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74조회수 : 440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3    

작성자 : redbeet69 추천: 1, 조회: 2046, 줄수: 119,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74 

시골 총각이 성루 양반에게 풀 먹인 이야기 하나 해볼까.

시골에만 살다가 난생 처음 한양에 올라온 총각이 있었거든. 이 총각이 한양 
거리를 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을 해보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것이 참 많아.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동안 구경 다니다 보니 배가 출출해질 게 
아니야? 음식을 좀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주막거리를 찾아갔지.

그런데 가게에 차려 놓은 음식이 모두 처음 보든 것이라 이름이 뭔지, 어떻게 
먹는 건지 도통 할 수가 없더란 말이야.

에라, 아무 거나 눈에 띄는 대로 먹어야지 작정하고 값을 물어 보면, 이게 또 
값이 엄청나게 비싸거든. 그러니 고픈 배를 움켜잡고 돌아설 수밖에. 

이렇게 돌고 돌다가 풀을 파는 가게 앞에 갔어. 거기에는 집짐승에게 먹일 풀을 
잔뜩 쌓아 놓고 파는데, 그걸 보니 죄다 눈에 익은 것이거든. 

'옳지, 이건 고향에서 늘 보던 풀이로구나. 메밀풀이라면 사람이 먹어도 요기는 
되겠지.' 

메밀풀은 소가 먹는 풀이지만, 연한 것은 된장에 무쳐서 반찬으로 먹기도 하지. 
그래서 주인을 불렀어. 

"이 메밀풀은 한 그릇에 얼마요?" 

"한 푼일세. 사겠나?" 

다른 음식값에 견주면 엄청나게 싸거든. 

"그러지요. 두 그릇만 주시오." 

주인은 메밀풀을 두 푼어치 가지고 오더니, 

"자네 이걸 어디에 담아 가지고 가려는가?" 

하고 묻겠지. 집짐승 여물로 쓰려는 줄 알고 말이야. 그러니까 총각이, 

"여기에 담아 가지요." 

하고 자기 배를 가리키거든. 

그러고는 메밀풀을 받아 가지고 선 자리에서 훌훌 두 그릇을 다 먹어 치워 
주인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저럴까 싶어서 메밀풀 한 그릇을 덤으로 더 갖다 
줬어. 총각은 그것 마저 맛나게 먹었지. 

그 때 서울 사는 한 양반이 그곳을 지났던 모양이야. 이 양반이 옷을 잘 
차려입고 거드름을 피우며 시장 구경을 다니다 보니, 풀가게 앞에서 웬 시골 
총각이 풀을 맛나게 먹고 있거든.

서울에서만 살아서 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 양반이 허리를 잡고 웃어 
대는구나. 

"하하하, 저 바보 천치 같은 시골뜨기가 풀을 다 먹네. 세상에 풀을 사 먹는 
놈은 머리털 나고 처음 봤다. 아이고, 우스워라. 너무 웃었더니 신경통이 
도지는구나."

총각은 메밀풀을먹다 말고 눈물이 다 나오려고 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서울 양반에게 놀림을 받고 보니, 부끄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 것 아니야? 입을 앙다물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렇게 아니라 
똑똑한 체하는 서울 양반을 되레 한 번 놀려 주고 싶단 말이야.

그래서 시치미를 떼고, 

"거 서울 양반께서는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풀을 사 먹는 줄 아시는가 본데, 
천만의 말씀이오. 여기 있는 풀은 모두 약이 되거든요." 

하고 메밀풀을 마저 다 먹고 나서 옆에 있는 질경이풀을 가리키면서, 

"주인장, 저 귀한 풀을 몽땅 싸 주시오. 남이 사 가기 저에 얼른 사야지." 

한단 말이야. 질경이풀은 토끼나 먹지 사람은 못 먹는 풀인데 말이야. 서울 
양반이 긴가민가 하면서도 처음 듣는 말이라 신기하거든. 그래서 총각을 잡고 
물었어. 

"그게 정말인가? 풀이 약이 된다는게." 

"정말이다마다요. 나도 속병이 있었는데 아까 메밀풀을 세 그릇이나 먹었더니 
말끔하게 나았답니다." 

"그럼, 자네가 몽땅 사겠다는 풀도 약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오 사겠습니까? 이건 아주 귀한 풀인데, 신경통에 그저 
그만이랍니다." 

서울 양반, 신경통이란 말을 들으니 귀가 번쩍 뜨이는구나. 

"뭐라고? 신경통에 좋다고? 여보게, 그것 내가 삼세." 

시골 총각이 짐짓 고개를 내젓지. 

"안 됩니다. 내가 미리 사기로 한걸요." 

마음이 급해진 서울 양반이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네. 

"옛소, 주인장. 한 그릇에 닷 푼씩 쳐 드릴 테니 그 풀을 어서 주시오." 

그러니까 총각이 할 수 없다는 듯이 물러나지. 

"정 그러시다면 내가 양반님께 양보하지요." 

서울 양반이 풀 가게 주인에게 풀값을 다 치르고는 질경이풀을 한 줌 집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는구나.

떫고 쓰고 아려서 죽을 맛이지만 신경통에 약이 된다니까 억지로 먹지. 그제야 
시골 총각이 배를 잡고 웃어 댄다. 

"이런 고얀. 어른이 약 먹는 걸 보고 왜 웃는가?" 

"아이고 배야. 글세 나야 사람이 먹는 메밀풀을 먹었지만 똑똑하신 서울 
양반께서 어찌 당치도 않는 말에 속아서 토끼나 먹는 질경이풀을 잡수십니까?" 

서울 양반이 그제야 속은 걸 알고 먹던 풀을 퉤퉤 뱉어 내느라 야단법석이 
났구나. 모여 섰던 구경꾼과 풀 가게 주인이 그 꼴을 보고 손뼉을 치며 웃어 
대니, 서울 양반은 얼굴이 벌게져서 줄행랑을 놓았다는 얘기야.

-출처미상

2001/04/18(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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