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춘기 부부 #31조회수 : 1172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5    

미자 02-15 17:06 | HIT : 20 | VOTE : 0 1999/04/02 조회: 1358, 줄수: 270, 분류: Etc. 
사춘기 부부 #31 


종강이 가까워 오면서 학생들은 저마다 피서계획을 세우기
바빴다. 어떤 학생들은 다음학기 계획을 세우는 학생들도 몇
몇 그룹을 짜면서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시간을 잘 짜
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산이냐 바다냐를 생
각하기에 몰두해 있었다.

민철과 미자도 그들처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알찬 방학
을 위해서 5일간의 휴가와 나머지는 아르바이트와 공부로써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자가 계획서까지 만들며
짜놓은 종이를 보며 둘은 한숨을 푹 - 쉬고 있었다.

단지 이둘에게 마음에 드는 글씨는 5일간의 '바다로의 여행'
이라는 것 이었다. 그 5일간도 가능 할지는 몰랐지만 숨쉴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그 5일 이었다. 결혼하기 전만 해도 어떻
게 해서든 돈을 마련해서 부담없이 싸돌아 다녔지만 결혼한
지금의 사정은 그때와는 너무도 달라 있었던 것이다. 어째든
그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이
불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웃음을 무지무지 참으면서...

종강이 다가오면서 강의를 들어오는 학생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 들고 있었다. 아마도 미리 방학을 결정하고 뛰쳐나간 학
생들이 빈 좌석의 주인들 임이 틀림 없었다. 물론 대식은 종
강 전부터 어디론가 떠나 버렸지만,....

민철이 대식에 대한 소문을 들은것은 대식이 휴학을 했다는
것이었다. 어떤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그랬다는 것 같았다. 하기사 민철이 생각해도 대식의 행동은
지금까지 혼자서 벌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오래전부터
생각 해왔었던지라 그런 말을 듣고 서도 대식이가 크게 걱정
되지는 않는가 보다. 더군다나 대식은 틀림없이 금방 돌아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학교를 활보 하고 다닐것이 민철의 또다
른 생각 이었다.

대식의 행방이 묘연해 지고 거기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
이는 사람은 역시 상희였다. 미자에게 잊었다고는 했지만 그
렇게 쉽게 잊혀질 그러한 것인가 말이다.

미자는 점점 헬숙해져가고 점점 말이 없어져 가는 상희를
보고 안타까웠다. 이제는 미자를 보고도 피하질 않았다. 단지
무슨 말을 해도 그냥 피식 - 웃음만을 남기며 아무런 표정 없
이 사라지곤 하는 것이다.

" 상희야 누구좀 만나 볼래 ? "

어느날 상희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미자는 미자 나
름대로 이말을 꺼낸 이유는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형님 미
희 언니를 만나면 상희의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풀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 였다.

" 누구 ? "
" 응. 내가 아는 언니. "
" 예지 언니 ? "
" 아니야..
사실은 나한테는 형님이라 불리는 분이시지.
민철의 형수. "
" 형수 ? "
" 응. 미희 언니는 아마 널 이해 할 수 있을꺼야."
" 히히...
너도 참 이상한 애다.
어떻게... 형님을 언니라고 부르니? ... "
" 그건 너도 만나보면 알게 될꺼야. "
" 아니야..
미자 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난 힘이돼.
그리고...
... 대식씨... 진짜로... 잊었어...
정말이야.
이젠 공부만 열심히 할꺼야.. 다시는 사랑 같은거... 안해."
" 상희야..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지만..
네가 너무 부정하니까 더 힘들어 보여. "
" 난,... 이제...
바보가 되진 않을 꺼야..
후훗... 지금은 사랑에 대한 영화를 보고서도 웃을 수 있어.
아무렇치도 않아.. 정말이야..
사실... 지금은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아프지는 않아...
미자가 날 너무 걱정해서 과대 해석하고 있는것 같아.
히히...
난 그렇게 보기처럼 나약하지만은 않거든. "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상희의 표정은 정말이지 예전
보다 강하고 힘이 있어 보였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많이 성장
한것 같기도 했다. 어느새 상희는 부쩍 어른스러워 졌던 것이
다. 미자는 상희에게 더이상 어떤 말을 해 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대로라면 상희는 잘해 나간다 싶기도 했다. 아
픔을 딪고 일어설 수 있는 강한 여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의 나약했던 상희라는 모습의 껍질에서 서서히 벗어나와
사랑을 과감히 쟁취해 나갈 수 있는 그러한 모습이 어렴풋이
상희의 모습에 비추어지고 있었다.

" 내일 전화 할께. "

상희가 마지막 남기고 간말 이었다. 그리고 그 내일이 오늘
로 찾아오고서 전화가 왔다. 미자는 충격적인 말에 얼굴이 창
백해져 버렸다. 민철도 마찬가지 였다.

죽음.

죽음이라는 단어를 여고시절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오고 또
생각하다 생각하다 죽음대신 잠으로 하루를 마감했던 그시절
그러면서도 죽음은 자신과는 너무도 먼 어떤 미지의 유혹에만
남겨져서 동경하기도하고 두렵기도한 그러한 죽음 이라는 단
어. 그러나 미자가 수화기에서 들은 소리는 분명 상희의 자살
이란 소리임이 틀림 없었다. 남의 일처럼 먼 허공에서 맴돌고
있었지만.. 미자는 어느새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병원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딴 세상에 온것 같은 느낌. 미자와 병원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생활. 너무 건강해서 너
무 가난해서 올 수 없었던, 올필요도 없었던 하얀건물의 병원.
거기에 정신이 나간듯 서있는 미자... 미자는 자신이 왜 이렇
게 병원 앞에 서있는지도 모르면서 멍하니 자신을 압박해오는
높은 병원 빌딩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곤 잡아 먹을듯이 아가
리를 쫙 벌리고 있는 그입속 현관문을 열고 들어 갔다. 

지나치는 환자들 그리고 약을 타려고 줄서 있는 사람들 모두가

목숨을 구걸하는 사람들 같았다. 단 한시간의 목숨을 연장 하기
위해서 모자라는 돈까지 마련해가지고 그렇게 기다리는 사람
들.. 차례를 기다리다가 지쳐 죽을것만 같은 그러한 모습은
너무도 처량하고 힘들어 보였다. 그에 비해 이미 상희는 깨끗
하게까지 생각이 되어 졌다. 사랑을 위한 죽음은 얼마나 고귀
한가.. 하지만..하지만.. 사랑을 차지하는것이 더욱 보기에
좋을 텐데... 미자는 걸음의 무게를 느끼며 상희가 누워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 상희야... "

이미 창백해져버린 상희의 얼굴을 보고 미자는 습관처럼 친
구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을 해주는 사람
은 없었다. 단지 신음 소리뿐...

' 호흡... 신음소리... 생명.. '

미자는 상희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울었다. 상희가 살아
있음을 진정으로 신에게 감사 했다. 그리고 바보같은 자신의
생각을 질책했다. 상희는 살아 있음인데 왜 자살이란 단어를
곧바로 죽음과 직결 시켰는지...

상희는 하루만에 깨어 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간
헐적으로 움직임이 있었다. 마치 새생명이 다시 태어나듯이
조금씩 꿈틀댔다. 아마도 모든 괴로움과 싸우고 이겨내려는
힘으로 저러는구나 생각했다. 미자는 옆에서 힘이 되어 줄 수
없음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강해 보였던 상희가 자살을 시도 했다니.. 미자는
참으로 알 수 없었다. 사랑의 고통이 그토록 크고 힘든 것일
까를 생각했다. 어쩌면 사랑 만들기 보다 사랑 지키기가 어려
울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민철과의 결혼을 행
복으로 받아 들여야 할지 그런 생각도 들고 있었다.

상희는 병실에서 방학을 맏이 했다. 미자가 찾아 갔을때에
는 어색하게나마 웃음을 띄울 수 있는 건강을 회복 하고 있었
다.

" 그렇게 힘들었니 ? "
" 응.
너무 힘들었어.
칼이 안들어서... 정말 너무 힘들었어.
히히... "
" 얘가 지금 농담하고 있네 ? "
" 그렇치 않아..
난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는게 행복해. "
" 그럼 왜 그런짓을 했어? "
" 히히..
널 놀래 주려고.
네가 놀랠 수 있는건 이런 장난 밖에 없잖아. "

미자는 상희의 농담에 웃어야 할지 심각하게 야단을 쳐야할
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 야 -
그래.
어째든 건강이 회복된걸 축하한다. "

미자는 상희의 얼굴을 보고 빙그래 웃으며 상희의 어깨를
툭 쳤다.

" 축하하면.. 소주가 있어야 되는거 아냐 ?
미자가 소주 없이 누굴 축하해 준적이 없었던것 같은데.."
" 그-으래 ?
좋다.
퇴원하는날 정식으로 축하주 한잔 사지.
야 -
근데.. 너 언제 부터 소주 체질이 됐냐 ? "
" 후훗...
너한테 소주를 배우고나서 나는 너랑 같이 있을려고 집에서
혼자 많이 연습했어. 오래 전부터.. "
" 연습 ? "
" 그-으래. 마시는것도 연습하니까 되더라. "
" 후후.. 하하하하... "

미자는 상희의 그러한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명 코를 막고 어거지로 퍼 부어 댔을 상희의 모습은 미자에
게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둘은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오랜만에 맘껏 웃었다. 담당 간호사가 들어와서 주사기로 위
협을 해도 그들은 웃으며 떠들었다. 간호사는 나가면서 다음
번에는 주사바늘 두개짜리로 개조해서 혼내 주리라는 표정을
둘에게 흘기며 병실을 나갈때 까지 미자와 상희는 장난을 치
며 웃어댔다. 너무 웃어 상희가 기절할것 같아 그때서야 농담
과 장난을 멈추었다.

상희의 표정은 정말로 맑았다. 어떤 가식적인 과장이 아닌
진실된 웃음 이었고 기쁨을 나타냈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은
정말 미자에게는 고맙고도 이쁘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다시는
엉뚱한 생각을 하지 말자고 열번이 넘도록 다짐을 하고 또했
다. 어느덧 미자와 상희는 자신의 일부로써 커다랗게 자리잡
고 있었다. 특히나 미자에게는 결혼생활에 대한 사랑에 대해
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주고 있었다. 미자는 노파심에서 여
러차례 다짐을 더 받아 내고 병실을 빠져 나왔다.

방학을 하면서 분위기는 들떠 있으면서도 어딘가 나사풀린
사람처럼 민철은 멍하니 마루에 앉아 하품을 연신 해 대었다.
상희의 자살소동이 있고 나서 민철은 많은것을 궁금해 했다.
그중에 제일 궁금한 것은 대식이 어딜 갔는가 였다. 행방불명
된지 거의 한달이 되가는데도 통 모습이 보이질 않고 전화 한
통화 없는 것을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 군대 ? '

민철은 머리를 저었다. 분명 자신의 입으로 군대는 안간다
는 말을 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데에 자산감같은것을 가지고 있는게 대식이었
었다. 무득 군대를 생각하고는 갑자기 민철은 두려워 졌다.

언젠가는 자신도 군대에 갖다 와야 한다는 그러한 흥분이 잔
잔히 일고 있었다. 하기사 민철에게는 고무신을 꺼꾸로 신을
사람은 없으니까 애인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도 같았다. 하지
만 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불안감은 지울 수가 없었다.

미자가 병원에서 돌아오고서 민철은 미자를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가 갑자기 웃어 제꼈다.

" 하하하... "

미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민철을 바보같은 표정으로 올려
다 보았다. 저게 틀림없이 더위를 먹은게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 상희 내일 퇴원해. "

미자는 의무적인 말투로 상희의 건강상태를 민철에게 알렸
다. 민철은 뭐가 그리 우스운지 계속해서 큭큭댔다.

" 왜 그래 ? "
" 아니야 아무것도.. "

민철은 웃음을 어거지로 참아 내며 미자에게 자신이 생각했
던 바를 죽을때까지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민철은 미자의
커다란 발을 생각하고는 웃었던 것이다. 미자가 신은 쫙 퍼진
고무신을 생각하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민철은 이렇게 또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었다.

상희는 다음날 퇴원을 했다. 퇴원하자마자 짐을 꾸리기 시
작했다. 그리곤 배낭을 챙겨들고는 기차역으로 갔다. 먼저 집
에 연락하고 메모를 남긴다음 미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도 밝았다. 누가 보아도 배낭을 메고 놀
러가는 그러한 학생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을 그런 평범한
여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다란 속눈섶속의 갈색
눈동자는 무언의 어떤 목적을 향한 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미
자에게는 미안하지만은 '안녕'이라는 말을 남기고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저만치서 기차가 레일 위를 달려 오고 있었다. 레일 위의
기차와 그녀의 미소 사이에 바람이 스치며 지나갔다.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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