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15)

"어! 왜 거기 있는 거에요?"
"우리집에 내가 있는게 이상해요?"
"선보러 갔다면서요? 왜이리 일찍 온거에요?"
"제가 선보러 간 걸 어떻게 알았어요?"
"기분 나빠요."
그녀의 새근거리는 표정이 괜히 싫었다. 보통때와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냉장고에 물도 없고 싫다.
내가 기분 나쁘다고 했는데 그녀는 더 새근거리며 웃는다.
"뭐가 기분 나쁜데요?"
"선보러 갔다면서요."
"제가 선 본게 기분 나쁜 일이에요?"
"그럼 내가 사준 옷을 입고 딴 남자 만나러 갔는데 기분 안 나빠 할 사람 있어요?"
그녀는 진짜 공준가 싶다.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반격을 한다.
"그것 말고는 기분 나쁜 것 없어요? 남자가 진짜 쪼잔하다."
그 말을 하고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 섰다. 그리고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으로 봐서 저녁을 차릴 모양이다. 저녁 차릴려고 일찍 왔구먼. 또 중국 음식 먹으라 하고 실컷 놀다 오지 그랬어? 저번 처럼 말이다. 참, 저번에는 나하고 나갔을 때지. 잠시 착각.
"선 본 놈이 맘에 들던가요?"
"왜 놈이라고 그래요?"
"여자하고 선 봤어요?"
"아니요. 근사한 남자하고 했어요."
"맘에 들었나 보네요. 잘하면 국수 얻어 먹겠네요."
"맘에 안 들었어요. 아무래도 누구 때문에 눈이 많이 낮아 진 것 같아요. 왜 남자가 참 근사했는데 맘에 안 들었지?"
그녀는 쌀을 씻고 있다. 웃고 있는 표정이 영 건방져 보인다. 방금 웃으며 했던 말도 좀 걸린다. 방으로 들어 가려다 이왕 시작한 거 좀 만 더 하자.
"누구가 누구에요?"
"누군긴요 백수지."
이건 나에 대한 도전이다. 왜 나 때문에 눈이 낮아 진겨. 내가 아무리 백수지만 어디가서 못생겼다 소리는 안 듣는데. 아침부터 외모에 신경을 쓰라는 등 내 마음에 못 질을 하더니만.
"나 말이요?"
"으음."
그녀가 쌀을 씻다 고개를 돌리며 끄덕 거렸다.
내 표정이 지금 어떨까 궁금하다. 얼굴에 열이 나는 것 같다. 그녀가 좋아 지려고 했는데, 안 그래도 내가 초라해 보여서 기분이 상했었는데, 그녀가 나 몰래 선 본 것도 기분 나쁜데 내 맘을 몰라주고 저렇게 열받는 소리만 하는 그녀가 몹시 얄미워 보였다. 공주들이 제일 싫어 하는 말을 쓰자.
"나영씨는 뭐 잘났어요? 나도 나영씨 때문에 눈 많이 낮아 진거에요."
"허허."
무슨 여자가 저런 식으로 웃냐? 뭘 봐요? 쌀이나 계속 씻지. 그녀가 날 빤히 쳐다 보고 있다.
"기분 나빠요?"
"별로. 해석을 참 자기 나름데로 잘 하시네요. 저러니 여자 친구가 없지."
"자꾸 여자 친구 없다 놀리지 마요. 그리고 물이 없으니까 좀 끓여 놔요."
그만하자. 괜히 그녀가 선 본 것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걸 이런 식으로 표현 해 봤자 나만 손해다. 지가 선을 보던 말던 내가 무슨 상관이냐. 방으로 들어 가려 했다.
"동엽씨."
"왜요."
"나 선 본거 기분 나빴어요?"
"티가 나요?"
"응."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딴 옷 입고 나가요."
"미안해요."
호호 그녀가 미안하다는 말을 다하고 어쩐 일이냐. 말투는 좀 그렇지만 기분이 좋아지네.
"괜찮아요."
"참 내. 쯧쯧."
미안하다고 하고선 참 내?
"왜 혀를 차요?"
"저러니까 여자 친구가 없지. 어떻게 물어 보는 의도를 저렇게 모르냐. 그래요 다음 선 볼때부터는 절대 동엽씨가 사 준 옷 안 입고 갈게요."
뭐여? 또 여자친구 없다고 놀렸다. 지혼자 무슨 말을 저렇게 길게 하냐. 여자 친구 없는게 죄냐? 그냥 무시하고 내 방으로 들어 왔다. 거울을 봤다. 기분 나쁜 티가 났는지 확인 하려고 말이다. 허허, 머리 모양이 이게 뭐냐. 자다가 일어 났을 때는 거울을 한 번 봐야 겠다. 많이 쪽팔려라. 이런 놈하고 같은 집에 있으면 눈이 낮아 질만도 하겠다.
이런 놈은 여자 친구가 없을 만도 하겠다. 날 너무 욕하지 말자.
그녀가 일찍 들어 온 것은 잘한 일이다. 암, 선 본 놈이라면 처음 만났을텐데 어떻게 밤 늦게 까지 같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너무 일찍 들어 왔다. 토요일 저녁은 밥 먹는 놈들도 적은데. 내 밥 줄려고 일찍 들어왔다 생각하지 뭐. 아니다. 그녀가 차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 왜 내가 그 생각은 못했을까?
문을 빼꼼히 열었다. 그리고 고개를 내 밀어 보았다. 그녀가 식탁 한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밥 냄새가 풍긴다. 그녀가 흥얼거리며 다리를 또한 끄덕거리며 앉아 있다가 나를 봤다. 왜 웃는겨. 다시 문을 닫았다. 표정이 차인 표정같진 않다.

토요일 저녁 식사는 그녀와 나랑 주인 아줌마랑 그리고 현철이라는 녀석 이렇게 넷만 있는 식탁에서 했다. 나머지들은 외출을 했다.
"너도 여자 친구 없니?"
그녀가 녀석에게 밥을 퍼주며 말했다. 너도,라는 어감이 영 거슬린다. 불쌍한 놈. 이렇게 날씨 좋은 토요일날 하숙집에 있다니 좀 불쌍하다. 나도 학생때는 말이다, 이정도 날씨의 토요일날은 집에 잘 안 있었어.
"불쌍한 놈. 쯧쯧."
그녀 편을 들어 주며 나보다 더 한 놈도 있다는 식으로 녀석을 보며 혀를 차 주었다.
"형보다는 나아요."
한 대 패버릴려다가 어른이 앞에 계서서 내 참았다. 저녀석 진짜 여자 친구 없나 보다. 새끼 과민 반응 보이고 있어.
아줌마는 조용히 몇 숟갈 뜨시고는 이내 방으로 들어 가셨다. 흠. 저녁 식사 때는 그녀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줌마의 표정을 많이 살폈었다. 무슨 얘기가 오고 간 것 같았지만 내 어찌 알 수 있으리.

토요일 밤이 깊었다. 하. 그녀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다가 이내 그녀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그녀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이상하게 그녀가 딴 남자하고 산다는 게 몹시 기분 나쁘다. 이상하게 그녀가 나하고 같이 산다는 생각은 기분을 좋게 한다. 내가 이러는 걸 그녀가 알면 좀 쪽팔리겠다.
밤은 깊어 가는데 잠이 안 온다.

16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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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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