹았다. 알았다고 했다. 나오는데 참 반가운 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녀다. 손에 뭘 많이 들었다. 들어주고 싶었다. 참 아까 주인아저씨가 미안하다는 말 전해 달라고 그랬지. 기회다. 쫓아갔다.
그녀 앞으로 갔다. 만화방아저씨가 부탁한 말을 전하는데 버릇이 되었나?

만화방총각: 조용히 밤은 깊어가고 있다. 기분은 차분해졌는데 뭔가 허전하다. 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자. 먹을만 하다.

백수 아가씨: 엄마가 사오라는게 생각보다 많았다. 박카스박스가 포함되니 상당히 무겁다. 초코파이도 사야되는데.. 날씨가 추워 들고 있는 손이 시리다. 내 하얗던 손이 발갛게 변했다. 만화방을 다시 지나쳤다. 후... 내가 일기장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밤에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아직 불안한 내 마음속 풍선은 아슬하게 메달려 있나보다. 그때 뒤에서 누가 달려와 내 앞을 막았다. 녀석이다. 그의 모습을 보니 왠지 기분이 밝아진다. 녀석을 어제 오늘 잊고 있었구나. 그래 이상하게 친근감을 주는 저녀석이 있었지. "그때의 일은 진짜 미안했다. 만화방아저씨." 뭐야 또? 자기도 황당했는지 머리를 긁적인다. "만화방아저씨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저번에는 미안했다고 전해달라고 하던데요." 흠...그러나 그말은 녀석의 모습처럼 반갑지가 않았다. 녀석이 내가 들고 있던 무거운짐을 들어준다고 했다. 고맙지 뭐. 그럼 우리집을 가르쳐 주는 격이 되는데... 그래 가르쳐주면 어때. 녀석 때문에 편히 집앞까지 왔다. 엄마한테 따져야겠다. 녀석도 무거운지 이쪽 팔에 들었다, 저쪽 팔에 들었다하는 걸 나보고 들고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고...

자취생: 저번에 라면끓일때도 그렇고 이번에 짐달라고 할때도 그렇고 순순히 응한다? 음... 기분 괜찮군. 같이 걸어서 기분은 좋은데 왜 아무말도 안할까. 자기만 따라오라는 건가? 그녀 옆에서 걸었다. 짐 때문에 걸린다. 다른 손에 들어야겠군. 근데 왜 또 짐쪽 옆으로 오는거야? 다시 이쪽 손에 바꿔들었다. 그녀 집앞에 도착했다. 대문앞에다 짐을 놓으니. 그녀가 벨을 눌렀다. 아직도 아무말이 없다. 에라 모르겠다. 그녀가 보지도 않는데 뒤에서 말해버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푸치니" 그녀가 뭔가 생각하더니 날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푸시킨 아닌가요?" "에?"이런 멍청이 그새 까먹었냐. "그럼 가볼께요."라고 말하고 뒤돌아섰다. 빨리 도망가야쥐. 그걸 알다니 똑똑한 여잔가보다. 에고 쪽팔려라. "잠깐만요." 뭘까? 혹시 푸치니가 맞다고 말할려고 하는걸까? 고개를 돌렸다. "내일 만화방가면 모래쯤 저 나온다고 주인아저씨한테 말해주겠어요.?" "모래쯤이요? 예." 뭔일인지 몰라도 내일도 그녀가 만화방을 안나가는 구나. 그러나 모래는 만화방에서 보겠다. 하하 "안녕히 계세요." "잠깐만요." 또 뭘까? "고마웠어요. 저번에 라면사다주신것도. 라면끓여준것도..잘가세요. 그럼" 에. 그녀한테 정겨운 인사를 받았다. 그녀가 집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기분이 묘한게 춥지가 않다.

백수아가씨: 그가 무언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래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자. 전혀 현상황과 안맞는 말만 하더니 오늘은 다르네. 이병씨 그를 내가 피할 이유가 없다. 그래 만화방 다시 나가자. 그러고보니 급료도 받지 않았다. 녀석이 참 고맙다. 녀석한테는 따스한 말한마디 해 준적도 없는데, 고맙다는말 해주어야겠다.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등을 돌려 갈려고 한다. 그의 뒷모습이 찬바람에 떨고 있다. 그러나 그모습이 정겹게 내맘에 들어온다. 집에 들어와서 엄마한테 따졌다. 이무거운걸 나보고 들고오라 했냐고. 무거워 죽는줄 알았다고. "그게 뭐가 무겁다고 엄쌀이냐. 난 저번에 20킬로 쌀가마니도 들고 왔다." 밤에 녀석 모습이 떠올랐다. 추운지 떨고 있었지만 따스한 미소를 나한테 남겨주었다. 급료받으면 털실하나 사야겠다. 오랜만에 뜨개질이나 해보자.

자취생: 그녀가 집에 들어갔다. 안잊어먹게 이곳을 유심히 봐두자. 여기가 그녀가 사는 집이란 말이지. 하하 또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다. 집까지 알아내다니 대단한 수확이다. 근데 집이 참 낯익다. 언젠가 한번 와본적이 있는거 같다. 집으로 오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맞다 쌀가마니! 그리고 부라자! 부라자? 그럼 그때 그것이 그녀의 것? 푸헬헬 황당+묘한 느낌! 앗싸. 아이고 아까워라. 그때 눈 딱감고 하나 훔쳐오는건데...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면접본건 생각도 안난다. 상관도 없다. 이름이 혜지인 그녀에 대한 생각뿐이다.
  
11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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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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