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17)

잘때도 저 긴치마를 입고 자는겨?
"어머님이 이상하다니요?"
그녀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한 번 와 보시겠어요?."

그녀가 바로 나를 잡아 주인 아줌마의 방으로 이끌었다. 밤이 깊었다. 밤이 깊은 만큼 내 마음도 걱정이 된다. 어머님이 어떻게 이상하단 말인가? 그녀가 왜 나를 찾았을까? 내가 뭘 안다고 말이다. 그녀와 같이 주인 아줌마의 방으로 갔다. 주인 아줌마는 앉아 계셨다. 그녀의 걱정스런 표정과는 달리 별로 이상한 점이 눈에 띠지 않는다.

주인 아줌마가 나를 올려다 보셨다. 주인 아줌마의 시선을 받아 그녀를 쳐다 보았다.
"어머님 어디가 안 좋으세요?"
"나영이가 자네를 번거롭게 했구만. 별 일 아닌데."
"엄마! 별 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어떻게 아픈지 말해봐요."
"그래요. 어디가 안 좋으세요?"
"저녁 먹은게 체했나? 가슴이 답답해. 그리고 다리에 쥐가 나더니 감각이 없네."
주인 아줌마의 손이 갑자기 심하게 떨렸다.
"병원 가보시겠어요?"
"이 밤에 어디를 가. 나아지겠지. 아!"

주인 아줌마가 말씀 도중에 비명에 가까운 신음 소리를 내셨다. 덜컥 겁이 났다.
"엄마 왜 그래?"
그녀가 놀라 주인 아줌마를 붙잡았다.
"다리에 쥐가 나서 그래. 이젠 괜찮아."
"쥐가 자주 나세요?"
"오늘 유달히 심하네. 쥐나는 것이야 종종 있는 일인데 뭘. 괜찮아."
주인 아줌마는 애써 아픈 표정을 감추시며 괜찮다는 말을 하셨다. 그녀가 주인 아줌마를 부축하고 있다.
"엄마, 다리 주물러 드릴테니까 누워 봐요."

주인 아줌마가 누웠다. 그녀가 다리를 주무린다. 그냥 보고만 있기가 미안해서 그녀의 옆에 앉아 나도 주인 아줌마의 다리를 주물렀다.
주인 아줌마가 천정을 보며 가픈 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내 뱉으신 말 한 마디가 그녀의 얼굴 빛을 하얀 빛으로 바꾸어 버렸다. 처음 보는 그녀의 눈물이다.
"다리 주무르고 있는거니? 아무런 느낌이 없네."
"네? 다리에 느낌이 없다니? 아무 다리나 한 번 들어 봐요."
주인 아줌마의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놀란 그녀가 바늘을 가져와 찔렀지만 주인 아줌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안되겠어요 동엽씨. 병원 가야 겠어요."

잘못하면 입에서 '지금요?'라는 말이 나올 뻔 했다. 주인 아줌마가 저러신데 내가 그말을 해서는 아니 되었다. 안 아프던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주인 아줌마는 계속 편찮었던 분이다. 그녀가 주인 아줌마를 부축하며 일어 서려고 했다.
"엄마 일어 서 봐요. 지금 병원 가야 겠어요."
"지금 꼭 병원을 가야 되니?"
주인 아줌마는 손을 저었지만 그녀는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다급해서 그랬을까? 그녀가 무식한 행동을 했다. 다리에 감각이 없는 분을 일으켜 세우려 하다니 말이다. 안되겠다.
"나영씨는 나가서 택시나 잡아요. 내가 어머님을 업고 바로 따라 나갈테니까."
"그래 주시겠어요?"

고개를 끄덕거렸다. 주인 아줌마를 업었다. 불꺼진 하숙집 실내가 조용하다. 매정한 놈들. 하지만 아줌마가 뭐 큰일 날 것 같지는 않다. 그녀가 자기 방으로 가서 외투를 하나 걸치고 나왔다. 내가 주인 아줌마를 업고 있는 모습이 불안 했을까. 내 옆에 서서 주인 아줌마를 꼬옥 붙들었다.
"이렇게 같이 나가면 택시는 누가 잡아요. 조심해서 업고 나갈테니까 나영씨는 빨리 택시를 잡아요."
그녀가 나를 지긋히 한 번 쳐다 보고는 바로 뛰쳐 나갔다.
"자네한테 많이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큰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그녀는 모범 택시를 잡아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갔다. 그녀가 걸음걸이가 빨랐다. 그녀 따라 나도 달렸다. 아줌마의 신음이 들렸다. 조심했어야 하는데...
응급실로 들어 갔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다행히 침대가 하나 있어 주인 아줌마를 눕혔다. 주인 아줌마의 옆에는 나혼자 뿐이다. 그녀는 병원에 많이 와 봤던 탓인지 바로 의사를 찾으러 갔다. 무슨 병원이 이러냐. 환자가 왔으면 의사가 달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녀는 ?은 의사를 하나 데리고 나타났다. 의사는 주인 아줌마께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체한 것 같기도 하고..."
"체했는데 그래요? 어머니가 혈압이 높으세요.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녀가 혈압 얘기를 하자 의사는 지금까지의 표정보다 훨씬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아주머니 다리에 감각이 없어요?"
"지금은 조금 느낄 수는 있겠는데..."
의사가 주인 아줌마의 다리 이곳 저곳을 만지며 감각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간호사가 한 명 와서 혈압 체크를 했다. 혈압기 참 이상하게 생겼다.
"어디가 안 좋은거에요?"

그녀는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이다. 의외로 주인 아줌마의 표정은 다소 느긋해 보였다.
"혈압이 상당히 높네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심장쪽이나 혈관쪽 이상이 있는 것 같은데... "
의사는 그녀에게 애매한 대답을 하고는 간호사를 시켜 주사를 놓게 했다. 그리고 이내 링겔을 주인 아줌마의 손목에다 꼿게 했다.
제법 시간이 흘렀다. 의사가 그녀를 불렀다. 주인 아줌마는 링겔을 꼿고 난 후 얼마 안 있어 잠이 드셨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그녀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의사의 말을 듣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걱정스런 일이 일어 날 것 같지 않은데 그녀의 눈시울이 많이 붉어져 있다.
"아무래도 CT촬영을 해봐야 겠습니다."
의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무슨 서약서 같은 것을 그녀에게 적게 했다. 씨티 촬영이라는 것은 많이 들어 봤다. 컴퓨터 단층 촬영. 하하 맞나?.
"CT촬영시 약물을 투여하게 되는데 못 깨어 날수도 있거든요. 아주 확율은 작지만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병원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녀가 갑자기 눈물을 왈칵 쏟아 냈다. 나 같아도 저런 삭막한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나겠다.씨티 촬영이 그렇게 위험한 것인가? 그녀가 서약서에 싸인을 했다.
의사는 그것을 들고 바로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내가 옆에 있었던 것을 몰랐다.
"동엽씨 여기 와 있었어요?"
목소리가 영 힘이 없다.
"네. 어머님은 잠이 드셨어요."
"고마워요."
"너무 걱정 말아요. 큰일이야 있겠어요?"
"아니에요. 왠지 불안해요. 고혈압 환자들은 갑자기 사망하는 수가 많대요."
"에이 설마."

주인 아줌마 곁으로 돌아 왔다. 내가 없던 사이 주인 아줌마에게 이상한 기계 장치가 되어 있었다. 간호사가 그녀에게 다가와 설명을 했다. 대충 들어보니 기계장치는 혈압과 심장 박동에 관한 것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새벽 네시 가까이 됐다. 그녀는 주인 아줌마 곁에 앉아 있다. 씨티 촬영은 일곱시나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품이 났다.
"동엽씨는 집에 가세요."
"예?"
"좀 주무시구요. 전 여기 있어야 하니까 동엽씨가 아침에 학생들에게 잘 좀 말해 주세요."
"그건 어렵지 않지만 저 가도 되겠어요?"
"고마웠어요."
"아니에요."
내가 있어 봤자 도움 될 일이 없는 듯 하다. 그녀가 만원짜리 한장을 쥐어 주었다. 뿌리치지 못했다. 난 십원짜리 하나 들고 나오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날이 밝아 지고 있었다. 아아함. 하품 참 길게 나온다. 나야 뭐 이시간까지 안자고 개겼던 적이 많다. 아하함. 하품 참 염치없이 자꾸 나오네.
배가 고팠다. 남은 돈으로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사먹었다. 아침에 학생들 밥을 굶기면 이것들이 뭐라 그럴 것 같다. 어머님이 아파서 병원 간 줄 알면 별 말 하지는 않겠지만 속으로 투덜거릴 것 같다. 현철이라는 놈이 제일 못 미덥다.
그녀가 애맨 소리 들을 것도 같았다. 봉사 한 번 하지뭐. 남은 돈으로 왕창 라면을 샀다.

하숙집에 들어왔다. 나갈때 보다는 실내가 밝다. 하지만 많이 허전하다. 식탁에 앉아 졸았는데 일찍 일어난 학생 하나가 날 깨웠다.
"형! 왜 거기서 자요?"
"아하함. 응,"
별 대답 하지 않고 바로 물을 끓였다. 욕실에서 나오는 녀석을 불러 험한 표정으로 한 마디 했다.
"오늘 아침은 라면이다."
"왜요?"

아주 싸가지 없이 대답하는 녀석을 보았다.
"주인 아줌마가 아프셔서 밤에 병원에 가셨어. 나영씨도 거기 있어. 내가 선심으로 라면 끓여 주는 것이니까 불평 말고 먹어. 알았냐?"
"주인 아주머니가 많이 아프세요?"
"많이 아프신 것은 아닐꺼야. 괜찮아 지시겠지."
"큰일이네요. 형도 병원 가셨더랬어요?"

자식이 그래도 정이 있어 보인다.
"응. 물 끓어 가니까 애들 깨워라. 돈이 없던 관계로 머리수보다 라면이 하나 적으니까 빨리 일어 나야 많이 먹는다고 그래."
"근데 왜 형이 라면을 끓여요?"
"내가 사왔으니까."
"아무래도 형 누나한테 관심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녀석이 그 말을 남기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이게 그녀에게 관심이 있어서 하는 행동인가? 좀 헷갈린다. 계란을 몇 개 풀까?
  
18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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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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