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20)

학원을 오랫동안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되기 보다는 편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한 게 없으니까 할 일도 없었다. 하숙집에 오자마자 잠들어 버렸다.

일찍 일어났다. 일찍 잤으니까. 해가 갓 쪄놓은 호빵처럼 하얗다. 어스름이 지는 무렵에 일어 났다.

내 딴에는 착한 일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숙생들 아침에 밥 먹여 보낼려고 내딴에는 정성들여 쌀을 씻어 밥을 지었다. 냉장고에 있는 햄도 구워 대접했다. 그런데,

"이게 밥이에요? 발로 지었어요?"
"귀향하고 싶다. 차라리 나에게 라면을 달라."
아무리 물을 많이 탄 관계로 밥이 죽같이 되었지만 성의를 봐서라도 맛있다 그래주면 어디 덧나냐?
"형! 형도 하숙생이에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내 저놈들 기억해 놓았다가 나중에 내 잘나게 되면 다 복수하리라. 오늘따라 현철이가 고맙다. 그 녀석이 의외로 투덜거리지 않고 밥을 맛있게 먹었다. 하기야 저 녀석은 차려 주는 밥은 꼭 먹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내 다시 생각하마.

"으이씨. 아침부터 죽을 먹었더니만 속이 뒤집어 지네. 군대에서 이런 밥 주었다간 전쟁났다 진짜."
녀석이 밥그릇 비우고 숟가락을 놓으며 한 말이다. 내 가슴에 비수를 꼿았다. 저 새끼가 제일 나쁜 놈이다. 왜 아침 일찍 일어나 이런 짓을 했을까.

하숙생들은 모두 학교로 떠났다. 그녀가 없었던 관계로 하숙집 마루에 먼지가 많이 내려 앉아 있다. 어제 그녀가 집에 다녀 갔지만 이런 것에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을것이다. 내가 쓸고 닦고 한 번 해 볼까?

마루를 쓸면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주인 아줌마가 아프신 와중에 웃음이 나와 미안하긴 하지만 내가 왜 이런 짓을 할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집에서는 내 방 이불도 잘 개지 않았는데 말이다.
마루를 쓸고 난 다음 걸레질을 말 시작했을 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거기 양두숙씨 댁 아닌가요?"
"여기 하숙집인데요."
"그래요 하숙집. 거기 나영이 있으면 좀 부탁합니다."
아, 주인 아줌마 성함이 양 두숙이었구나. 그녀의 언니인 듯 하다.
"지금 병원에 있는데요."
"그래요? 입원실 전화 번호 알 수 있을까요?"
에... 기억이 안난다. 기억에 안 나는게 아니고 모르겠다. 어제 입원실로 옮겼었는데 내 어찌 알리.
"잘 모르겠는데요. 하실 말씀 있으면 제가 전해 드릴게요."
"저 나영이 언닌데요. 오늘 출발한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아, 예. 그렇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하숙생인가요?"
"네."
"혹시 병원에 가 보았나요?"
"네."
"병세가 어떻던가요?"
"아직 안 좋지만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꼭 좀 전해 주세요. 그리고 오전 중으로 나영이 만나게 되면 제게 전화 좀 해 주라고 전해 주세요."
"네."

그녀의 언니가 오늘 올려나 보다. 언니가 오면 나영씨가 좀 편해 지겠구나. 잘 되었네. 오늘 중으로 도착하기는 힘들겠지? 먼 곳이니까. 그녀 언니의 말을 전해 주기 위해서 오전 중으로 병원을 가보아야 겠군.
마루를 반쯤 닦았을까. 전화가 또 왔다.
"여보세요."
"저 나영이에요."
"아 에. 어머님이 괜찮으신가 보네요. 전화까지 다하고."
"아직 그렇죠 뭐."
"아침 드셨어요?"
"병원 매점 가서 대충 먹고 오는 길이에요. 뭐 하세요?"
"마루 닦아요."
"동엽씨가 왜 마루를 닦아요?"
"제가 좀 깔끔한 편이잖아요."
"동엽씰 아주 모르는 사람에게나 그렇게 말하세요. 오디오 장식장에다 팬티 말아 넣어 두는 사람이."
"저 깔끔해요."
"나중에 오실거죠?"
"그럼요."
"그럼 병원에서 뵙죠."
"뭐 부탁할 일 없어요? 뭐 좀 사가지고 갈까요?"
"아니에요. 그냥 몸만 오세요."
"참, 언니한테서 전화 왔었어요."
"울 언니요?"
"예. 오늘 출발 한데요."
"정말요?"
"네."
"훗, 몇년만에 보는거야."
"보고 싶었어요?"
"그럼요. 친형제인데 안보고 싶었다면 거짓말이겠죠."
"병원에서 봅시다."
"네. 꼭 오세요."

그녀가 어제 자기 언니에게 전화할 때와는 다르게 매우 반가운 어투다. 별일 없이 그녀가 전화를 했다.
말 하는 것으로 봐서 꼭 나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허허, 주인 아줌마가 아프셔서 그녀와 나, 서로의 마음을 알게 해 주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주인 아줌마가 가벼운 병이었다면 그녀에 나를 가깝게 해 주려고 아팠다고 할 수도 있을텐데.
마루를 다 닦았다. 깨끗하다. 아침에 밥도 하고 마루도 닦고, 나중에 안되면 가정부로 나서도 될 듯 싶다. 외출 준비 하 듯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하숙집을 나왔다.

주인 아줌마의 병세와 상관 없이 병원 가는 길이 가볍다. 아줌마가 정신을 차리고 그녀와 나란히 있는 날 보시면 기분 좋은 소릴 해 주실 것도 같다. 햇살은 오늘도 맑고 따스하다. 조금 있으면 덥겠지.
엘레베이터가 막 출발한 관계로 기다리기가 싫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복도 분위기가 어제와 다를 게 없다.

입원실로 들어 섰다. 그녀가 반갑게 웃어 줄 것 같다. 그런데,

주인 아줌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침대에는 분명 양 두숙이라고 적혀 있고, 어제 그녀가 들고 온 가방도 놓여 있지만 주인 아줌마의 모습이 없다. 그녀도 보이지 않는다.

21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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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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