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91조회수 : 1321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3    

작성자 : redbeet69 추천: 3, 조회: 5138, 줄수: 150,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91 


[귀신도 물러서게 한 오성대감]


오성은 학문과 재주, 덕행과 명절(名節)을 겸비하여 당대 제일가는 사람으로 추앙받았다.

소시에 이웃에 사는 재상의 아들과 친숙하여 서로 오갔던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여러 해 동안 병을 앓았는데 점점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외아들의 병 때문에 밤낮으로 마음을 태웠다. 

사람의 생사에 관한 점을 잘 치기로 이름난 한 장님이 있다는 말을 듣고 

마필을 보내 맞이해와서 점을 쳐보게 하였더니 장님은 점괘를 빼보고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불행히도 반드시 모월 모시에 죽을 것입니다." 

친구 아버지는 울면서 말했다. 

"혹시 살릴 방법이 있는가?" 

"살릴 방법이 한 가지 있으나 발설할 수 없습니다."

"듣고 싶네." 

"만일 말을 하면 내가 반드시 죽을 것인데 어찌 남을 위하여 대신 죽을 수 있겠습니까?"

친구 아버지가 울면서 다그치니 장님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주인은 인정도 없군요.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의 상정(常情)이거늘 주인장만 아들을 위하고

나라고 유독 내 몸을 위하지 않겠습니까? 이 일은 다시 묻지 마십시오." 

주인은 어쩔 수가 없어 울기만 하였다. 

병자의 처가 안에서 칼을 가지고 나와서 장님의 목을 붙잡고 말했다.

"나는 바로 저 병자의 아내다.

지아비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기로 이미 결심하였다.

네가 만일 점의 이치를 알지 못한다면 말하지 않아도 괴이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지만 네가 이미 점괘를 풀었고 또한 살릴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죽는다고만 하고 끝내 살릴 방법을 말하지 않는구나.

내가 이미 들었고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찌 남녀의 구별을 따질 수 있겠느냐? 

내가 죽음으로써 결심하였으니 이 칼로 너를 찌를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번이다.

이미 한 번 죽음을 알았으니 어찌 분명하게 말하여 사람의 목숨은 구하지 않겠느냐?"

장님은 한참 동안 묵묵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옛말에 '한 번 입 밖에 나온 말은 빠른 사마〔駟〕도 따를 수 없다. ' 하였으니,

바로 이 경우를 두고 한 말이었구나. 내 말해줄 테니 목을 놓아주십시오."

그리고는 이내 말하였다. 

"항복(恒福)이란 사람이 있습니까?" 

주인이 말했다. 

"과연 있는데 바로 이 아이의 친구일세." 

"오늘부터 이 사람을 데려다가 같이 있게 하십시오. 

잠시도 곁에서 떠나지 않게 하여 아무 날을 지나면 자연 무사할 것입니다."

장님은 또 말했다.

"나는 그날 죽을 것이니 나의 처자를 잘 돌보아 한 집 식구처럼 대하여 주십시오."

장님은 작별하고 떠났다. 

주인이 오성을 데려다가 그 일을 설명하고 병자와 함께 있어 주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오성은 허락하고 그날부터 와서 그 집에 머물며 병자와 

함께 앉으나 누우나 잠시도 곁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다.

그날 밤이 되니 3경(更) 무렵에 음산한 바람이 문으로 들어왔다. 

촛불은 깜빡거리고 병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인사불성이었다.

오성이 누워서 촛불 아래를 보았더니 모양이 사나운 귀신 하나가

칼을 짚고 서서 오성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병자를 나에게 내어달라."

"왜 그런 말을 하느냐?"

"이 사람은 나와 전생의 원한이 있으므로 지금 원수를 갚고자 한다.

만일 이 기회를 놓치면 어느 때에 원수를 갚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남이 이미 나에게 아들을 맡겼으니 내가 어찌 네게 내어주어 죽이게 하겠느냐?"

"네가 나에게 내어주지 않으면 나는 너까지 죽일 것이다."

"내가 죽으면 모르거니와 죽기 전에는 결코 네게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귀신은 크게 화를 내며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가 곧 떨며 물러섰다.

이렇게 하기를 세 차례나 하다가 이내 칼을 던지고 엎드려서 말했다.

"대감께서는 나의 딱한 사정을 불쌍히 여기시고 내어주십시오."

"어찌 나를 죽이지 않느냐?"

"대감은 나라의 기둥으로 이름이 역사에 전할 훌륭하신 인물인데

어떻게 감히 해칠 수 있겠습니까? 부디 내어주십시오."

"나를 죽이는 길밖에 다른 계책은 없느니라." 

오성은 이내 병자를 안고 누웠다.

이와 같이 할 때에 먼 마을에서 새벽닭이 울었다. 

귀신은 크게 울며 소리쳤다. 

"어느 해에 복수할 줄 모르겠으니 어찌 원통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아무 곳에 사는 점쟁이 장님이 가르쳐 준 것일 터이니

내 그 놈에게 설분을 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내 칼을 짚고 문을 나갔는데 간 곳을 알 수가 없었다.

이때 병자는 까무러쳤다가 따뜻한 물을 먹이니 소생하였고, 

이튿날 아침에 장님의 부고가 왔다. 

그 병자의 집에서는 장례비용을 후하게 대주고 그 처자를 넉넉히 구제하였다. 

《계서야담》

2001/06/12(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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