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4)

햇살이 좋은 것이 꿈 꾸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시계를 보았다. 12시에 가까웁다. 목이 뻐근하다. 내 꿈을 꾸기에는 늦은 시간인가?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고 몸도 피곤하다. 오늘은 10시간을 넘게 잤다.
뭐여, 왜 안 깨운걸까?
생각해 보니까 우리 하숙집 그녀가 날 이 시간까지 자게 놔 둔 적이 있었나 싶다.
어그적 밖으로 나왔다. 깨끗이 닦여진 식탁. 그리고 그 옆에 밥 보자기로 씌워져 있는 그녀의 밥상.
"나영씨!"

그냥 아침에 그녀 모습이 안 보이는 것이 허전했나 보다. 별로 찾고 싶지는 않았지만 한 번 불러 보았다.
"나영씨! 이 나영. 야이 나영아. 나영이 어디 갔냐?"
하숙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나 밥 굶는겨? 그건 아니었다. 그녀의 밥상에는 밥이 예쁘게 차려져 있었다. 참 예뻤다. 내 밥이 아닌 것도 같았으나 분명 거기에 있는 쪽지로 봐서 내 밥이 틀림 없었다.
그녀는 하숙생들 밥을 차려 주고 난 다음 어머님과 병원을 갔다. 왜 날 깨우지 않았을까? 내가 밤 늦게 까지 글쓰고 하는 것을 알고서 그랬을까? 그랬다면 참 고마운 여자다.

'국은 냄비에 있으니 데워 드세요.'
작은 것에도 세심한 면이 있다. 괜찮은 여자네. 그러나 맨날 백수라 놀리는데... 하여간 잘 먹겠슴다.
거의 매일 그녀의 눈치를 보던 이 밥상에서 나 혼자 밥을 먹을려니 참 편했다. 다리 쭉 펴고, 배까지 긁어 가며 또한 트림도 맘 놓고 할 수 있었다. 그 좋구먼... 그래도 그녀가 있으면 하는 맘도 있다.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하숙집 아줌마가 돌아 오셨다. 그러나 그녀는 없었다.
"어머님 오셨어요?"
"응. 신군이 설거지를 하는구먼."
"아침에 안 좋으셨어요?"
"그건 아닌데. 그냥 요 며칠 소화가 안된다고 말했더니 영이가 부득이 아침에 같이 가자고 해서. 별 거 아니야."
"어머님, 빨리 좋아 지셔야 할텐데요."
"그래. 영이 저걸 봐서라도 그래야 할텐데 계속 안 좋네. 그 설거지 내가 할테니까 신군은 들어가."
"아닙니다. 제가 할게요. 들어 가 쉬세요."
하숙집 아줌마의 이마에 땀이 고였다. 그녀는 어디 간겨? 모시고 갔으면 또 모시고 와야 되는 거 아닌가? 좀 헛갈린다 말이야.

어제 글 작업을 못했던 관계로 오늘 오후는 책 보면서 구상 연습을 해야했다. 책에다 줄 긋는다고 뭐구상하는 것이 달라 질 것은 없었지만 미래를 위해 작문 연습도 틈틈히 해 놓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성을 가진 신 경숙이라는 소설가도 작가와 전혀 별 관계없는 어느 전문대를 나와서 떨어지는 문체를 많은 책들을 베껴 쓰가며 다듬어 갔다고 했다. 나도 뭐 언제 글을 써 봤냐. 줄 그어 가며 베워야지. 에이 씨. 줄 긋는 것은 좋은데 왜 담배가 없는겨. 상관 없는 불만인가? 하여간 불만 있다.

먼지 낀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그 햇 빛 속에 번지는 담배 연기, 풋풋히 썩어 가는 곰팡이 냄새가 나는 어느 골방에서 덥수룩하게 자란 턱수염이 멋있는 작가의 입에 물린 필터까지 타 들어간 담배 꽁초.
그리고 명작을 쓴다. 근데 이놈의 하숙방 창은 맨날 누가 닦는겨? 깨끗하다. 그리고 내가 방을 지저분하게 쓰지만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는다. 턱수염? 어제 면도 했는데 턱수염은 무슨... 코 털이 좀 삐져 나와 있을래나?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담배가 떨어졌다.

추리닝 차림으로 우리 하숙집 어떤 놈의 농구화를 꼽쳐 신으며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스하다. 내 얼굴이 부시시 할 것이고 머리 모양새가 그리 단정하지 않을텐데... 그리고 이 시간에 내 나이 또래가 추리닝 입고 담배 사러 가면 짤없이 백수라고 생각 할 것이다. 뭐 백수를 백수라 생각하는데 뭐라 그럴 수 있나.
담배 파는 수퍼가 좀 멀리 있었다. 담배 한 갑을 샀다. 기분으로 그 앞에서 한 대 폈다. 음 그래 이맛이야. 집으로 천천한 걸음으로 하늘도 한 번 보고 퇴교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인사도 해 주며 걷고 있는데 누가 날 불렀다.

"백수씨."
아무리 내 지금 모습이 백수처럼 보여도 그렇게 대 놓고 말하면 기분 졸라 나쁘지. 실 내 주위를 살폈다. 지나가던 초딩이 날 멀뚱히 쳐다 봤다.
"내 이름이 백수야."
씩 웃어 주고는 뒤 돌아 봤다.
아주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 하숙집 그녀를 보았다. 햇살 아래 그 모습이 화사하다. 바람에 산들거리는 주름 치마사이로 하얀 다리가 참 곱다. 저 공주가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아는 체 하기가 그랬을 터인데 아주 반갑게 날 아는 체 했다. 물론 이유가 있었겠지. 그녀는 장을 봐 왔다. 양 손에 뭘 많이 들었다. 분명 저걸 나에게 맡기려고 날 불렀을 것이다. 확 도망을 가 버릴까? 낼 아침부터, 아니다 당장 오늘 밤부터 밥이 없을 것이다. 그녀에게로 갔다. 그래 내 들어 줄 것을 당연히 생각했나 보다. 아예 짐을 내려 놓고 날 기다리며 한 발자국도 앞으로 오지 않는 그녀는 진찌 존경스러운 상류층 사람이다.

"들어 드려요?"
"으음."
단지 그녀의 입을 열지도 않고 내는 그 소리와 고개 숙임으로 나는 그 무거운 것을 들어 주어야만 했다. 이 여자 힘이 장산겨? 이걸 어떻게 들고 왔남? 그녀를 아래 위로 꼬아 봤다. 옆에서 빈 손으로 걷는 그녀가 웃는다. 그렇게 자주 웃지 마요. 정 붙으니까.
"그 백수란 소리 안 할수 없어요?"
"동엽씨 백수 맞잖아요."
이 뇬이 진짜.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웃는 얼굴이라서 참았다. 놀리는 웃는 얼굴이 아니라 그냥 좀 사랑스런 웃는 얼굴이라 참았다. 그래 이렇게 걷는 것이 기분 좋다. 니도 백수니까 날 그렇게 부를 수 있겠지.

학원에서는 또 꿈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강사와 씨름하며 오늘 하루 분량의 과정을 끝 마쳤다.
책을 많이 읽어라고 했다. 나보고 특히 그랬다. 나보고 고등학교 때 국어 점수를 물어 보았다. 그냥 답을 안했다. 말하면 분명 놀릴 것 같아서 말이다.
내일은 주말이라고 또 술 먹으러 가자고 그 년,놈들이 꼬셨으나 그냥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래 내일은 주말이다. 뭐 하나? 확 우리 하숙집 그녀를 꼬셔다가 영화나 보러 갈까? 같이 가 주지 않을 것 같다. 그냥 비디오나 봐야지 뭐.

주말이라서 좋은 것은 오후가 좀 여유롭다는 것이지 뭐 별 다른 느낌은 없다. 왜? 난 백수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왠일로 일찍 일어나 학생들과 밥을 같이 먹었다. 학생들은 별 신경을 안 썼는데 하숙집 그녀가 날 의아한 눈빛으로 자꾸 쳐다 보았다. 내게 국을 떠 주면서 이상한 말까지 했다.
"사람이 변하면 몸에 안 좋다던데..."
"누나. 저도 국 좀 더 주세요."
내 옆에서 밥 먹던 녀석이 국을 더 달랬다. 그녀가 밥 이외의 음식 중에서 그런데로 맛있게 하는 것이 있다면 우거지 국. 그래 아침에 먹는 우거지 국은 속을 개운하게 한다.
"니가 퍼 먹어."
저거 하숙집 경영하는 집 딸 맞냐?

그래도 내 옆의 녀석은 싫은 표정 짓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녀석이 먹던 국 그릇을 가져간다. 그렇게 긴 머리는 아니지만 싸구려 핀이지만 단정히 꼿고 또한 싸구려 주름 치마에 단추 달린 스웨터가 참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아침을 준비 한 그녀가 녀석들에게는 예쁜 누나임에 틀림없다. 그래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국을 퍼는 그녀의 뒷 모습은 참 아름답다.

5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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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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