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 (19)

*자취생: 에구 에구 서러버라. 이 좋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난 추위에 떨며 3시간이 넘게 닫힌 만화방문 앞을 지켰고 3시간 가까이 불꺼진 혜지씨집 앞에서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 홀로 말이다. 처량하고 불쌍하고 춥고 배고프고 다리도 아프다. 어머니~! 집에 내려가 따뜻한 밥에 따뜻한 방에서 비디오보던 기억이 그립습니다. 흑흑... 그런데 내려갈 차비가 없습니다. 빨갛게 바래져 버린 내손에 들려진 조그만 종이가방에 서럽게 눈이 갔다.

내 자취방으로 돌아왔을때 티비에서는 뉴스를 하고 있었다. ''''''''거리의 밝은 조명등 아래로 사람들의 모습이 즐겁군.! 이번 크리스마스도 덧없이 가겠구나. 오늘은 특선프로가 뭐 하나?''''''''
오늘 내가 왜 오기에 가깝게 선물하나를 줄려고 그녀를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그래 올해가 내 마지막 대학생활이구나. 모르겠다 오늘 그녀를 만났으면 내일은 좋은 일이 생길것만 같았기 때문이라 접어두자.
  
#백수아가씨: 두시간을 기다려서 두시간동안 저녁을 먹었다. 우리 어머니 기다린시간동안은 앉아 있다가 가야된다고 하셨다. 본전뽑기의 투철한 정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우리집 골목으로 꺽이는 곳에서 전조등 불빛에 힘없이 걸어가는 누군가가 비추어졌었다.

방안이 조금 싸늘하다. 곧 따뜻해 오겠지. 녀석이 왜 우리집골목쪽에서 풀이죽은 모습으로 나왔을까? 설마 나를 찾아서 우리집 앞으로 왔던건 아니었을까? 녀석은 만화방앞에서 그를 보았을때처럼 한손에 무언가 들고 있었다.
녀석을 줄려고 짠 목도리의 포장이 구겨져 보기가 애처롭다. 다시 포장해야지.

성탄절 아침이다. 친구한테 전화가 왔었다.
"야이 지지배야 오늘 할 일 없지?"
그래 지지배야 할일 없다. 오후에 바람이나 맞으러 가자고 한다. 오늘 같이 흥겨운 날은 거리에만 나가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오늘 같은 날은 백조들도 우아해 질수 있다며 날 격려차 놀렸다.
"싫어 지지배야."
오전 9시가 넘었다. 난 지금 화장대의 작은 거울속에서 화장한 내 얼굴의 입술이 노을빛으로 물드는 걸 보고있다. 그리고 내모습이 어제처럼 정장차림은 아니지만 아껴두며 입지 않았던 얼마전 엄마가 사주신 겨울옷으로 감싸져 있다.
''''''''호호. 아직 괜찮은데...!'''''''' 거울속 옷맵시를 보았다. 쿠쿠 어디
멀리가는것도 아닌데 너무 치장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후웁 호흡을 가다듬었다. 좀 긴장이 되는건 사실이다. 노크를 했다. 기척이 없다. 다시 노크를 했다.
"누구세요?"
별로 다정한 어투가 아닌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나와 주실수 있으세요?"
녀석이 예전에 본 에이스벤추라의 머리에 밝은 빛에 눈을 가늘게 껌벅거리며 자취방문을 열었다. 잠이 덜깼는지 이렇게 예까지 찾아온 나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안녕하세요?"
한참동안 눈꼽낀 눈이 나를 껌벅거리며 보고 있다. 뭔가 흠찟 놀라는 표정이다. 이제서야 나를 알아봤다는 뜻이리라.
"아니, 여기는 어쩐일로?"
훗 집에서 입는 옷은 목이 더욱 늘어져 속옷이 악세사리처럼 바깥으로 내비쳤다.
"풋. 뭐 줄게 있어서요. 이거 받아요."
"이게 뭔데요?"
"나중에 뜯어 보면 되잖아요."
"이걸 왜 나한테...?"
"늘 이때까지 자나봐요?"
"..."
"나 가볼께요."
"아..예."
"에,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죠?"
"예. 저 오늘만 늦잠 잔거에요."
"푸.. 나 가볼께요."
"아..예"
"참 식사는 하셨어요?"
"지금 일어났는데요."
"아. 그렇지..."
"어거 주시려고 여기까지 온거에요."
"음. 오늘이 성탄절이잖아요."
"어디 가세요?"
"집에 가야죠."
"그럼 어디 갔다 오셨어요?"
"왜요?"
"그냥. 옷차림이...아 맞다. 잠깐만 기다려봐요."
녀석이 후다닥 문을 닫더니 또 후다닥 나왔다. 선물같은 걸 나한테 준다. 어제 그의 손에 들려있었던 작은 종이가방이었다. 이제야 어제 그가 힘없이 우리집 골목쪽에서 걸어 나온 이유를 알겠다.
"이거 가져가세요."
"이게 뭔데요?"
"나중에 뜯어보면 되잖아요."
"이걸 왜 나한테?"
"에..오늘이 성탄절이잖아요."
"그래도...?"
"응... 예전에 내가 립스틱 줬잖아요?"
"예 그런데요?"
"별로 맘에 안드시나봐요? 바르고 다니지 안잖아요?"
"예? "
"그래서 다른거 하나 샀어요."
뭔소리를 하는거야? 내 입술에 한손가락을 대고 말했다.
"지금 제 입술에 뭐 발랐죠? 이거 현재가 준걸로 바른건데..."
"...에? 내가 준건 거무죽죽한건데..."
"근데 정말 이거 뭐에요?"
"오늘 어디 안가요?"
"치. 그래 갈께요."
"아..아니. 잠깐만요."
"왜요?"
"에 오늘이 성탄절인데..."
"그래서요?"
"혹시 어디 안가면..."
"왜? 어디 저랑 같이 가게요?"
"에. 예."
"어디를요?"
"그냥 성탄절이니까."
"몇시에요?"
"세시쯤 만화방 앞에서 볼래요?"
"세시쯤 만화방 앞에서요?"
"에..예."
"후후. 알았어요. 그럼 그때 봐요."
"저기요?"
"왜요?"
"이거 뭔지 모르지만 고마워요."
"그쪽도 이거 고마와요. 안녕히.."
"저기요?...꼭 나와야되요."
  
*자취생: 아침에 나의 늦잠을 깨운 음성은 다름아닌 그녀의 음성이었다. 내 묵은 방안의 공기속에 상쾌한 아침찬공기와 들어온건 그녀의 환한 모습이었다. 난 지금 그녀가 예전부터 직접 뜨개질한 목도리를 껴앉고 울고 있다.
슬퍼서가 아니고 너무 기뻐서다. 만화방에서 참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녀는 하얀손을 미소처럼 움직여 그 고운 털실을 목도리로 바꾸어 갔었다. 그 목도리가 바로 나를 위한 것이었다니, 너무 감격해서 우는것이다. 난 이 목도리만 받은것이 아니다. 그녀가 이 목도리에 담았던 시간과 기억도 함께 받은 것이다.
흥얼거리며 난 기대되는 외출준비를 하고 있다. 면접 때문에 샀던 겨울 양복을 과감히 입었다. 음 있어 보인다.
겨울 양복에 털 목도리가 참 잘 어울려보였다. 하지만 난 목도리를 하고 나가지 않았다. 오후 세시에 닫힌 만화방앞에서 그녀와 난 만났다.
  
#백수아가씨: 그가 나에게 준건 내 마음처럼 핑크빛으로 물든 가죽장갑이었습니다. 내손에 꼭 맞더군요. 하지만 난 그 장갑을 끼고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도 나처럼 내가준 목도리를 하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와 나는 문이 닫힌 만화방앞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이 크리스마스를 느끼러 간 곳은 아직 어둠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온통 별빛으로 물든 청담동거리였습니다. 지금 내옆에 어릴때처럼 녀석이 걷고 있습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녀석의 팔안쪽에 팔짱을 껴보았습니다. 그는 추억으로 묻어둔 그시절 내손을 뿌리칠때처럼 어색해하며 혼자서 가버리더군요.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그런 녀석의 모습이 귀엽게 보였습니다.

아주 맑게 닦여진 커다란 유리공간속에서 생명없는 한여자가 너무도 흰 드레스를 입고 축복같은 조명을 받으며 서 있었습니다. 녀석은 또 어색해하며 어디를 가버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난 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녀석의 손은 예전에 한번 느꼈던 것처럼 차가웁지가 않았습니다. 또 손을 뿌리칠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곳에도 내일이면 추억속으로 가버릴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20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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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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