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73조회수 : 626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3    

작성자 : redbeet69 추천: 1, 조회: 1893, 줄수: 93,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73 

[고추가루]

옛날 평안도 북창 고을에서 있었던 일이라지. 이 고을 원과 한다하는 양반들이 
삼복에 시원한 정자에 올라 더위를 피하며 놀고 있었다네. 

할 일 없는 양반들이 삼복에 파리 꾀듯 모이면 뭘 하겠나. 주안상 벌여 놓고 
한가하게 글이나 읊조리지 뭐 다른 일이 있을라고. 농사 짓는 백성들이야 삼복 
더위에도 일손을 놓을 수 없으니 비지땀을 흘리면서 물 대고 김 매고 거름 
주고, 바쁘게 돌아가지만 말이야. 

이렇게 시를 짓네 글을 읊네 하며 흥에 겨워 놀고 있는데, 지나가던 봇짐장수가 
무엄하게도 양반들 노는 곳에 와서 넙죽 엎드리는구나. 

"양반님들 노시는데 도리가 아니오나, 소인이 하도 억울한 일을 당하여 사또께 
아뢰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무례한 놈을 당장 내쫓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좌중의 흥이 깨질까하여 고을 
원이 짐짓 부드럽게 대했던 모양이라. 

"그래, 무슨 일인가?" 

"보시다시피 소인은 장돌뱅이 고춧가루 장수입니다. 그런데 오늘 동천 앞을 
지나다가 장사 문서를 언문으로 썼다하여 죽도록 곤장을 맞고 오는 길입니다. 
잘 살펴 주십시오." 

고을 원이 사리에 밝은 사람이었으면 위로의 말이라도 한마디 건네련만, 도리어 
고춧가루 장수를 나무라는구나. 

"그것은 말할 일이 못 되느리라. 너는 왜 나라에서 쓰라는 진서를 쓰지 않고 
쓰지 말라는 상놈의 글을 썼느냐?" 

고춧가루 장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대뜸 말을 받기를, 

"소인이 무식하여 진서를 몰라서 그리 되었습니다. 그러니 바라옵건대 진서로 
'고춧가루'라고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하거든. 

고을 원이 눈만 멀뚱거리며 좌중을 둘러보니, 다른 양반들도 불시에 벙어리가 
된 듯이 잠잠해지더라네. 모두 입 속으로 '고춧가루' '고춧가루' 하면서 외가만 
할 뿐 아무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그도 그럴 것이 그놈의 고춧가루를 중국 글자로 어떻게 쓰는지 알아야 말이지.

자기네들이 배운 책에는 그런 말이 안 나오니 당연하지. 아, 대학 중용 논어 
맹자에 고춧가루라는 놈이 나올 턱이 있나? 

그래도 그렇지, 무식한 백성이 글 한 자 가르쳐 달라는데 명색 관장이고 
양반이라는 사람들이 모른대서야 체면이 서나. 뭐라고 가르쳐 주긴 해야 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모르겠단 말씀이야. 서로 눈치만 보면서 앉아 
있자니 등에 식은 담이 줄줄 흐를 지경이거든. 

이 때 김 매러 가던 농사꾼이 그 꼴을 지켜보고 있었나 봐. 이 사람이 갑자기 
정자를 올려다보면서 껄껄 웃어제끼겠지. 안 그래도 하찮은 장돌뱅이 앞에서 
체면이 깎일 대로 깎여 있는 판인데 농사꾼까지 양반을 보고 웃어대니 죽을 
맛이라. 

"어느 놈이 감히 양반 앞에서 무례하게 웃는고? 당장 올라와서 사죄하렷다!" 

원이 얼결에 호통을 치니, 농사꾼이 성큼성큼 정자 위로 올라오더니 하는 
말이, 

"양반이 양반의 글을 쑬 줄 몰라 말문이 막힌 걸 보고 어느 누가 웃지 
않겠습니까? 저는 비록 땅을 긁어먹고 사는 농투성이오나 그까짓 고춧가루쯤은 
눈감고도 쓰겠습니다." 

이러는구나. 원은 부아가 상투 끝까지 치밀어올라 붓대를 농사꾼에게 
내던지며, 

"그래, 네놈이 어디 한 번 써 보아라. 만약에 쓰지 못하면 양반을 능멸한 죄로 
주리를 틀리라." 

하고 바락바락 악을 쓰지. 농사꾼은 태연하게 허리춤에서 호미를 꺼내더니, 

"저에게 먹물과 붓은 맞지 않으니 이것으로 쓰겠습니다." 

하고는 호미 날로 땅바닥에 큼직하게 열 십(十)자를 긋는구나. 

"자, 보십시오. 이렇게 고추(곧추)내려 그었으니 '고추'요, 가루(가로)그었으니 
'가루'가 아닙니까" 

고춧가루 장수가 그것을 보더니 무릎을 탁 치며 탄복을 해. 

"옳지, 이게 바로 고춧가루로구나. 진짜 글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구려." 

고춧가루 장수와 농사꾼은 한바탕 껄껄 웃고 나더니 제 갈 길로 가더라네. 
점잔을 빼며 앉아 있던 양반들이야 풀 죽은 베잠방이 꼴이 됐지 뭐.


-출처미상

2001/04/1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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